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감자 밭에 남은 건⋯” 까맣게 썩는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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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그친 감자 밭에 남은 건⋯” 까맣게 썩는 농심

    올해 무더위·폭우 반복에 썩은 감자 속출
    악취 내며 시들어 죽는 ‘무름병’까지 돌아
    감자 도매가격 1년 전보다 50% 급등

    • 입력 2022.07.20 00:01
    • 수정 2022.07.21 00:49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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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무더위와 폭우의 잦은 반복으로 인해 수확을 앞둔 감자가 상당수 썩어 최악의 흉작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무더위와 폭우의 잦은 반복으로 인해 수확을 앞둔 감자가 상당수 썩어 최악의 흉작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장마가 너무 일찍 와서⋯, 덜 자란 감자라도 캐려고 했는데 썩은 감자들을 빼고 나니 남는 게 얼마 없었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춘천 서면. 춘천지역 감자 주산지인 이곳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이 흘렀다. 예년 이맘때 감자로 가득 차 있던 저온 창고가 텅 비어 있었다. 감자가 팔릴 때까지 보관해 두는 초록색 상자도 내용물 없이 탑처럼 쌓여 있었다. 다 팔려서가 아니라 수확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창현 신매감자유통영농조합 대표는 텅 빈 감자 창고와 상자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춘천지역 감자 농가가 올해 초여름 최악의 흉작으로 깊은 수렁에 빠졌다. 춘천지역에는 주로 6월부터 7월 사이 노지 감자를 수확하는데, 올여름 일찍 찾아온 장마와 폭염 때문에 상당수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올해 감자 수확량이 예년의 50~60%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비자들의 밥상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춘천 감자 농가들은 보통 장마가 오기 전 수확을 마친다. 그런데 올여름 장마가 예년보다 20일 정도 이른 6월 하순부터 시작되면서 다 자라지 못한 감자를 서둘러 수확해야 했다. 여기에 장마와 함께 찾아온 이례적인 초여름 무더위로 인해 피해가 더 커졌다. 습기 가득한 땅 속이 온도까지 높아지면서 묻혀 있던 감자가 대거 썩어 버렸기 때문이다. 

    춘천 서면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농가 20여곳이 비슷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면에서는 1년에 보통 4000t 정도 감자를 생산하는데, 올해 생산량은 50~60%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감자 수확을 마치고 다른 작물 재배를 준비하는 한 농민은 “감자를 수확하기 위해 인력을 쓰면 일당 10만원을 넘게 줘야 하는데,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제하고 나면 나에게 5만원 정도가 남더라”며 “감자의 씨알도 작은 상황에서 캘 때마다 썩은 것들만 줄줄이 올라오니 수확하면 오히려 손해”라고 했다.

     

    홍창현 신매감자유통영농조합 대표가 남아도는 감자 박스를 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홍창현 신매감자유통영농조합 대표가 남아도는 감자 박스를 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자 무름병이 강릉, 양구 등 도내에서 발견돼 춘천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무름병은 고온다습한 환경이나 질소비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해 자주 발생하는 병해다. 감염 시 잎·줄기의 부패를 시작으로 감자의 일부 혹은 전체가 악취를 내면서 시들어 죽게 된다.

    올여름 감자 농가의 수확량이 극히 저조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감자 가격도 치솟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8일 현재 전국 수미 감자 20kg당(상품 기준) 평균 도매가격은 4만2060원이다. 1년 전 이맘때(2만5470원)와 비교해 55.5% 올랐다. 감자 가격은 올초부터 예년대비 50% 정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겨울 이상 저온 현상으로 3~4월에 수확하는 하우스 감자 작황이 저조했던데다,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감자 수입도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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