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손흥민 보유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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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은 손흥민 보유 도시다

    ■윤수용 콘텐츠 2국장

    • 입력 2022.06.09 00:01
    • 수정 2022.11.09 14:47
    • 기자명 윤수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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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출신 한해동 작가가 효자동 건물 외벽에 그린 손흥민 선수 벽화(왼쪽)와 손 선수 모교인 부안초등학교에 걸린 축하 현수막.(편집=박지영)
    춘천 출신 한해동 작가가 효자동 건물 외벽에 그린 손흥민 선수 벽화(왼쪽)와 손 선수 모교인 부안초등학교에 걸린 축하 현수막.(편집=박지영)

    대한민국 축구는 춘천 전성시대다. 미시적으로 보면 춘천에서도 후평동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6월 모의고사 첫 승리를 이끈 손흥민과 황희찬 모두 춘천시 후평동 출생이다. 손흥민은 1992년 7월 8일, 황희찬은 1996년 1월 26일 춘천 후평동에서 태어났다. 두 선수는 지난 6일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승리골을 선사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다. 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맹활약 중이란 공통점도 있다. 4년 터울의 선후배지만 평행이론의 주인공이다.

    춘천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 2명을 동시대에 배출한 도시다. 우리는 그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공간에서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 언론들은 선수 가족 인터뷰에다 팩트체크까지 동원해 두 선수의 인연에 감탄을 연발하고 있다. 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은 이날 센추리클럽에도 공식 가입했다. 센추리클럽은 공식적인 타이틀은 아니다. 하지만 축구 국가대항전인 A매치 100경기 출전을 의미하는 기록인 만큼 국제축구연맹(FIFA)은 별도로 관리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의 징표이자 영광의 훈장이다. 손흥민은 지난 2일 브라질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체육인이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훈장인 '청룡장'을 가슴에 달았다.

    올 시즌 손흥민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씹어먹었다. 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은 유럽대륙 5대 프로축구 리그로 확대해도 월드 클래스다. 유럽 프로축구 리그 시즌이 종료됐지만, 손흥민은 전 세계의 주목을 지속해서 받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FIFA 6월 A매치가 증명의 현장이다. 대한민국 남자 축구팀은 카타르 월드컵에 대비한 집중 모의고사로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 이집트 등과 4연전에 나서고 있다. 이번 A매치가 가진 의미가 큰 이유는 세계 축구의 중심 선수로 연착륙한 손흥민과 네이마르, 살라흐 등 1992년생 동갑내기 슈퍼스타 삼총사가 축구의 향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의 안방에서 말이다.

    축제의 현장은 춘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2 손흥민 국제 유소년 친선 축구대회가 8일 춘천시 동면에 있는 '손흥민 체육공원'에서 개막했다. 앞서 지난달 손흥민은 고향인 춘천을 방문했다. 손흥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랜만에 오니까 좋다’라는 글과 SON축구아카데미 전경 사진을 올렸다. 이어 그는 “자주 오지 못해 미안하지만,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너희들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한다”며 고향 후배들을 응원했다. 올 시즌 종료 후 국내 첫 일정의 목적지가 춘천이라는 점에서 그는 ‘제2의 손흥민'을 꿈꾸고 있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자긍심과 추억을 선사한 것이다. 춘천 축제의 중심인 손흥민 체육공원의 건립 비용은 170억원이다. 유망주 화수분의 랜드마크다. 정부는 물론 춘천시 예산 없이 손흥민 가족 자비가 알토란같이 투입됐다. 참으로 통 큰 결정이다. 막국수와 닭갈비의 고장 춘천은 손흥민이란 유무형의 자산을 보유한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도시가 됐다.

    호반의 도시 춘천은 ‘손세이셔널’(Sonsational) 기대 효과로 연일 함박웃음이다. 그의 고향 사랑은 동갑내기 월드클래스 슈퍼스타로 A매치를 위해 방한한 네이마르와 살라흐와 많이 닮았다. 네이마르는 사회공헌 원칙이 확고한 스타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브라질 상파울루에 8400㎡ 규모의 스포츠센터를 건립했다. 이 스포츠센터는 형편이 어려운 2500명의 어린 학생도 후원하고 있다. EPL 공동 득점왕 살라흐는 이집트의 고향 마을에 병원과 학교를 짓는 데 돈을 보탰다. 또 카이로의 병원에는 소아암 환자를 위한 의료 장비 구매에 50만 파운드(약 7억 7천만원)를 기부하는 등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 춘천시민은 손흥민을 보유한 도시에 살고 있다. 우리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의 선행을 지구촌 시민들과 동등하게 직접 체험하고 있다. 또 특별한 경험을 현재진행형으로 누리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우리는 손흥민 보유국’을 자랑한다. 국수주의나 민족주의에서 출발한 ‘국뽕’을 넘어 기분 좋은 수사다. 춘천은 손흥민을 보유한 도시다. 필자는 지구촌 어느 도시도 보유하지 못한 손흥민이란 자산의 소중함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이번 6.1지방선거에서 수장 자리에 착좌하고 금배지를 달은 위정자들에게 고한다.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한다. 우선 손흥민 테마거리, 손흥민 역, 그리고 손흥민 축구장 등은 좋은 시발점일 수 있다. 사실 이런 목소리는 지난 2017년 지역 정치권에서 등장했다가 용두사미가 됐다. 손흥민의 모교인 부안초교 인근과 손흥민 체육공원 등을 연계한 특화 거리 조성은 당장 현실성이 높다. ‘한국인 EPL 1호’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심장 박지성의 이름을 명명한 도로는 이미 17년 전에 탄생했다. 도로 이름은 ‘동탄지성로’다. 경기도 화성시와 수원시를 잇는 5.9㎞ 구간이다.

    필자는 두 달 전 탄생 100주년을 맞은 권진규 조각가에 대한 춘천의 무관심을 통한(痛恨)의 글로 읍소했다. 손흥민은 권진규처럼 어느 순간 다른 도시에 서 있을 수 있다. 원주가 낳은 세계적인 역도 스타 장미란도 2007년 “더 나은 환경과 시설에서 운동하고 싶다”며 고향을 떠났다. 지난해 10월 손흥민의 부친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이사장은 그의 에세이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다 아버지는 아닙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개똥밭에 구르든 불구덩이에 뛰어들든 자식을 위해 끝없이 책임을 지고 사랑을 쏟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세상의 그 무엇보다 무거운 무게를 견뎌내야 겨우 아버지가 됩니다.”며 자식 사랑을 피력했다.

    이제는 우리 춘천의 차례다. 춘천은 손흥민에게 부정(父情)을 실천해야 한다. 손흥민이 춘천에서 보낸 유년시절을 반추할 수 있도록 우리는 스카우트에 나서야 한다. 아니 유혹을 해야 한다. 춘천이 동량(棟梁)의 화수분 도시로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춘천시민과 이번 6.1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위정자들에게 간곡히 당부한다. 전철을 밟지 말길 바란다. 세 치 혀에서 나오는 수사는 필요 없다. 소중한 우리의 도시 춘천을 오염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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