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오르고 후원금은 줄고’⋯춘천 무료급식소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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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는 오르고 후원금은 줄고’⋯춘천 무료급식소 ‘한숨’

    주재료인 농·축·수산물 및 고기 가격 크게 올라
    코로나로 자원봉사자 수 감소해 운영에 어려움
    춘천교구 “100명이었던 도시락 200명으로 증가”

    • 입력 2022.07.27 00:01
    • 수정 2022.07.28 00:09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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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소양동에 있는 무료급식소 ‘하늘이차려준밥상’에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춘천연탄은행 밥상공동체 제공)
    22일 소양동에 있는 무료급식소 ‘하늘이차려준밥상’에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춘천연탄은행 밥상공동체 제공)

    춘천지역 무료급식소들이 급식 원가 상승과 자원봉사자 감소로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고령화와 경기 침체 탓에 날이 갈수록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운영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춘천 소양동에 있는 무료급식소 ‘하늘이차려준밥상’(이하 하늘밥상)은 식사를 기다리는 어르신으로 북적였다. 이날 잡채, 된장국, 수박 등 어려운 환경에 처한 지역 어르신들에게 대접할 식사 70인분이 마련됐다. 

    사단법인 춘천연탄은행 밥상공동체(이하 춘천연탄은행)는 2016년 4월 하늘밥상의 문을 열고 7년째 무료급식을 이어오고 있다. 하늘밥상 관계자는 “급식소가 붐비는 것을 보면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민이 깊다“고 했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한데다, 운영하는 비용도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그는 “준비하는 음식의 질을 낮추거나 양을 줄일 수도 없으니 날이 갈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무료급식소를 찾는 사람은 늘고 있다. 하늘밥상은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한다. 지자체의 지원 없이 평균 30만원의 재료비와 기부 받은 식재료로 매끼 70인분의 음식과 30인분의 도시락을 준비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봉사자가 줄어든 것도 어려움 중 하나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연간 5000여명의 봉사자가 하늘밥상을 다녀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올해 5월부터 무료급식소 운영을 재개했는데, 자원봉사자가 절반 넘게 줄어든 것 같다”며 “이분들이 봉사하러 오시면서 내는 후원금도 상당했는데, 안타까운 상황이다. 춘천시민들이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해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급식에 필요한 재료비가 크게 늘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년 전보다 6.0% 올랐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음식 준비에 많이 사용되는 농·축·수산물은 4.8%, 수입쇠고기 등이 포함된 축산물은 10.3% 올랐다.

    정해창 하늘밥상 대표는 “수백 명의 식사 준비를 해야 하기에 물가 상승을 더욱 체감한다”며 “함께 운영 중인 춘천연탄은행의 예산을 끌어다 사용하는 등 사실상 하늘밥상은 적자인 상태로 운영 중”이라고 했다. 

    천주교춘천교구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한삶밥집’ 역시 이용자가 늘어난 상황은 마찬가지다. 김학배 춘천교구 신부는 “5월에 오픈한 한삶밥집은 급식소에 방문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무료도시락을 신청받아 전달하고 있다”며 “초기에는 100명분의 도시락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는데, 지금은 200명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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