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유희열 표절 논란 충격이 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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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의 연예쉼터] 유희열 표절 논란 충격이 큰 이유

    • 입력 2022.07.27 00:00
    • 수정 2022.11.09 14:37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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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싱어송라이터 유희열(51)의 표절 논란 후폭풍이 꽤 오래간다. 여전히 SNS에는 유희열의 음악과 또 다른 원곡들을 비교하는 내용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의혹을 받는 노래만도 10개가 족히 넘는다.

    유희열 표절 논란이 쉽게 식지 않는 것은 그를 수많은 작곡가 중의 한 명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유희열은 대중들에게 천재 음악가로 여겨져 왔다.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그는 대중들에게 음악을 이해시키는 일종의 대중음악 교수 역할도 했다.

    ‘K팝스타’를 비롯해 ‘슈가맨’ ‘슈퍼밴드’ ‘싱어게인’ ‘비긴어게인’ ‘유명가수전’ 등 수많은 음악 프로그램이나 음악 오디션에서 진행자나 심사위원을 맡았다. 여기서 전문적이고 현란한 내용을 막힘없이 술술 풀어 심사평을 내놓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특히 ‘싱어게인’에서 자신보다 선배인 이선희 심사위원이 있음에도 심사위원장을 맡은 것은 오디션 심사위원으로서의 화려한 이력 덕분이다.

    어떤 심사위원보다도 음악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편인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단순 진행자가 아니라 선생님이자 심사위원이다.

    유희열이 13년간 진행해온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MC와 출연자의 관계가 스승과 제자, 멘토와 멘티 같다. 젊은 뮤지션이 나오면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듣는 학생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더 이상 가기 힘든 구조였다.

    유희열은 대학의 실용음악과에 교수로 재직하진 않지만, 방송인과 음악 제작사 대표로 그 어떤 대학교수보다 대중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K팝스타’ 등에서 심사를 하면서 좋은 재목들을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안테나 뮤직으로 데려갔다. 그는 작곡으로 인한 저작권 수입과 방송 출연료로 큰 부를 축적해 회사를 키워나갔다. 지금은 유재석까지 한 식구다.

    안테나 뮤직에는 정재형이나 루시드폴, 페퍼톤스 등 오디션 출신이 아닌 뮤지션도 소속돼 있지만, 오디션을 통해 유희열 회사로 간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방송을 통해 뮤지션을 공급받고 회사를 키우는 식이다. 유희열과 이들의 관계는 소속사 CEO-뮤지션이지만 사실상 스승과 제자다.

    유희열의 이번 표절 의혹 논란에는 그렇게 신뢰할 만하고 친숙한 천재 작곡가에게 대중이 철저하게 배신을 당했고, 실망스럽다는 정서가 강하게 작동한다. 음악 천재가 레퍼런스에 의해 작곡을 하다니. 그것도 한두 곡도 아니고. 아마 대중은 이런 심정일 것이다.

    한 30대 회사원은 “토이 음악은 나의 재수 시절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은 음악이다. 정말 실망스럽다”면서 “유희열을 플레이리스트 목록에서 모두 지웠다”고 했다.

    유희열은 성시경, 이승환 등 유명 뮤지션에게 노래를 많이 줘 파장이 더욱 커졌다. 표절 의혹이 생기면 작곡가는 물론이고, 해당 곡을 부른 가수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승철은 히트곡 ‘소리쳐’가 영국 가수 가레스 게이츠의 ‘리슨 투 마이 하트’(Listen to my heart) 후렴구와 유사하다는 ‘표절 논란’이 제기되자 홍진영 작곡가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 저작권을 나누는 교통정리에 나섰다. 그리고 훗날 인터뷰에서 ‘소리쳐’ 표절 논란으로 은퇴까지 고려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유희열의 표절 논란, 또는 유사성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희열의 신곡 ‘아주 사적인 밤’이 일본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곡 ‘아쿠아’(Aqua)와 유사하다는 점을 유희열이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사카모토가 괜찮다는 뜻을 전해 문제가 마무리될 듯하다. 하지만 유희열의 표절 의혹은 여러 곡에 걸쳐 있다. 평론가들도 각양각색의 관점에서 평가한다.

    암으로 투병 중인 사카모토는 ‘아주 사적인 밤’에 대해서는 관용을 취했지만, 자신의 곡과 유사한 유희열의 또 다른 곡들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른 작곡가들도 유희열의 유사함에 대해 어떤 해석과 입장을 내릴지 모른다.

    유희열도 지난 18일 “지금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으니, 공개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왜 동의하기 힘든지”까지 밝혔으면 한다. 앞으로 공개 토론의 형식을 갖춰도 좋다. 유희열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요계의 오마주와 샘플링, 레퍼런스, 유사성에 대한 구분과 느낌의 차이 등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안테나 뮤직의 정체성은 “좋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좋은 음악, 우리의 마음에 또렷하게 울리는 선명한 음악 하나, 음악의 진심을 당신에게 전합니다”라고 돼 있다. 유희열은 무너진 음악의 진심을 세우기 위한 일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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