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환자 구하려다⋯‘ 故 현은경 간호사에 춘천시민 애도
  • 스크롤 이동 상태바

    ‘끝까지 환자 구하려다⋯‘ 故 현은경 간호사에 춘천시민 애도

    춘천서 간호대 졸업 후 홍천서 근무⋯모교인 성심대, 한림대 애도
    이천 병원 화재 현장서 끝까지 환자 곁 지켜 “숭고한 희생정신”
    고인 ‘의사자’ 지정 목소리 커져⋯“이른 시일에 지정 요청할 것”

    • 입력 2022.08.09 00:01
    • 수정 2022.08.10 06:39
    • 기자명 진광찬 인턴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일 이천 투석병원 화재 현장에서 환자를 돕다 숨진 현은경 간호사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현 간호사가 춘천간호전문대를 졸업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도내에서도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이천 투석병원 화재 현장에서 환자를 돕다 숨진 현은경 간호사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현 간호사가 춘천간호전문대를 졸업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도내에서도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배님 가시는 길, 하늘도 애도하며 비가 내리네요.”

    ‘이천 투석병원 화재’ 현장에서 끝까지 환자 곁을 지키다 숨진 고(故) 현은경씨가 춘천에서 간호사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한림대 등에 따르면 고인은 춘천간호전문대(현 한림성심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90학번)하고 홍천아산병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현 간호사는 지난 5일 발생한 화재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투석병원에 있었다. 3층 골프 연습장에서 시작된 짙은 연기가 4층 병원까지 퍼지면서 환자 4명과 현씨가 화를 입었다. 사망한 환자 4명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었으나 고인은 대피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환자들의 몸에서 투석기를 떼내는 등 끝까지 환자들을 돕다 끝내 쓰러졌다. 화재 당시 4층 내부 CCTV 영상에는 고인이 끝까지 남아서 환자들을 돌보는 장면이 찍혀 있다.

    현 간호사는 지난 20년간 간호사로 일하며 남편과 함께 두 자녀를 키워 왔다. 그는 특히 아버지 팔순 잔치를 하루 앞두고 가족들이 모일 날을 고대하고 있었다고 한다. 현씨의 아들은 군 복무 중으로 할아버지 팔순 잔치를 위해 휴가를 나와 있던 상태였다.

    현 간호사의 소식이 전해지며 그의 희생 정신을 추모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홈페이지에 마련한 온라인 추모관에는 8일 오후 기준 1700개가 넘는 추모 글이 게재됐다. 추모관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와 함께하신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진정 영웅입니다. 명복을 빕니다”, “자신의 생명을 바쳐 근무한 故 현 간호사님께 존경을 표합니다” 등 글을 통해 고인의 희생정신을 기렸다.

    특히 고인의 동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7일 추모관에 “문득 아침에 뉴스를 보다가 소식을 접해 눈물이 흐르고 안타까운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먼 해외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지만, 잊고 있었던 간호사의 사명을 동문인 현은경 선배님으로부터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고 적었다.

    고인의 모교인 한림성심대는 공식블로그에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려 추모했다. 성심대는 “故 현은경 간호사는 고령 환자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목숨 바쳐 끝까지 그 곁을 지켰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촛불을 들어 나이팅게일 선서하던 현 간호사의 모습을 잊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한림대 간호대학 동문회는 근조화환을 보내 현 간호사를 추모했다. 한림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추모 게시물에 수백 개의 반응이 달리는 등 애도가 이어졌다.

    장희정 강원도간호사회장은 이천시의료원 장례식장 빈소를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 장 회장은 “현은경 간호사는 평소에도 워낙 착하고 환자들을 위한 직업 정신이 투철한 간호사로 알려졌다”며 “연기가 들어차는 상황에서 환자를 먼저 생각한 숭고한 희생 정신에 경의와 슬픔을 표한다”고 말했다.

     

    5일 이천 한 병원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가 환자들을 구조하는 모습. 이 사고로 故 현은경 간호사를 포함해 5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쳤다. (사진=연합뉴스)
    5일 이천 한 병원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가 환자들을 구조하는 모습. 이 사고로 故 현은경 간호사를 포함해 5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쳤다. (사진=연합뉴스)

    고인을 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장 회장은 “당연히 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 온라인 추모관에서 애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역 간호계에서는 분향소를 만들어 마지막을 기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고인의 화장이 진행된 7일 원주 하늘나래원 화장장을 찾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SNS에 “고인은 마지막까지 환자의 손을 놓지 않은 숭고한 책임 의식과 희생 정신을 보여줬다”며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해 고인의 의사자 지정에 힘쓰겠다”고 적었다. 관할 관청인 이천시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보건복지부에 고인의 의사자 지정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충식 기자·진광찬 인턴기자 seo90@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8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