[기자수첩] 아웃렛 입점에 시민 대부분은 찬성한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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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아웃렛 입점에 시민 대부분은 찬성한다, 하지만.

    • 입력 2022.08.23 00:01
    • 수정 2022.08.24 03:49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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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춘천에 첫 아웃렛이 들어온다. 온의동 센트럴타워 푸르지오 상가에 들어설 ‘모다아울렛 춘천점’은 홈페이지에 이달 26일을 개점일로 공지했다. 지난 4월부터 춘천시 전통시장을 비롯해 지역 소상공인들과 협상을 벌여온지 4개월여만이다. 개장 일정은 지난 19일 지역 전통시장과 합의해 입점을 확정한지 딱 일주일 후로 잡혔다.

    법적인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다. 아웃렛 측은 인근 1㎞ 내 전통상업보존구역에 포함되는 4개 전통시장(남부·중앙·제일·풍물시장) 상인 협의회와 상생 협약서를 체결했다. 지역 자영업계에서는 “일부 전통시장 관계자들이 합의안 서명을 대가로 모다이노칩 측에 10억원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양측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깜깜이로 남았다.

    협상 대상이 잘못됐다는 문제도 있다. 아웃렛에는 브랜드 의류를 중심으로 220개 점포가 순차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전통시장 고객들이 아웃렛을 찾아갈 가능성보다 명동, 명동지하상가, 로데오거리, 은하수 거리 같은 옷가게 밀집 지역을 찾던 고객들이 아웃렛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은 협상 대상에서부터 제외됐다. 법적으로, 또 조례에 따라 오직 인근의 전통시장 상인들의 합의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김대봉 명동상점가 상인회장은 아웃렛 입점을 두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명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순수익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자가 점포여서 임대료를 계산에서 뺐는데도 그렇다. 정직원 2명과 아르바이트 직원 1명이던 고용 규모도 파트타임 직원 1명으로 줄였다.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절반가량 감소했다.

    아웃렛 입점으로 명동을 찾던 쇼핑객이 아웃렛으로 넘어가 명동에 빈 점포가 늘어나고, 빈 점포 탓에 명동을 찾는 고객은 더 줄어든다. 김 회장뿐 아니라 위에 열거한 상가의 대부분의 소상공인이 그리는 암울한 미래다. 당장 다음 달 추석 대목을 앞두고 당장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 자명하다. 한 상인은 기자에게 “당신 일이라고 생각해 보라“고 외쳤다. 당장 일주일 후 일자리가 없어져 수입이 끊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도 이 질문에 대답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다.

     

    26일 개점을 예고한 온의동 '모다아울렛 춘천점'을 두고 춘천지역 민심이 나뉜다. 지역 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고민할 때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26일 개점을 예고한 온의동 '모다아울렛 춘천점'을 두고 춘천지역 민심이 나뉜다. 지역 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고민할 때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과 도시 규모가 비슷한 전북 군산(인구 26만3709명)은 대형 쇼핑몰 입점 이후 지역 상권이 무너진 대표적인 사례다. 군산 롯데몰 입점 직전인 2018년 1분기 군산지역 소규모 점포 공실률은 14.2% 수준이었으나, 롯데몰이 문을 연 2분기에는 22.9%로, 1년 뒤인 2019년 2분기에는 25.1%로 치솟았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 등을 겪었기 때문에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형점까지 개점하며 상가 네곳 중 한곳이 폐점했다. 

    2016년 당시 군산시는 아웃렛 입점을 두고 찬반 여론이 양립하자 군산대에 의뢰해 ‘대형 쇼핑몰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 및 시민 여론조사’ 용역을 실시했다.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1%가 ‘페이퍼코리아 부지에 대형 쇼핑몰 입점을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반대는 29%에 그쳤다. 설문 결과에서 찬성이 압도적으로 나오자 당시 군산에서는 아웃렛 사업이 탄력을 받았다.

    2022년 현재, 춘천에서 비슷한 설문 조사를 해도 70%의 시민은 아웃렛이 들어오는데 찬성할 것이다. 많은 시민이 ‘우리도 수도권과 비슷한 상업 인프라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번 아웃렛 입점은 이렇게 ‘지역 소비자의 요구’를 등에 업고 추진됐다. 20% 정도는 소상공인에게 미칠 여파를 생각해 반대할 수도 있다. 이렇게 시민 대부분에게 아웃렛 입점은 편리성의 문제, 혹은 균형의 문제다. 나머지 10% 시민에게는 편리나 균형 같은 추상적인 단어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들에게 아웃렛 입점은 생존, 즉 죽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단순히 다수결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체제라면, 시민의 70%가 찬성하는 사업은 결코 중간에 무산될 가능성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민주주의는 결코 그렇게 단순한 체제가 아니다. 만약 70%가 찬성한다고 해서 10%의 시민을 사지로 내몰 수 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가 될 것이다. 때로는 10%의 무게가 70%의 무게보다 더 무거울 수도 있다. 양쪽의 무게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법의, 또 지역 공동체의 역할이다. 앞으로 들어설 수많은 대규모 점포들의 선례가 될 춘천 아웃렛 입점 과정에서 이 역할이 제대로 수행됐는지 의문이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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