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몸짓의 향연, 유진규의 50년 마임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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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몸짓의 향연, 유진규의 50년 마임인생
  • 한재영 국장·이정욱 기자
  • 댓글 0
  • 승인 2022.07.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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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 마임 인생 50주년
예술가의 삶, ‘나만의 색과 혼을 찾아가는 과정’
칠순에도 멈추지 않는 열정, “관객만 있으면 공연할 것”
50주년 회고 무대, 토크쇼‧영화 상영‧마임 공연 등 마련

춘천의 대표 축제를 꼽는다면 ‘춘천마임축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축제를 세계 3대 마임축제 반열에 올린 유진규 마임이스트가 올해로 마임 인생 50주년을 맞았다. 국내 마임 1세대인 유진규 배우의 예술적 삶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았다. <편집자주>

 

▶ 근황은? 
춘천마임축제를 그만둔 지 벌써 10년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택시를 타면 기사분들이 “축제하느라 힘들고 바쁘시죠”라며 인사하고, 시장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축제 때문에 고생했어요”라고 한다. 10년이 지났는데도 계속 축제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다. 축제를 그만두고 한 3~4년은 텅 빈 것 같아서 일종의 방황을 했는데,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마임배우 유진규로 돌아왔다.

▶ 마임 인생 50주년을 맞는 소감? 
1972년 만 스무 살 때 마임을 처음으로 시작했고, 올해 나이 70으로 딱 50년이 됐다. 물론 서울에서 활동하다 춘천으로 이사 와 소를 키우고 카페를 하면서 6~7년 공백기도 있었다. 춘천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몸으로 익힌 후 ‘여기서 마임의 씨를 뿌려 보자’해서 다시 하게 됐다. 현재까지 춘천마임축제가 잘 되고, 저 역시 제 나름의 마임 세계를 춘천과 전국에서 펼쳐나가고 있어 의미가 있다. 

▶ 처음 마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 
저는 1970년대 70학번이다. 동물과 같이 살려고 수의과로 대학을 갔는데 그 당시가 군사정권이라 대학도 군대 같았다. 많이 절망하고 그러면서 만난 게 연극이었다. 이후 연극이 너무 재미있어 학교를 중퇴하고 극단에 들어갔는데 공교롭게 마임을 가르치는 극단이었다. 수의학을 하다가 연극으로 접어드는 삶의 선택이 쉽지는 않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극을 하다가 당시에는 하는 사람도 없던 ‘마임’을 다시 선택한 것도 ‘예술가는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가는 것이다’라고 생각해 가능했다.

▶ 기억에 남는 작품과 공연?
지난해 5월 서울 예술의전당 최초로 마임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그때 저의 대표작 ‘빈손’이라는 작품을 하고, 하루는 제가 1972년부터 2021년까지 한 작품들을 설명과 함께 엮는 공연을 통해 어떤 과정으로 유진규의 작품과 공연이 현재까지 이어져 왔는지를 보여주었다. ‘빈손’이야 워낙 알려진 작품이었고, 마지막은 ‘모든 사람은 아프다’라는 작품이었는데, 그 당시 코로나19가 굉장히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어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고, 저 역시 기억에 남는다.

MS투데이 스튜디오에서 유진규 마임이스트가 마임 인생 50주년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MS투데이 스튜디오에서 유진규 마임이스트가 마임 인생 50주년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 유진규에게 마임이란?
스무 살 때 ‘아!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순간 깨달았다. 그래서 대학교를 그만두고 산속에 들어가 한 달을 살며 ‘내가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을 했다. 그때, 무조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다’ 다른 조건이나 비전 등을 보고 나를 거기에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게 마임이다. 무대에 돌아올 때도 ‘이제는 그만 놀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나의 길을 다시 제대로 가겠다’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고 저를 끌고 가는 힘은 ‘내가 이 순간에 무엇을 하고자 하느냐’가 결정의 순간이다. 그래서 마임의 길을 쭉 올 수 있었다. 

▶ 마임의 매력은?
마임은 물론 예술을 하는 사람은 다 자기의 세계가 희귀하다. 남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자기의 세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예술의 세계에서는 시인도 화가도 모두 같다. 제일 힘들 때는 작품이 안 나올 때다. 하나 끝내고 뭔가 새로운 작품을 해야겠는데 안 나오면 예술가로서의 생명이 끝나는 게 된다. 그때가 정말 힘든데 또 끝까지 힘든 순간을 참고 갔을 때 비로소 작품에서 빛의 실마리가 지나가는데, 그게 예술의 매력이고 예술가들의 삶이다.
 
