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캐치] 1. ‘아아’는 이제 그만!⋯에스프레소 ‘원샷’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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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 캐치] 1. ‘아아’는 이제 그만!⋯에스프레소 ‘원샷’이 대세?

    에스프레소, 쓰다는 통념 깨고 트렌드로 변모
    춘천서도 에스프레소 바 생기며 관심 높아져

    • 입력 2022.05.21 00:02
    • 수정 2022.05.23 00:08
    • 기자명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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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를 쫓는 것은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트렌드를 알고 선호하지 않는 것과 몰라서 쫓지 못하는 것은 다르다. 요즘 떠오르는 문화나 취향을 파악한다면, 독자 여러분의 선택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더불어 트렌드는 경제적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창이기도 하다. MS투데이는 춘천지역에서 떠오르는 트렌드를 연중 기획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최근 에스프레소 바가 커피 애호가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정원일 기자)
    최근 에스프레소 바가 커피 애호가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정원일 기자)

    에스프레소가 국내 커피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카페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로 꼽히는 에스프레소는 그동안 심리적 장벽이 높았다. 이는 손바닥에 올릴 수 있을 만한 크기의 데미타세(에스프레소 전용 잔)에 서빙되는 모습과 양에 놀라고, 강렬한 쓴맛에 도전 실패를 경험한 손님들이 적지 않아서다.

    그러나 최근에는 에스프레소를 주력 메뉴로 내세우는 ‘에스프레소 바’가 유행을 따르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스프레소 바는 각종 시럽 등 기교를 최소화하고 질 좋은 원두와 섬세한 추출을 통한 커피 본연의 ‘맛’으로 경쟁하며, 애호가들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지가 네이버 데이터 랩 검색어 트렌드를 통해 최근 5년간 검색량 추이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부터 ‘에스프레소 바’에 대한 검색량이 수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프레소 바 5년 간 검색량 추이. (사진=네이버 데이터랩 화면 갈무리)
    에스프레소 바 5년 간 검색량 추이. (사진=네이버 데이터랩 화면 갈무리)

     

    에스프레소 바에 관한 관심의 배경으로는 커피가 꾸준히 국민 음료로 소비되면서 ‘맛’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점이 꼽힌다.

    단순 아메리카노를 넘어 스페셜티 커피나 핸드드립 커피를 제공하는 곳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빠른(express)’이란 어원에서 나온 에스프레소는 최소한의 시간으로 만족을 극대화하려는 현대인들의 입맛과도 잘 맞는 음료다.

    에스프레소 바에 방문하는 이들은 스탠딩 바와 작은 테이블 몇 개만으로 꾸민 공간에서 ‘원샷’으로 진한 커피 풍미를 즐긴다.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공간 값’을 내고 오랫동안 카페에서 머무르는 국내 기존 카페 산업과는 대척점에 있는 셈이다.

    최근 SNS에서는 에스프레소 잔을 쌓아둔 사진을 올리는 것이 ‘놀이’가 됐다. 당장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만 검색해보더라도 잔을 겹겹이 탑처럼 쌓아 올린 수많은 사진을 볼 수 있다.

    춘천에서도 몇몇 에스프레소 바들이 생기면서 에스프레소 문화가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춘천지역에서 탄생한 첫 에스프레소 바인 ‘오이트 에스프레소 바’는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오이트 에스프레소 바는 옥천동 춘천시청 인근 햇살이 잘 드는 33㎡(10평) 남짓의 공간에 자리 잡았다. 주방을 제외하면 손님을 위한 공간은 이 중 절반 이하지만, 평일에도 평균 60건 이상의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소비자들의 꾸준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오이트 에스프레소 바를 운영하는 윤대성 대표. (사진=정원일 기자)
    오이트 에스프레소 바를 운영하는 윤대성 대표. (사진=정원일 기자)

    오이트 에스프레소 바의 윤대성(32) 대표는 에스프레소의 경쟁력으로 ‘맛’을 꼽았다.

