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은 성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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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의 연예쉼터]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은 성공했을까?

    • 입력 2022.05.18 00:00
    • 수정 2022.05.18 11:26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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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5년 만에 부활했던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이 최근 32부작으로 마무리됐다. 태종 이방원은 시청자에게 어떤 모습으로 각인됐을까? 이 드라마는 무엇을 남겼을까? 앞으로 대하사극은 KBS에서 계속될 수 있을까?

    ‘태종 이방원’이 끝난 시점에서 이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것은 이런 문제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태종 이방원’은 이방원(주상욱 분)을 새롭게 바라보겠다는 의도를 담고 그런 관점에서 제작됐다. 강력한 카리스마 군주로서의 이방원이 아니라, 인간 이방원을 보여주려고 했다. 전자가 ‘용의 눈물’이었다면, 후자는 ‘태종 이방원’이었다.

    그러다 보니 고뇌하는 인간으로서의 이방원,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대립과 갈등 등이 관전 포인트였다. 이를 이방원은 “내가 바라는 것은 가문을 넘어서는 국가”라고 말했다.

    과거 같으면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과 권력 장악, 새 왕조 조선의 건국, 그리고 2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 이를 통한 이방원의 부상과 조선 3대 왕으로서의 통치가 중요했겠지만 ‘태종 이방원’은 그렇지 않았다.

    초반에는 오히려 태조 이성계(김영철 분)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예지원 분)와 방원의 권력 장악에 절대적으로 기여하는 아내 민씨(원경왕후, 박진희 분)의 역할이 많았다. ‘걸크러쉬’라 할 만했다. 신덕왕후가 자신의 아들 방석을 왕세자로 만드는 등 작업을 착착 진행해 나갔다. 어느덧 아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태조 이성계는 권력의지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민씨도 조선을 건국해가는 과정부터 이방원의 뒤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권력을 장악한 아버지 이성계 밑에서 아무 역할을 맡지 못한 남편 방원에게 민씨는 “이제부터는 칼로 적을 베는 것이 아니라 붓으로 베어야 하는 시국”이라고 말한다. 이후에도 민씨는 남편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감정부터 앞서는 등 균형감각을 발휘하지 못하는 방원의 정치 코치를 자임했다.

     

    주상욱도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정몽주와 정도전이 죽는 것보다 신정왕후 강씨, 원경왕후 민씨 등 집안 사람들과 얽힌 관계가 훨씬 더 반응이 좋았다. 그런 점에서 인물의 내면을 주변 인물과의 관계 속에서 풀어간 것은 사극의 현대화라는 측면에서도 잘한 것 같다.

    하지만 여흥 민씨 집안 사람들, 며느리 집안인 청송 심씨 집안 사람들과의 관계를 디테일하게 끌고 가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가령 상왕인 태종 이방원이 명나라에 사신으로 가고 있는 장인 심온을 돌아오라고 해 고신(拷訊 고문) 후 사약을 먹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건너뛴 장면이다.

    왕이 된 후 방원과 아내 민씨와의 관계 등도 더 풀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민씨가 “전하가 권력을 잡는데 제 지분이 50%는 됩니다”라고 했는데도, 태종은 막무가내였다. 권력은 하나라고 생각했다.

    방원이 민무구-무질 등 처남들을 죽이고, 장인 심온을 사회적으로 사망하게 할 정도라면, 아내와의 관계에서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이렇게까지 처가와 권력다툼을 벌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물론 자세한 사료는 없다. 유추하고 해석하고 상상해 틈새를 메워야 하는 게 작가다. 그렇지 못하면 부부간의 대립 양상만 강하게 부각될 뿐이다.

    그럼에도 ‘태종 이방원’은 기존과는 다른 방원의 이미지를 구축해 새로운 관점에서 방원을 바라볼 수 있게 한 것 같다. 사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공적인 인물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현재의 지도자나 관리자에게도 피할 수 없는 사안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선 공직자라면 더욱 뜨끔하고 리얼하게 느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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