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단골 옷가게를 지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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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단골 옷가게를 지키려면

    • 입력 2022.05.19 00:01
    • 수정 2022.11.09 14:48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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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소상공인들이 대형쇼핑몰 입점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지역 경제계가 '온의동 아웃렛' 이슈로 뜨겁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 소상공인들이 대형쇼핑몰 입점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지역 경제계가 '온의동 아웃렛' 이슈로 뜨겁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최근 춘천 경제계의 화두는 온의동 주상복합 아파트에 들어설 아웃렛이다. 온의동 주상복합에 대형쇼핑몰 입점이 예고됐고, 지역 상권은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모다이노칩이 시에 제출한 ‘춘천 센트럴타워 푸르지오 프리미엄몰’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사업자 측은 당초 영업 개시일을 올해 5월 4일로 예고했으나 지역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과의 상생 협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며 사업 진행이 멈췄다.

    대형쇼핑몰이 주상복합 내 지하 1층~지상 2층에 들어설 예정이며 매장 면적은 2만5063㎡다. 시행사의 일반분양을 통해 개설자가 절반 이상의 면적을 보유하고 임대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점포 수는 220곳, 추산된 예정 종사자 수는 520명에 달한다. 주로 의류, 스포츠, 신발, 속옷 등의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이다.

    사업 대상지는 춘천의 신흥 주거지역으로 손꼽히는 온의동의 중심이다. 상권영향평가서 내 상권의 경쟁 현황으로 거론된 전통시장만 중앙시장, 남부시장, 제일종합시장, 풍물시장 등 4곳이다. 이 평가서에 “1㎞ 이내 인접한 기존 의복 소매업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언급돼있어 지역 소상공인에게는 밤잠을 설칠 정도로 큰 걱정거리다.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에서는 상권영향평가서 작성 시 대규모 점포의 경우 그 경계로부터 반경 3㎞ 이내에 대해 상권 영향을 분석해 제출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대형 쇼핑몰이 인접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서울, 경기 파주‧고양 등을 대상으로 대형쇼핑몰 출점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쇼핑몰이 들어선 이후 인근 소상공인의 월평균 매출은 1348만원(46.5%), 일 평균 방문고객 수는 22명(40.2%) 각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복‧신발‧가죽제품 업종은 월 매출이 2351만원(53.0%) 감소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춘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대형쇼핑몰이 들어오면 지역 자본의 역외유출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춘천의 일자리 감소와 구매력 약화 등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춘천 내 전통시장 8곳과 상점가 5곳의 상인회로 구성된 춘천상업경영인연합회에서는 아웃렛 개설에 대한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당사자인 풀뿌리 조직들의 처절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춘천지역 경제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에도, ‘지역 대표 경제단체’임을 자처해온 이익단체들은 침묵하고 있다. 이 무관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춘천상공회의소(이하 ‘춘천상의’)는 1941년에 창립돼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법정 경제단체다. 상공회의소법에 의해 관리 감독을 받으며, ‘관할구역의 상공업계를 대표하여 그 권익을 대변하고 회원에게 기술과 정보 등을 제공하여 회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높임으로써 상공업의 발전을 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립 목적을 규정하고 있다.

    광업, 제조업,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공급업, 건설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운수‧창고업 등 상공업자는 관할 지역 상공회의소의 회원이 될 수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매출세액 2억5000만원 이상에 해당한다면 당연회원이 된다.

    법정 단체의 지위를 가지고, 상공업계를 대표해야 할 춘천상의가 지역 실물경제의 가장 큰 사안에 침묵하고 있다. 일부 회원사를 중심으로 “회비를 받아 상의가 하는 일은 보여주기식 업무협약을 맺는 것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상사중재(商事仲裁)와 관련한 국내외 관계 기관과의 협력’, ‘경제 윤리의 확립과 상도의(商道義)의 앙양’ 등은 법령에 명시된 상공회의소의 역할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플랫폼 빅카인즈를 통해 지난 1990년부터 이달 17일까지 중앙 일간지 5곳, 경제지 2곳, 지역 일간지 2곳에서 생산한 ‘춘천상의’ 관련 기사의 키워드 분석을 실시했다.

    인명‧지명을 제외하면, 춘천상의 관련 기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기념식’, ‘건의문’, ‘간담회’ 등이다. 2000년대 고속로도 통행료 인하를 두고 관련 기사가 쏟아졌던 탓에 이와 관련된 키워드가 일부 비중을 차지했으나, 대부분은 ‘정기의원 총회’, ‘감사패’, ‘단체장’ 등 행사와 관련된 단어로 구성됐다. 상공인의 의견을 수렴해 공론화하기보다는 ‘행사’에 초점을 둔 단체의 행보가 여실히 드러난다.

    춘천과 인구 규모가 비슷한 여수(27만5812명), 익산(27만6666명)의 상의 활동과 비교하면, 지역 경제 밀착적 행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수상의는 노점상 노후 의자 교체, 전통시장 이용객 장바구니 카트 무료 나눔 캠페인 등을 진행하며 지역 상권 이용을 유도해 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수요 시장 확보, 물류‧관광‧생활권의 광역화 등을 위해 순천상의‧광양상의와 공동으로 여수공항 국제선 부정기 운항에 대한 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분기별 지역 경제 동향 보고서도 자체 발간한다. 익산상의는 홈페이지에 ‘업계 동향’ 카테고리를 만들어 지역 상공인들의 소식을 밀착적으로 전하고 있다.

    춘천상의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이 독립적인 생활경제권으로 자립 면모를 갖춰 나갈 수 있도록 상공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며 지역 상공인의 권익 보호를 약속했다.

    춘천에서 우리 이웃이 운영 중인 옷가게는 606곳, 신발 가게는 245곳에 달한다. “지역 상권의 존립 여부가 달린 사안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울부짖던, 명동의 한 옷가게 사장님의 절규가 무색해진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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