    오이트의 에스프레소에는 국내 1호 스탠딩 에스프레소 바로 꼽히는 리사르커피의 원두가 쓰인다. 윤대성 대표는 “맛있는 커피를 접하게 되면 다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의 커피 수준이 높아지면서, 그 근본에 있는 에스프레소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프레소는 맛없다는 편견도 있다. 하지만 윤 대표는 “에스프레소가 쓰기만 한 음료라는 생각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Objects In The Espresso’의 첫 글자를 딴 상호 오이트(OITE)에 기존 에스프레소를 '거부한다'는 뜻을 가진 Object가 들어간 이유기도 하다.

    국내 에스프레소 문화는 본고장인 이탈리아가 아닌 미국과 일본을 거쳐서 들어왔다. 이는 유럽에서는 보기 어려운 에스프레소에 물을 탄 ‘아메리카노’가 우리나라에선 가장 보편적인 커피가 된 이유기도 하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커피 머신이나 원두, 분쇄 정도, 추출 시간 등도 아메리카노에 맞게 세팅돼왔다. 에스프레소는 시간에 따라 '단맛→신맛→쓴맛' 순으로 추출된다. 이에 따라 리스트레토, 에스프레소, 룽고라는 이름으로 구별하기도 한다.

    그동안 많은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씁쓸한 맛이 지배적인 아메리카노에 들어가는 에스프레소 샷을 그대로 줬다. 이를 마시면 당연히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윤 대표의 설명이다.

    반면 다양한 변수를 조정해 섬세하게 내린 에스프레소는 쓰다는 편견을 가볍게 깬다. 오히려 달콤함과 산미, 씁쓸함 등 입체적인 맛을 낸다. 이 때문에 에스프레소 바에 처음 온 소비자들이 예상 밖의 맛에 놀라는 일도 종종 있다.

    최근 에스프레소 바를 처음 방문해봤다는 시민 이모(32)씨도 “에스프레소는 쓴 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윤 대표도 이상적인 에스프레소의 맛으로 “단순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좋은 에스프레소에는 혀로 느낄 수 있는 5가지 맛인 단맛, 쓴맛, 신맛, 짠맛, 감칠맛 중 짠맛만 빼고 모든 맛이 다 들어있다”고 강조했다.

    이 중 특별히 좋아하는 맛이 있다면 취향에 따라 설탕이나 크림 등을 넣어 다양한 변주를 준 메뉴를 선택할 수도 있다. 로마노(에스프레소와 레몬)와 콘판나(에스프레소와 휘핑크림), 피에노(에스프레소와 크림, 카카오 토핑) 등이 대표적이다.

     

    레몬 조각이 들어가 있는 '로마노'. 레몬 조각으로 밑에 깔린 설탕을 저어먹으면 된다. (사진= 정원일 기자)
    레몬 조각이 들어가 있는 '로마노'. 레몬 조각으로 밑에 깔린 설탕을 저어먹으면 된다. (사진= 정원일 기자)

    윤 대표도 에스프레소를 내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최상의 맛’이 아닌 ‘일정한 맛’을 꼽았다.

    겉보기엔 단순할 수 있지만, 온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위해서는 수많은 변수의 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도징링'이나 '디스트리뷰터' 등 다양한 기구들을 쓰는 것도 잔당 들어가는 원두의 양과 추출 과정에 가하는 압력 등을 일정하게 하기 위함이다.

    윤 대표는 “커피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며 “최근 직원도 고용했는데 직원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틈틈이 공부 중”이라고 전했다.

    커피도 그렇지만, 서울에서 자란 윤 대표에게 춘천에서의 창업 자체가 도전이기도 하다.

    윤 대표는 춘천에서 창업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 “특별한 이유는 없다”면서도 “단지 여행을 종종 오던 춘천에서 발견한 서울에 없는 여유와 사람들의 호의 등이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정원일 기자 one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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