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어린 시인, 6년간 쓴 詩로 시집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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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살 어린 시인, 6년간 쓴 詩로 시집 냈다

    춘천중학교 1학년 서의겸 시인
    시집 「꿈을 꾸어야 별이다」 출간
    초등학생 6년간 쓴 詩 48편 공개

    • 입력 2022.05.05 00:01
    • 수정 2022.05.06 06:26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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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꿈을 꾸어야 별이다」를 출간한 서의겸 시인. (사진=조아서 기자)
    시집 「꿈을 꾸어야 별이다」를 출간한 서의겸 시인. (사진=조아서 기자)

    “시집 원고를 넘기면서 열세 살에 이미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했던 헤르만 헤세의 말을 떠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어.”

    이운진 시인이 어린 시인에 대한 기특한 마음과 놀라운 마음, 격려의 마음을 담아 쓴 ‘어린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들어 있는 한 문장이다.

    이 편지의 주인공은 서의겸(13) 학생이다. 올해 춘천삼육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춘천중학교에 입학한 소년이자 시인이다.

    7살,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주말마다 자동차 창밖 풍경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노래를 부르던 것이 시작(詩作)의 시작이었다. 지난 3월에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썼던 48편의 시들을 모아 나이별로 묶어 시집 「꿈을 꾸어야 별이다」를 펴냈다.

    ‘어린 시인’이라는 별칭을 듣고 단순히 아이의 순수하고 재미있거나 유치한 시선을 상상했다면 ‘시인’보다는 ‘어린’에 방점을 찍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한두 문장으로 압축 표현한 그의 시들을 읽다 보면 백 마디 글보다 더 많은 말을 떠오르게 한다.

     

    시집 「꿈을 꾸어야 별이다」 표지. 표지 그림은 서의겸 시인의 동생 서윤의 일러스트 작품. (사진=달아실)
    시집 「꿈을 꾸어야 별이다」 표지. 표지 그림은 서의겸 시인의 동생 서윤의 일러스트 작품. (사진=달아실)

    ‘녹슨 쇠’에서는 “녹슨 쇠는 아무도 찾지 않는다/사람도 마찬가지다”며 인간의 쓸모를, ‘뒷모습’에서는 “미소로 친절을 베풀던 사람은/산길을 걷다 넘어져/도토리를 줍던 다람쥐를 걷어찬다”는 인간의 이면을 이야기한다. 또 ‘생각’에서는 “생각하는 나는/살아 있는 것”이라며 철학자 데카르트가 확립한 명제에 다가가기도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이미 ‘내 몸이 시로 이뤄져 있나 보다’ 생각할 정도로 시에 흠뻑 빠져들었어요. 어릴 적부터 마냥 행복하게 뛰어노는 친구들과는 달리 혼자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느낌이었죠.”

    인간 세계에 대한 심오한 물음을 던지다가도 곧장 어린아이의 모습을 되찾는 그의 시는 마냥 밝지도, 마냥 슬프지도 않는 감정의 줄타기를 보여준다. 어린 시인만이 구사할 수 있는 ‘어른 세계 비틀기’도 이 시집의 묘미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금기는 어린 시인의 시 속에서 가볍게 허물어진다.

    그는 다칠 수도 있으니 ‘철조망’에 다가가지 말라는 어른들의 충고에 “하지만 그건 착각”이라며 반기를 든다. 그는 “우린 하나였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철조망도, 모든 편견들도/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오히려 어른들을 반성하게 만든다.

     

    서의겸 시인의 어릴 적 모습. (사진=서의겸 시인)
    서의겸 시인의 어릴 적 모습. (사진=서의겸 시인)

    그는 시를 짓는 과정을 과학 실험에 비유한다. 주제를 생각한 뒤 떠오르는 이미지를 분리하고 그 이미지를 다른 존재로 형상화하는 과정이 물질을 쪼개서 다른 물질로 만드는 과학 실험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그가 자신만의 창작법을 구축한 데에는 시를 쓰는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추석 할아버지와 연날리기를 했던 소중한 추억을 그린 ‘꿈을 날리다’는 연을 잘라서 꿈을 날려 보내자는 할아버지의 말씀에서 영감을 얻었다.

    떨어진 연을 보고 “꿈이 너무 무거웠나 보다”하고 털어 넘기는 의연함에서 할아버지에게 시뿐만 아니라 삶의 자세를 배우는 시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할아버지의 영향은 그가 열한 살에 쓴 ‘할아버지께’에서도 잘 드러난다. “나의 빛은 부모님이요/나의 물은 조부모님”이라며 “내가 시를 쓰고 있는 이유는/내가 미래의 빛과 물이 되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삶의 이유와 근원을 일찌감치 깨달은 것이다.

    “사람마다 감정 표현이 다양하잖아요. 운동으로 푸는 사람, 대화를 나누는 사람, 소중한 물건을 끌어안는 사람처럼요. 저는 그게 시였던 것 같아요. 슬프면서도 아련한, 행복하지만 불안한 감정들을 시로 풀어내면서 위로 받고 힘을 얻곤 합니다.”

    48편의 시에서 시인은 “나는 별”(엄마), “난 어린 나무”(어린 나무), “나는 의롭고 겸손하게 자라려는 씨앗”(서의겸) 등으로 그 모습이 다양하게 변모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다. 안주하지 않고 성장하려는 의지.

    “별은 빛나기 때문에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도 보입니다. 빛나지 않으면 존재해도 보이지 않으니 없다고 생각하기 쉽죠. 사람은 꿈을 가져야 별처럼 빛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어요. 꿈을 꾸어야 별인 거죠. 저의 작품이든, 행동이든, 노력이든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서의겸 시인은 2017년 춘천교대백일장 은상, 제27회 파란글 꽃그림잔치 장원, 제15회 대한민국 독도예술제 강원도교육감 대상, 제18회 대한민국 통일문화제 강원도교육감 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기사에 나오는 고딕체는 시집과 시 제목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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