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벽을 타고 오르는 희망의 넝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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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의 벽을 타고 오르는 희망의 넝쿨

    김대영 작가 초대전 ‘순환-가벼움으로부터’
    넝쿨과 새싹의 조화⋯ 자연의 순환 그려내
    춘천의 입체적인 자연, 작업 방식 변화시켜
    “작품으로 자연보호 필요성 전파하고 싶어”

    • 입력 2022.05.09 00:01
    • 수정 2022.05.09 21:02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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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종환 시인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강상기 시인은 “평지 끝 절망의 벼랑에서”(담쟁이) 꿋꿋이 제 몸을 움직이는 넝쿨을 ‘희망’이라 노래했다.

     

    김대영 작가의 작품 ‘순환-산당화(의자)’. (사진=조아서 기자)
    김대영 작가의 작품 ‘순환-산당화(의자)’. (사진=조아서 기자)

    산당화가 우거진 마른 넝쿨들 사이로 새로 돋아난다. 이 그림은 김대영(63) 작가의 ‘순환’이라는 작품 시리즈의 하나다. 김 작가는 얼키설키 얽힌 넝쿨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의 그림에서 빛바랜 넝쿨은 자칫 생명력을 잃은 ‘절망’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것은 여전히 ‘희망’을 담고 있다.

    어릴 적 뛰어놀던 춘천의 산과 강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는 김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뒤 30여년간 후학 지도와 양성에 힘써왔다. 지난 2013년 고향인 춘천에 돌아와 5년 전부터 넝쿨을 오브제로 생명력, 자연의 순환을 그리고 있다. 

    “팬데믹, 각종 자연재해가 인간의 욕심 때문에 벌어진 재앙 아니겠어요? 우리가 편리함만을 위해 개발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 어느 순간 제 살을 도려내는 것처럼 느껴졌죠. 자연이 자연대로 보존될 때 그 에너지가 엄청난데 말이에요.”

     

    김대영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김대영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우리나라 금수강산을 오방색으로 단순화해 표현하던 이전 작업 방식이 실재하는 자연의 모습을 포착해 그리는 사생화로 변화하는 데는 춘천의 입체적인 자연환경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던 시기 봉의산에서 빛바랜 넝쿨과 움틀 듯한 개나리가 함께 있는 풍경을 보고 자연의 순환을 느꼈다.

    “넝쿨을 벗겨내고 제거해야 할 존재로 생각하지만 자연이라는 건 작은 부분 하나도 함부로 가감할 수 없는 것이에요. 넝쿨 자체는 생명력을 잃은 듯하지만 사실 봄꽃이 새싹을 틔울 수 있는 따뜻한 어머니의 품과 같아요. 동시에 어렵게 움튼 연약한 새 생명이 넝쿨을 헤쳐 나오면서 강인함을 장착하게 만드는 보조자 역할도 하죠.”

     

    김대영 작가의 작품 ‘순환-개나리 224’. (사진=조아서 기자)
    김대영 작가의 작품 ‘순환-개나리 224’. (사진=조아서 기자)

    그의 작품 ‘순환’ 시리즈에서는 흔히 봄을 표현하는 밝고 푸릇한 색상보다 톤 다운된 채도 낮은 색상들이 쓰인다. 빛바랜 듯 그윽한 색감은 셀 수 없이 반복된 순환이 겹겹이 쌓인 시간을 보여준다.

    봉의산, 툇골, 용화산을 자주 찾아 계절의 변화를 관찰한다. 최근에는 외곽을 자주 찾는데 조경 정리를 하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예술가가 사회 속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작품을 매개로 소통하는 것뿐이에요. 작품을 통해 글이나 말보다 효과적으로 자연보호, 자연순환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싶어요.”

    김대영 작가 초대전 '순환-가벼움으로부터'는 오는 30일까지 예담더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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