▶ 후배 예술가들에 대한 조언 
후배들한테 늘 그랬다. “나는 서양 마임으로 시작했지만 언젠가부터 우리의 몸짓, 즉 한국의 마임은 과연 무엇인지 고민했고, 그래서 해외에서 공연해도 당당한 모습으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그러니까 “흉내 내지 말고 너의 세계, 결국 한민족이니, 민족정신과 얼을 이어오는 작품을 해라”라고 이야기한다. 축제도 첫 번째는 ‘난장’이다. 우리 민족은 알아주는 ‘난장’이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이후로 축제를 못 하게 해 사라졌다. 이후에도 군사정권, 독재정권 등으로 못하다가 2000년대 들어와 민주화가 되면서 조금씩 숨통 트여, 춘천마임축제도 밤을 새우는 ‘도깨비 난장’을 했다. 그러니까 축제는 무조건 한민족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또 어디서 한 것은 절대로 하지 말고, 못 본 걸 해야 한다. 보도듣도 못한 것이 아닌 유럽, 일본 등을 베끼면 막말로 ‘짝퉁 축제’가 된다. 춘천마임축제가 대한민국 최고의 축제다운 축제가 되고 아시아의 최고의 축제이자 세계 3대 축제로 올라선 것은 그래서 가능했고, 지금 생각해도 막 끓어오르듯이 축제를 받쳐주는 수많은 젊은이의 열광적 반응이 덕분이다. 

▶ 마임 인생 50주년 기념공연 소개  
따져 보니 춘천에서 산 지 41년 됐다. 살면서 마임축제를 만들고, 축제극장 몸짓을 짓고, 춘천을 문화예술을 도시로 알리는 등 많은 일을 했다. 공연자는 공연만 하면 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과 얽히고 부딪히며 좋은 일과 안 좋은 일 등을 겪어 온 의미를 담아 이번 공연은 시민과 같이하고 싶었다. 그 제안에 따라 춘천문화재단과 문화 활동을 하는 시민조직이 시민 토크쇼를 기획해 11일에는 ‘유진규<의, 에게>길을 묻다’라는 토크쇼를 한다. 지난해 춘천 요선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찍은 영화 ‘요선’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아, 12일에는 그 영화를 찍은 장소이자 저하고 인연이 깊은 축제극장 몸짓에서 영화 상영회를 연다. 그리고 18일에는 춘천문예회관에서 50년 마임 인생을 회고하는 공연 ‘내가 가면 그의 길이지’를 무대에 올린다. 여러분들 많이 와서 함께 하고 좋은 시간을 같이 보냈으면 좋겠다.

18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유진규 마임이스트 50주년 기념 공연 '내가 가면 그게 길이지' 포스터
18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유진규 마임이스트 50주년 기념 공연 '내가 가면 그게 길이지' 포스터

▶ 향후 활동 계획   
공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공연은 극장과 무대에서 하는 것이다’에서 ‘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어디서든지 한다’가 됐다. 공연이 어떤 틀이 있는 것이 아니고, 공간과 주제 등 원하는 것에 맞춰 내가 보여주면 되기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이제 어떤 틀이나 격식 등 짜인 구조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표현하는 공연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또 해외에서 많은 공연자들을 만나고 어울리다 보면 민족이 다르고 문화적 환경이나 표현 세계가 다르기에 정체성의 문제를 겪었다. 이제는 지금까지 쭉 이어온 진정한 나의 피, 요즘 말로 하면 DNA라는 그런 것들의 원형을 찾고 보여주는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마무리 인사
누구나 다 마임을 한다. 말없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초보적 마임으로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다 마임을 하고 있다. 단 무대예술로 마임을 보여줬을 때 어떤 건 쉽고 재밌지만, 어떤 건 어렵다. 이것은 마임만이 아니다. 미술과 음악도 어떤 건 딱 보면 알지만, 어떤 건 아무리 보고 설명을 들어도 모르는 게 있다. 이같이 예술의 세계는 굉장히 다양하다. 느끼는 데로 예술을 이해하고 즐기고 함께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결국 자기의 감성과 미적 세계를 풍부하게 해,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

대담=[한재영 국장]
촬영·편집=[이정욱·박지영 기자 cam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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