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푼 안 들여 매입⋯‘갭 투자’ 먹잇감 된 춘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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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한푼 안 들여 매입⋯‘갭 투자’ 먹잇감 된 춘천 아파트

    구축 아파트 곳곳서 전세금〉매매가격 역전현상
    춘천 아파트 전세가율 82.1%, 갭 투자 급증
    올 상반기 강원지역 전세보증금 사고 9건 발생

    • 입력 2022.07.12 00:02
    • 수정 2022.07.14 07:48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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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춘천 지역에서 투자금 한 푼 없이 아파트를 매입하는 외지인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전세금이 급등함에 따라 보증금이 매매가격보다도 높은, 이른바 ‘마이너스 갭’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부동산 업계에서 매매가격과 전세보증금의 차이를 ‘갭(gap)’이라고 하며, 이 ‘갭’에 해당하는 투자 금액만 가지고 아파트를 사는 것을 ‘갭 투자’라고 부른다. ‘마이너스 갭’ 투자는 투자자의 실질적인 투자금액이 거의 없거나, 보증금으로 오히려 현금 보유를 늘리면서 아파트를 사는 것으로 이례적인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갭’ 투자가 결국 추가적인 아파트값 상승을 불러오거나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파트가 밀집한 춘천 퇴계동 지역 전경. (사진=MS투데이 DB)
    아파트가 밀집한 춘천 퇴계동 지역 전경. (사진=MS투데이 DB)

    본지가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을 통해 분석한 결과, 춘천시내 일부 단지에서 아파트 전세금이 매매가격을 추월한 사례가 다수 관찰됐다. 후평동 한신아파트 전용면적 128㎡의 한 세대의 경우 올해 4월 1억87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고, 이 집주인은 2주 후 2억원에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 전세금이 매매가 대비 1300만원 높다. 4월에 이 아파트를 산 투자자는 2주 만에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고 오히려 현금 보유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우두동 동부아파트 전용면적 59㎡는 올해 5월 1억5800만원에 매매된 이후, 3주 뒤 1200만원 높은 1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후평동 석사주공2단지(1100만원), 후평동 세경4차(1000만원) 등에서도 전세 가격이 매매가격 대비 1000만원 이상 높은 거래가 등장했다.

    매매가격과 전세금의 격차가 거의 없는 거래까지로 넓히면 더 많은 사례가 관찰된다. 퇴계동 현대2차 전용면적 43㎡의 경우 올해 5월 1억1000만원에 매매됐고, 한 달 뒤 같은 가격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퇴계동 금호2차 전용면적 59㎡ 역시 올해 4월 1억5500만원에 매매됐고, 한달 반 뒤 동일한 가격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 후평동 극동아파트 59㎡(100만원), 후평동 봉의아파트 42㎡(500만원) 등에서도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거의 없는 거래가 나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춘천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82.1%에 달한다. 강원지역 평균(76.9%) 및 전국평균(68.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최근 매매가격과 전세금의 격차가 거의 없는 아파트는 주로 완공한 지 20년 이상이 지난 아파트이면서 재건축 등의 호재가 거의 없는 아파트라는 공통점이 있다. 춘천지역 전세금 급등 추세에 따라 전세금이 올랐으나 신축이 아니고 별다른 호재가 없어 매매가격은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매매가격과 전세금 격차가 좁혀지면서 춘천은 전국적인 ‘갭 투자’ 대상 지역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아실에 따르면 춘천은 최근 6개월간 갭투자 매매 거래 증가지역에서 원주(414건)에 이어 강원도 2위를 기록했다. 전체 거래 1966건 중 287건(14.5%)이 갭 투자에 해당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갭투자 비율이 21.5%까지 치솟았다.

    후평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2000만원도 안되는 자본을 가지고 구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갭투자에 나서는 외지인 투자자들이 많다”며 “최근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집주인이 아파트 여러 채를 사서 갭 투자한 경우 보증금을 반환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무 갭’ 혹은 ‘마이너스 갭’ 현상이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선 매매가격 대비 크게 치솟은 전세금이 결국 매매가격을 한 차례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 후반 서울과 경기도 등에서 전세가율이 치솟고 갭투자가 유행한지 1~2년 후부터 아파트값이 급등한 바 있다. 갭 투자가 유행하는 이유도 투자자들이 이 같은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반면 아파트값이 전반적인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로 인한 보증 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아파트가 경매에 넘겨져 경매대금으로 전세금을 돌려주는데, 집값이 떨어진 상태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

    실제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1595건에 달했다. 사고 금액은 3407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이중 강원지역에서는 올해 상반기 보증 사고가 9건 발생했다. 금액으로는 15억원 수준이다. 전세보증금 보증사고는 전세 계약 해지 또는 종료 후 1개월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을 때, 또는 전세 계약 기간 중 전세 목적물에 대해 경매 또는 공매가 실시돼 배당 후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을 때 등을 말한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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