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존재에서 인생의 동반자가 된 '죽음'에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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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운 존재에서 인생의 동반자가 된 '죽음'에 보내는 편지

    죽음에 대한 인식의 변화 나타내
    오브제와 회화작품의 병치로 연출
    춘천 상상마당서 이달 31일까지

    • 입력 2022.07.29 00:00
    • 수정 2022.07.29 21:43
    • 기자명 오현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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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다른 이름은 죽음이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삶을 생각한다는 것이고 삶을 산다는 것은 죽음을 맞이한다는 말과 같다. 삶과 죽음은 하나인 까닭이다.”

    인생의 유한함과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를 한 편의 드라마로 꾸린 한선주 작가의 전시가 춘천 상상마당에서 선보이고 있다.

    작가의 어릴 적부터 이어진 죽음에 대한 사색은 곧 삶에 대한 사고로 이어졌다.

    한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이번 전시의 영감을 얻었다.

    극 중에 등장하는 죽음의 존재 ‘요릭’과의 대화를 텍스트, 오브제, 자연의 파편 등 다양한 형식의 편지에 담았다.

    작가는 처음에는 두렵기만 했던 죽음을 인생의 동반자로 받아들이고,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작품에 녹였다.

    전시는 1부 밤의 서신, 2부 새벽의 서신으로 구분했다.

    1부에서는 영원함, 무결함, 순수함 등 가장 고귀한 가치에 대한 열망을 전하고 있다.

     

    'No. 너의 꿈 속에서'.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No. 너의 꿈 속에서'.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작품 'No. 너의 꿈 속에서'는 눈 부신 별빛이 쏟아지는 툰드라 땅 위에 오로라가 펼쳐져 있다.

    하지만 그곳은 너무나 높고 추워서 아무런 생명도 살 수 없는 황폐한 곳이다. 아름다움을 원할수록 내가 처해있는 현실과 이상에 대한 간극이 벌어지면서 불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도 너무나 사랑하는 빛에 대한 화자의 열망이 작품에 투영돼있다. 무언가 들어오기 어려울 정도로 빽빽하고 어두운 숲에 타는듯한 빛이 묻어있다.

     

    '천국보다 낯선'.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천국보다 낯선'.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화자는 하늘에 빛나는 별만을 바라보다가 땅으로 내리꽂히는 빛에도 관심을 보인다.

    고귀하고 성스러운 것이라고만 여겼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우리 근처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함께 해왔다는 것이다.

    작가는 ‘빛’이라는 것은 너무나 이상적인 개념이라서 표현을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공작새의 깃털과 같이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작품 '천국보다 낯선'을 통해 설명했다.

     

    한선주 작가가 작품 '오필리어의 죽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한선주 작가가 작품 '오필리어의 죽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현경 인턴기자)

    2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오필리어의 죽음’은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화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죽음을 비극적인 종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으로 해석하는 시선이다.

    이 작품은 존 에버렛 밀레이가 햄릿에 등장하는 여인의 죽음을 그린 작품 ‘오필리어’에서 영감을 받았다.

    화자는 파도치는 물 위를 항해하는 자신의 모습을 욕조에 투영해 ‘오필리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것이 가라앉는 모습을 통해 죽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죽음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다.

    욕조가 가라앉으면서 생성되는 동심원은 끝이 있는 직선형이 아니라 원형으로 이루어졌다. 그 파동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을 느낄 수 있다.

    욕조 주변의 연꽃 역시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대표적인 꽃 중 하나다.

    한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죽음이 있어야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것과 진실한 구원은 살아내는 삶이자 평생에 걸쳐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여정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친애하는 요릭에게’ 전시는 춘천 KT&G 상상마당에서 이달 말까지 열린다.

    [한승미 기자·오현경 인턴기자 singme@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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