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보호 못 한다’⋯춘천 노인보호구역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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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보호 못 한다’⋯춘천 노인보호구역 어쩌나

    24곳, 과속 및 불법 주정차 단속 카메라 ‘0개’
    노인 교통사고 잦은데도 시설물 태부족
    시 “단속 강제성 없고 예산 적어 개선 어려워”

    • 입력 2022.08.04 00:01
    • 수정 2022.08.05 00:02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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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오후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주변 노인보호구역에서 한 차량이 길가에 주차돼있는 차량을 피하고 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지난 2일 오후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주변 노인보호구역에서 한 차량이 길가에 주차돼있는 차량을 피하고 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춘천 교동의 한 도로는 주변에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이 있어 평소 차량 이동이 많은 곳이다. 지난 2일 오후 2시쯤 방문한 해당 도로에는 시속 30㎞ 준수를 알리는 페인트 도색이 돼 있었지만, 대부분 차량은 이를 무시한 채 빠른 속도로 달렸다. 심지어 도로를 밟은 채 주차돼있는 차량을 피하려고 중앙선을 넘나드는 아찔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과속 단속 카메라와 불법 주정차 단속 카메라 모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춘천 곳곳에 지정된 노인보호구역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어 고령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노인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만 설치돼있을 뿐 그 외 안전한 보행을 위한 시스템 구축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불법 주정차 차량이 길목을 가로막고, 지정 속도를 지키지 않는 등 교통법규 위반도 여전하다.

    지난달 기준 춘천에 지정된 노인보호구역은 총 24곳이다.

    노인보호구역은 인구 고령화로 노인 보행자 사고가 증가함에 따라 고령자들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2008년부터 도입된 교통약자 보호 제도로 ‘실버존(Silver Zone)’이라고도 한다. 이곳을 다니는 차량은 시속 30㎞ 이하로 주행해야 하고, 주정차가 금지된다. 또 경적을 울리거나 급제동 혹은 급출발하는 행위도 삼가야 한다.

     

    춘천 노인보호구역 24곳에는 과속 및 불법 주정차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있지 않다. 사진은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앞 노인보호구역. (사진=서충식 기자)
    춘천 노인보호구역 24곳에는 과속 및 불법 주정차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있지 않다. 사진은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앞 노인보호구역. (사진=서충식 기자)

    하지만 교통 원활 등을 이유로 속도 제한과 단속 장비 설치를 법에서 강제하고 있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온의동 춘천남부노인복지관에 다니는 한모(71)씨는 “복지관 앞 도로가 노인보호구역이 된 지 10년 정도 된 것 같은데, 그때나 지금이나 과속하는 차량은 여전히 많다”며 “단속 카메라는 없고, 시속 30㎞ 이하로 속도를 줄이라는 표지판만 있으면 누가 지키겠나. 나 같아도 안 지키겠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춘천 노인보호구역 24곳 중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있는 곳은 없다.

    알림 시설물 6.3개(이하 평균), 과속방지턱 1.6개가 설치돼있을 뿐이다. 춘천 어린이보호구역 104곳에 과속 단속 카메라 1.4개, 알림 시설물 23.1개, 과속방지턱 3.5개가 설치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춘천에서 발생한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 사상자는 303명으로 14세 이하 어린이 사상자 90명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렇다 보니 어린이뿐만 아닌 노인들의 교통안전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박완주 국회의원(충남 천안시을)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노인보호구역 개선 예산으로 60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어린이보호구역 개선 예산 1983원과 비교해 3.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2018년 이전에는 편성된 예산 자체가 없었다.

    춘천시 관계자는 “노인보호구역 내 단속 장비 설치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예산이 많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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