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가격 깎았으니 커피값 내려라?” 정부·업계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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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가격 깎았으니 커피값 내려라?” 정부·업계 ‘동상이몽’

    원두 수입가 6월 7249원, 7월 7221원 소폭 하락
    정부, “원두 수입 관세 면제로 커피값 인하 기대”
    업계, “유통비 등 상승에 오히려 인상해야 할 판”

    • 입력 2022.08.11 00:00
    • 수정 2022.08.12 02:58
    • 기자명 이종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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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물가 대책의 일환으로 커피 콩 수입시 부가가치세와 관세를 사실상 면제하는 정책을 지난 6월부터 시행했다. 이 효과로 커피 원두 수입가격이 소폭 하락했으나 정작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커피 가격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6월28일부터 커피 생두(볶지 않은 콩) 수입 시 부가가치세 10%를 면제하고, 7월20일부터는 커피 원두 수입 전량에 대한 할당관세 0%를 적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고물가 흐름과 고환율, 물류비 상승 등에 따라 물가 상승률을 조절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정부는 커피 원두 수입 관세 면제 효과가 8월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MS투데이DB)
    정부는 커피 원두 수입 관세 면제 효과가 8월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MS투데이DB)

    이에 따라 7월 커피 생두 수입가격은 실제로 소폭 하락했다. 생두 수입가격은 올해 1월 1㎏당 5785원에서 5월까지 7284원으로 급격히 올랐으나, 6월 7249원, 7월 7221원을 기록했다. 농식품부는 “블레스빈, 우성엠에프, 엠아이커피, 지에스씨인터내셔날 등 대형 커피생두 수입 유통업체들도 부가세 면제분만큼 생두 유통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생두 수입 가격 변화. (그래픽=박지영 기자)
    올해 생두 수입 가격 변화. (그래픽=박지영 기자)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커피 가격은 그대로다. 일부 프랜차이즈 커피점은 오히려 올초보다 커피 가격을 인상했다. 본지가 8일 춘천시내 개인 카페 10여곳을 취재한 결과 커피 가격을 인하했거나 인하할 예정인 곳은 한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 업계에서는 정부의 바람과 달리 이번 부가가치세·관세 인하 조치가 앞으로도 커피 가격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우선 커피 가격에서 원재료인 커피콩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 관계자는 “커피 한잔 가격이 5000원이라고 하면 원두 가격이 그중 300원에서 270원으로 줄어든다고 해서 커피 가격을 낮추는 건 무리“라고 했다. 원두 가격뿐 아니라 유통비, 우유, 설탕 등 다른 재료들의 비용이 크게 상승해 커피값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

    게다가 이번 부가가치세 면제는 생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볶은 원두를 수입하는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우 인하 폭이 그보다도 더 작다. 춘천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35)씨는 “춘천에서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는 경우 생두를 직수입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수입 유통업체를 통해 로스팅된 원두를 구매하는데 업체가 최근 유통비 상승 등을 이유로 로스팅 원두 가격을 인상해 커피값을 올려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할당 관세 조치로 인해 혜택이 소비자에게도 전달될 수 있도록 커피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고 했다. 하지만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실질적인 인하 효과도 없는 보여주기 식 조치로 사실상 가격 인하 책임을 일선 카페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상혁 기자·이종혁 인턴기자 http://ljhy0707@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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