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덕 칼럼] 춘천 지방선거의 관전평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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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성덕 칼럼] 춘천 지방선거의 관전평과 시사점

    • 입력 2022.06.23 00:01
    • 수정 2022.06.24 05:11
    • 기자명 염성덕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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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성덕 논설주간
    염성덕 논설주간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전평을 쓰면 특정 후보에게 영향을 줄 것을 염려했다. 부득이 선거 뒤로 집필 시기를 미뤘다. 필자의 중앙당 취재 경험과 지난해 9월부터 지켜본 춘천 정가의 움직임을 관전평에 담았다.

    국민일보 정치부 기자였던 필자는 야당만 담당했다.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시절에는 3당 합당을 취재했다. 노무현 탄핵 의결에 대한 역풍이 거셌고,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천막당사를 차린 박근혜의 한나라당 때에는 야당 팀장을 맡았다. 한나라당은 17대 총선에서 50석도 어렵다는 예상을 깨고 121석을 얻었다. ‘박근혜는 선거 여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앙 정치권의 취재 경험이 춘천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작은 정치무대라 그런지 매사에 일희일비가 심하고, 사소한 소문도 부풀려져 널리 퍼졌다. 입조심과 몸조심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9월부터 춘천시장선거 입후보예정자를 릴레이 인터뷰하는 기획물을 준비했다. 시정(市政) 전략과 입후보예정자를 소개할 질문 22개를 마련했다. 새치기할지 모르는 얌체족을 막으려고 출마 선언 순으로 인터뷰하기로 했다.

    첫 주자는 육동한이었다. 정치 신인처럼 지명도가 낮아서 홍보 기회인 인터뷰를 반길 줄 알았다. 질문이 너무 많아 보이콧하려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캠프의 방송 기자 출신들이 영향을 준 듯했다. 방송 기자들은 호흡이 긴 기사를 잘 다루지 않는 편이다.

    육동한과 캠프 인사를 설득했다. 매주 8만부가량 배포하는 MS투데이 매거진 두 면에 인터뷰 내용을 실으려면 질문이 많아야 하고, 분량도 충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첫 주자가 잘하면 경쟁자들이 바로미터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행정의 달인답게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인터뷰 기사는 매거진 두 면에 실렸고, 온라인과 영상으로 보도됐다. 인터뷰 기사 영향인지 여론조사에서 육동한의 지지율이 올랐다.

    일주일 간격으로 이광준, 유정배, 최동용, 원선희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어떤 입후보예정자는 인터뷰 기회를 걷어찼다. 사전에 질문지를 주고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그의 답변지를 보고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확인 결과 보도된 입후보예정자의 인터뷰 기사를 복사해 답변지를 만든 것이 드러났다. 자기 복제도 아니고, 남의 인터뷰 내용을 복제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었다. 인터뷰하러 온 그를 준엄하게 꾸짖고 돌려보냈다. 해를 넘기면서 정치권은 대선판으로 빠져들었다. 춘천시장선거 후보군 14명을 모두 인터뷰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MS투데이는 한국갤럽에 의뢰해 3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한국갤럽은 1차 여론조사에서 후보군을 6명으로 압축하자고 제안했다. 조율 끝에 후보군 14명을 8명으로 줄였다. 조사 대상자는 지역 언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8위 인사로 정했다.

    MS투데이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자 더불어민주당 입후보예정자 6명(강청룡 원선희 유정배 육동한 황관중 허소영)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입장문을 냈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2명(원선희 황관중), 국민의힘 4명(이달섭 이상민 최성현 한중일)을 제외해 조사 결과의 왜곡을 초래했고, ‘무응답·모름’이라고 밝힌 응답자에게 재차 질문해 인지도가 높은 후보의 선택을 용이하게 했다는 것이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었다. 강원도선관위는 의뢰자(언론사)가 조사 대상자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무응답·모름’이라고 말하면 생각할 시간과 기회를 주기 위해 다시 묻는다고 했다. 부동층을 줄여 조사 신뢰도를 높이려는 방안일 것이다. 한국갤럽은 자타가 공인하는 여론조사 기관이다.

    1차 여론조사 결과 최동용, 이재수, 이광준이 선두권을 형성했다. 육동한과 변지량이 그 뒤를 추격했다. 대체로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도 3파전 구도로 굳어졌다. 그런데 뜻밖의 변수가 생겼다. 국민의힘이 지지율에서 앞선 최동용, 이광준, 변지량을 컷오프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초강수였다. 지지율이 낮았던 이상민, 최성현, 한중일 중에서 최성현이 후보로 결정됐다. 민주당이 100% 시민 투표로 진행한 2차 경선에서 육동한이 이재수를 제치고 후보로 확정됐다.

    민주당 육동한, 국민의힘 최성현, 무소속 이광준 후보가 레이스를 펼쳤다. 육 후보가 아주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인물론과 보수진영의 분열이 승인(勝因)이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는 바람에 좌우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곳곳에서 빨간색 바람이 불었다. 그 거센 바람을 뚫고 육 후보가 승리했다. 보수진영의 지도층 인사가 사석에서 말했다. “춘천을 위해 육동한이 당선된 것이 다행이다.” 육 당선인은 춘천을 살리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차기 지방선거에 나설 인사들은 로고송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필자는 서울 유권자이지만 MS투데이에서 정치 분야를 맡고 있어 도지사·춘천시장선거 후보들의 선거운동에 집중했다. 다른 후보들은 낯설고 생소했다. 그런데 이름과 기호까지 기억하는 강원도의원선거 후보가 있다. 장학사거리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탓이다.

    “우리 모두 다 같이 뽑아요 양숙희/중략/우리 모두 다 같이 기호 2번 선택해/우리 모두 다 같이 양숙희 기호 2번/중략/기호 2번 양숙희, 기호 2번 양숙희, 기호 2번 양숙희, 기호 2번 양숙희”

    ‘기호 2번 양숙희’는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시·도의원선거 후보들의 공약을 아는 춘천시민은 드물 것이다. 후보들은 이름과 기호를 널리 알려야 한다. 초등학생들이 유세차를 따라가면서 ‘기호 2번 양숙희’를 외치는 모습을 보았다. 곡과 가사가 동심까지 파고들었다. 대개 곡조만 크게 들리고, 이름과 기호가 묻히는 다른 후보들보다 전술이 좋았다. 로고송 덕분일까, 국민의힘 바람 때문일까. 양숙희는 선거에서 이겼다. 벤치마킹할 만한 로고송 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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