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가마우지’ 소양강서 쫓아낸다는데⋯현장선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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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청객 ‘가마우지’ 소양강서 쫓아낸다는데⋯현장선 “글쎄”

    어업 훼방 놓고 나무까지 죽이는 등 피해 막심
    환경부, 각 지자체에 비살생 방법 관리지침 배포
    어민 “쫓아내는 것 좋지만, 더 필요한 건 지원”
    조류학자 “결국 다른 곳 가서 피해 주는 일 반복”

    • 입력 2022.07.14 00:02
    • 수정 2022.07.16 00:04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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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은 산성을 띠어 나무를 죽게 만든다. 사진은 민물가마우지의 집단서식지 중 하나인 춘천 소양강 버드나무 군락지가 하얗게 변한 모습. (사진=MS투데이 DB)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은 산성을 띠어 나무를 죽게 만든다. 사진은 민물가마우지의 집단서식지 중 하나인 춘천 소양강 버드나무 군락지가 하얗게 변한 모습. (사진=MS투데이 DB)

    춘천 소양강의 불청객으로 불리는 조류 민물가마우지의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지침이 나왔다. 하지만 시민과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환경부는 13일 ‘민물가마우지의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한 관리지침’을 전국 지자체에 배포했다. △전년도 묵은 둥지 제거 △천적 모형 설치 및 공포탄 등의 소음으로 번식 회피 유도 △집단번식지 수목의 가지치기 등 비살생 방법이 주된 내용이다.

    민물가마우지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봄·가을 이동 시기 및 겨울을 지내는 철새였다. 하지만 2003년 경기도 김포에서 100쌍의 번식이 처음 확인된 이후 강원도 춘천, 경기도 양평 등에서 집단 번식지가 잇따라 발견되며 텃새화했다.

    민물가마우지가 닥치는 대로 물고기를 잡아먹어 어민들의 생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물가마우지가 닥치는 대로 물고기를 잡아먹어 어민들의 생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물가마우지가 골칫거리가 된 이유는 어민들의 생계인 물고기를 무분별하게 잡아먹고, 어업에 훼방을 놓기 때문이다. 몸길이 77~100cm, 몸무게 2.6~3.7kg의 중대형물새류인 민물가마우지는 하루 최대 500g가량의 먹이를 먹는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민물가마우지 수는 3만2196마리로, 산술적으로 하루 최대 1만5000kg의 물고기가 사라질 수 있다.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반상교 강촌어촌계장은 “민물가마우지는 톱날처럼 생긴 부리를 사용해 그물에 잡힌 물고기를 먹으려고 찢어 놓는 경우가 많다. 사용하는 그물이 1개당 60만원 정도인데, 찢어진 것을 볼 때마다 일할 맛이 안 난다”며 “심지어 붕어, 모래무지 등의 토종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못 먹는 크기의 큰 물고기는 부리로 쪼아서 죽여놓아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죽이지 않는 방법으로 민물가마우지 수를 줄이겠다는 관리지침이 시에 내려왔다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차라리 민물가마우지 피해 집중지역에 대한 지원 대책이 세워졌으면 한다”고 했다.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은 강한 산성을 띠어 번식지의 나무를 죽게 만든다. 또 수질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해 시민들에게는 골칫거리 그 자체다.

    우두동에 거주하는 춘천시민 한강산씨는 “춘천의 아름다운 경관 중 하나인 소양강 버드나무 군락지가 민물가마우지로 인해 하얗게 변해 죽는 걸 보면 안타깝다”며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미 텃새화가 된 민물가마우지를 쫓아내는 정도의 지침은 임시방편일 뿐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박헌우 춘천교육대 과학교육과 교수(조류학자)는 “정부의 관리지침은 서식지에서 쫓아내겠다는 의도인데, 꾸준히 시행한다면 피해지역의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는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쫓겨난 민물가마우지들이 국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그곳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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