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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한 ‘한림대 닭갈비 골목’ 살리기, 사장님들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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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체한 ‘한림대 닭갈비 골목’ 살리기, 사장님들 뭉쳤다

    '말탕개미' 역사 깊은 한림대 닭갈비 골목
    코로나 이후 대학생 수요 줄자 상권 타격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골목상권 조성 목표
    소상공인 협의체 구성해 자체 브랜드 기획

    • 입력 2022.05.17 00:02
    • 수정 2022.05.18 16:40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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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유동인구가 줄어든 춘천 한림대 인근 닭갈비 골목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 자영업자들이 뭉쳤다. 이들은 협업체 구성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골목상권 살리기에 나섰다.

    춘천 한림대 닭갈비 골목 상인들로 구성한 ‘후평동 뒤뜰’은 최근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의 ‘사회적 경제·소상공인 협업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협업체를 구성하고 자체적인 상권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상권의 구성원들이 직접 논의를 통해 사회적 경제의 아이디어를 접목하고 지역 밀착형 골목상권을 살려보자는 취지다.

    유기농 발효 전문 제과점인 살루떼 베이커리의 김지영 대표가 기획을 맡았다. 또 대왕닭갈비(대표 이은희)와 신세대닭갈비(대표 임영환), 춘천별미닭갈비(대표 유인순) 등 닭갈비 가게 3곳과 생과일주스 전문 카페 다인(대표 이현이) 등도 동참했다.

    닭갈비 골목은 20여년 전 삭주로 108번길, 후석로 373번길을 중심으로 형성된 후 코로나19 이전까지 한림대 학생들의 사랑방이었다. 각 학과와 동아리마다 단골 닭갈비 전문점이 있을 정도였다. 식당 외벽에는 현재까지도 한림대 밴드 동아리의 공연 포스터가 걸려있다.

     

    춘천 한림대 닭갈비 골목의 한 식당에 코로나19 이전 열렸던 대학 동아리의 공연 포스터가 걸려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 한림대 닭갈비 골목의 한 식당에 코로나19 이전 열렸던 대학 동아리의 공연 포스터가 걸려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그러나 경춘선을 이용해 외지에서 통학하는 학생이 점차 늘어나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수업 문화가 정착하며, 한림대 학생 수요를 중심으로 한 골목상권의 생존에 빨간 불이 켜졌다.

    팬데믹을 겪으며 일차원적 판로의 한계를 깨달은 상인들이 힘을 합쳤다. ‘먹고 마시며 즐기는’ 골목상권으로 거듭나 집객 효과를 높이려는 시도다. 같은 상권 내 비슷한 규모의 닭갈비 가게가 여럿 있지만,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여기기에 협의체 구성이 가능했다.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가게 5곳과 함께 인근의 칼국수 전문점, 술집, 카페 등 9개 상가도 ‘후평동 뒤뜰’ 프로젝트에 동참할 의사를 밝혀왔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김지영 살루떼 대표가 직접 협업체의 공동 브랜드 기획에 나섰다. 후평동이 가진 뒤뜰의 이미지에 착안해 소상공인을 ‘꽃과 식물’, 골목상권을 '정원'으로 각각 표현했다. 앞으로 협의체에 참여하는 가게가 늘어날수록, 이 꽃의 수를 더 늘리는 방식으로 브랜딩을 진행할 계획이다.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김지영 살루떼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한림대 닭갈비 골목의 공동 브랜딩 작업 초안. 꽃을 통해 후평동의 뒤뜰을 표현했다. (사진=살루떼 제공)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김지영 살루떼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한림대 닭갈비 골목의 공동 브랜딩 작업 초안. 꽃을 통해 후평동의 뒤뜰을 표현했다. (사진=살루떼 제공)

    이들은 골목상권 내에서 공동 사용이 가능한 쿠폰 발행을 계획 중이며, 올해 가을에는 3곳의 식당이 협업해 야외 닭갈비 축제를 개최하는 것이 당면 목표다. 각 가게의 위치를 표현한 그림지도도 함께 제작 중이다.

    한림대 닭갈비 골목만의 대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베이커리와 닭갈비 전문점이 공동으로 닭갈비 빵을 개발하고 있다. 제품은 살루떼의 유기농 치아바타 속에 닭갈비와 채소를 넣어 로컬 상권의 특징을 살리려는 시도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닭갈비 골목이 위치한 상권은 과거 ‘말탕개미’로 불렸다. 현재도 ‘말탕개미 공원’이라는 근린공원이 자리 잡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인근에 향교가 위치해, 이 앞을 지나기 위해서는 말에 내려 걸어가야 했던 점에서 지명이 유래했다.

    또 과거 후평동에는 관리들이 말을 갈아타는 ‘역참’이 위치해 이들이 먹고 마실 수 있는 상점이 번성했다고 전해진다. 닭갈비 골목 상인들은 이러한 역사‧지리적 배경에 착안해 로컬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브랜딩 작업을 구상 중이다.

     

    춘천 한림대 닭갈비 골목 상권.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 한림대 닭갈비 골목 상권. (사진=권소담 기자)

    협업체를 이끄는 김지영 살루떼 대표는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머물고 싶은 상권을 만들기 위해 직접 사장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중”이라며 “로컬의 좋은 음식을 함께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풍성한 골목상권이 되길 꿈꾼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조경자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상권의 위기를 겪은 지역 소상공인들이 내부에서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았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자생적인 시도를 통해 지역 상권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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