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캐치] 2. 관리하는 남자들의 성지 ‘바버숍’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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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 캐치] 2. 관리하는 남자들의 성지 ‘바버숍’을 아시나요?

    남성 머리 특화 서비스 제공하는 '바버숍' 열풍
    쇠퇴한 이용업계, 트렌디한 바버숍으로 새바람
    춘천서도 바버숍 확산 중, 남성들 관심 높아

    • 입력 2022.05.22 00:02
    • 수정 2022.05.24 00:01
    • 기자명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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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를 쫓는 것은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트렌드를 알고 선호하지 않는 것과 몰라서 쫓지 못하는 것은 다르다. 요즘 떠오르는 문화나 취향을 파악한다면, 독자 여러분의 선택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더불어 트렌드는 경제적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창이기도 하다. MS투데이는 춘천지역에서 떠오르는 트렌드를 연중 기획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미(美)에 관심을 가지는 남자들이 부쩍 늘었다.

    패션과 미용 등에 관심이 높은 남성을 뜻하는 ‘그루밍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어원이 되는 ‘그루밍’은 마부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 말끔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남성 그루밍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시장에서도 ‘남성 전용’이 붙은 상품들이 쏟아졌다. 스킨 케어 시장이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특유의 진한 향을 뿜는 화장품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남성의 특성상 여성과 다른 모공의 크기나, 피부 두께 등을 고려한 수많은 제품이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품과 비교해 미를 위한 남성 전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은 한정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미용실이나 네일샵 등이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과 외모에 투자하는 남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 심리적 장벽이 높은 남성도 상당하다.

    대학생 이모(24)씨는 “미용실에 가면 저를 포함한 남자 손님들은 아무 말도 없이 보통 10~15분 정도에 커트만 하고 나온다”며 “옷을 꾸며 입거나 피부 관리를 받으면 이상하게 보는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성 헤어스타일에 전문점을 표방하는 ‘바버숍(BARBER SHOP)’의 인기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외모를 가꾸는 남성이 늘어나면서 바버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정원일 기자)
    외모를 가꾸는 남성이 늘어나면서 바버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정원일 기자)

    미용사들과 다르게 바버숍에서 일하는 이들을 통칭하는 ‘바버’는 이용사로 구분된다. 얼핏 보면 비슷한 직업이지만 엄연히 차이가 있다.

    공중위생관리법 제2조는 미용업을 ‘손님의 얼굴, 머리, 피부 및 손톱·발톱 등을 손질하여 손님의 외모를 아름답게 꾸미는 영업’이라고 정의한다. 반면, 이용업은 ‘머리카락 또는 수염을 깎거나 다듬는 등의 방법으로 손님의 용모를 단정하게 하는 영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용사가 파마, 염색 등 화학적 시술이나 드라이 등을 통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면, 이용사의 경우 여기에 면도, 소독 등 ‘깔끔함’에 기반을 둔 스타일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미용사는 여성, 이용사는 남성 중심의 직업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사실 그동안 미용업과 비교해 이용업은 쇠퇴의 길을 걸어왔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 고객들까지 흡수하며 영역을 넓혀온 미용실과 달리, 이발소는 퇴폐업소의 이미지까지 얻으며 발길이 끊겼다. 실제로 본지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9일 기준 춘천지역 영업 중인 미용 업체는 총 1091곳이었지만, 이용 업체는 미용업체 8.2%인 90곳에 그쳤다.

    그러나 바버숍의 등장으로 이용업계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의 바버숍은 남성의 두상에 맞는 스타일을 제안하고, 이에 맞춰 커트뿐 아니라 면도와 눈썹, 두피 관리 등 남성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본지 취재진이 방문한 석사동의 ‘맥코이 바버숍’도 남성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 중 하나다. 커트 가격이 통상 미용실의 2배 정도인 3~4만 원대에 형성하고 있음에도 한 달 평균 250~300명의 손님을 받는다.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에는 남성 특화의 감도 높은 커트 실력이 한몫한다.

    맥코이 바버숍을 운영하는 정초희(35) 대표는 “두상에 굴곡에 따른 커트와 라인 처리, 옆머리에 섬세한 명암(페이드)을 표현하기 위해선 남성의 머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춘천 석사동에 있는 맥코이 바버샵을 운영하는 정초희(35)씨. (사진=정원일 기자)
    춘천 석사동에 있는 맥코이 바버샵을 운영하는 정초희(35)씨. (사진=정원일 기자)

    맥코이는 ‘진짜’라는 뜻으로 맥코이 바버숍을 한국어로 풀면 진짜 이발소라는 뜻이다.

    정 대표도 바버숍 안에서는 ‘바버 맥코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진짜를 강조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더하는 ‘클래식’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정 대표는 “과거 이발소가 일제 강점기 때 들어온 문화라면, 바버숍은 유럽에 그 근본이 있다”며 “좋게 말하면 클래식, 나쁘게 말하면 올드하다고도 하지만, 옛 시대의 멋을 기반으로 시대의 변화에 맞는 트렌드를 조금씩 가미시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단순 커트 이외의 서비스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기존의 미용실의 남성 커트 시간이 15분 정도였다면, 이곳은 낮은 회전율에도 불구하고 손님 1명당 1시간이 소요된다. 시간당 가격을 따져보면 3~4만원의 가격대가 비싼 것은 아닌 셈이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맥코이 바버숍에서 커트를 체험했다. 우선 스타일 상담을 시작으로 커트, 두피 각질 관리(스켈프), 헤어 라인 면도, 뜨거운 수건으로 모공을 열어주는 서비스, 애프터셰이브, 샴푸, 스타일링 순으로 기존 미용실과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눈에 띄었다.

    인테리어도 눈을 사로잡는다. 미용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잡지 대신, 빈티지함이 묻어있는 오브제들로 가득 채워져 ‘감성’을 사뭇 더한다.

    매장 안에 놓여있던 ‘위스키’도 마초적인 느낌을 더했다.

    정 대표는 “위스키를 마시면 피부에 열이 올라와 면도할 때 칼날이 더 잘 밀리고 손님들의 긴장을 이완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온전히 편안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맥코이 바버숍에 놓여있던 주류. (사진=정원일 기자)
    맥코이 바버숍에 놓여있던 주류. (사진=정원일 기자)

    정 대표는 바버숍 운영뿐 아니라 춘천지역을 시작으로 강원도의 바버숍 문화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렸을 때부터 가까운 친구였던 백종두(35)씨와 함께 옥천동에 ‘강원이용학원’을 열어, 강원지역 이용사의 양성을 돕고 있다. 백씨도 춘천에서 '노벨바버숍'을 운영하는 바버다. 

    지역 내 이용사가 늘어 바버숍이 많아지면, 창업자로서 안 좋은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자신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저는 실력에 자신감이 있다”며 “경쟁사가 많이 생겨서 손님을 잃으면 그건 자신을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이어 “문화와 기술을 독식하기보다는 공유하고, 강원지역에서 실력 있는 사람들을 배출하고자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정원일 기자 one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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