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국수 토크] 상. 어떻게 춘천의 ‘소울(SOUL)푸드’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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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국수 토크] 상. 어떻게 춘천의 ‘소울(SOUL)푸드’가 됐을까

    식당 수·검색량 등 막국수 관련 지표 도내 1위
    소양강댐 건설을 계기로 전국에 입소문 퍼져
    음식 방송에서도 ‘춘천막국수’ 앞다퉈 소개
    이름 유래는 3개 설이 유력…공식자료는 없어

    • 입력 2022.05.07 00:02
    • 수정 2022.05.09 10:54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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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국수는 닭갈비와 함께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시내 어디를 가도 막국수 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 춘천시민에게는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있는 친숙한 음식이다. 하지만 막국수가 어떻게 춘천의 대표 음식이 됐는지, 언제부터 먹어왔는지 등 유래와 발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춘천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울(SOUL)푸드’ 막국수를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막국수는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막국수의 유래와 발전을 살펴보면 춘천과 함께 성장했다. (사진=MS투데이 DB)
    막국수는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막국수의 유래와 발전을 살펴보면 춘천과 함께 성장했다. (사진=MS투데이 DB)

    ▶막국수 1등 도시, 춘천
    소상공인진흥공단 상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상호 이름에 ‘막국수’가 들어간 춘천 내 식당은 총 142곳이 있다.

    해장국·감자탕 90곳, 부대찌개 40곳, 돈가스 28곳, 한정식 25곳 등 끼니 해결을 위해 친숙하게 방문하는 다른 업종의 식당 대부분이 막국수 식당 수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막국수를 함께 판매하는 닭갈비 식당까지 합한다면 총 358곳, 이는 일식(297곳·수산물 전체), 패스트푸드(207곳), 중식(157곳), 양식(124곳)보다도 많다.

    강원도로 범위를 넓혀도 춘천을 ‘막국수 대표 도시’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상호 이름에 ‘막국수’가 들어간 강원도 내 식당은 총 616곳. 이중 142곳이 있는 춘천의 비중이 23.6%로 가장 많다. 이어 원주 11.4%(70곳), 강릉 10.1%(62곳), 홍천 8.8%(54곳), 평창 7.8%(48곳), 인제 6.8%(42곳) 등이었다. ‘춘천막국수’, ‘홍천막국수’와 같이 식당 이름에 지역명이 들어간 통계 역시 춘천이 압도적이다. 춘천은 도내 막국수 식당 31곳의 이름에 포함됐으며 홍천(6곳), 강릉(2곳), 평창·인제(1곳)가 뒤를 이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온라인에서의 관심 또한 춘천이 1위다. 네이버 포털에서 지난 4월 한 달 동안 ‘춘천막국수’는 17720회, ‘강릉막국수’ 16350회, ‘원주막국수’ 5780회, ‘홍천막국수’ 3950회, ‘평창막국수’ 2860회 등이 키워드로 검색됐다. 이처럼 춘천은 식당 수와 비율, 온라인 관심도 등 막국수와 관련된 대부분 현황에서 도내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춘천 대표 음식이 되기까지
    춘천시에서 발간한 ‘춘천백년사’에서는 ‘춘천막국수’의 탄생 시기를 을미사변(1895년) 이후로 보고 있다. 당시 춘천은 일본의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단발령 강제 시행에 분개해 의병이 봉기한 주요 지역 중 하나였다. 일본군의 토벌을 피해 의병과 그 가족들이 산으로 거처를 옮겼고, 화전을 일궈 메밀과 콩 등을 재배했다. 이후 생계를 위해 번화가로 내려와 식당을 차려 메밀로 만든 국수를 팔기 시작한 것이 시초로 전해진다.

    ‘춘천막국수’가 유명세를 치르게 된 계기는 여러 의견을 종합했을 때 1967년부터 1973년까지 이뤄진 소양강댐 공사다. 싼 가격에 간편히 먹을 수 있는 막국수를 전국에서 온 수많은 노동자가 즐겨 찾았고, 그 인기에 힘입어 식당이 급격히 늘었다. 춘천에서 ‘막국수’라는 이름으로 첫 영업 등록을 한 소양동 ‘실비막국수’의 개업이 1967년인 점, 상호 이름인 ‘실비(實費)’가 음식에 실제로 들어간 비용만큼만 받아 이윤 없이 싸게 판다는 이유에서 붙여진 점으로도 유추할 수 있다.

    소양강댐은 1967년 4월 착공해 1972년 완공됐다. 여러 의견을 종합하면 이 기간이 ‘춘천막국수’가 유명해진 시점으로 유추된다. (사진=MS투데이 DB)
    소양강댐은 1967년 4월 착공해 1972년 완공됐다. 여러 의견을 종합하면 이 기간이 ‘춘천막국수’가 유명해진 시점으로 유추된다. (사진=MS투데이 DB)

    공사가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간 노동자들이 ‘춘천에서 먹은 막국수’를 알리기도 했으며, 당시 소양강댐을 찾은 정계 인사들이 막국수를 자주 먹고 간 점도 춘천이 막국수 대표 도시가 되는 데 한몫했다.

    이 밖에도 『춘천막국수』 저자 박철호 강원대학교 명예교수는 “춘천은 공무원이 많아 가격 부담이 적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막국수 소비가 꾸준히 이어졌다”라며 막국수의 도시가 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인을 설명했다.

    ▶미디어 속 막국수
    ‘춘천막국수’라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탄생하게 된데는 TV 방송, 책 등 미디어의 역할도 컸다.

    tvN 예능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의 춘천막국수 만들기 체험,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한 멕시코 관광객 5인의 춘천막국수 탐방 등 춘천을 배경으로 한 막국수 이야기는 방송에서 심심치 않게 소개됐다.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소개된 춘천막국수. (사진=각 방송 캡처)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소개된 춘천막국수. (사진=각 방송 캡처)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필독 도서로 꼽히는 허영만 만화가의 ‘식객’ 19권(2008년)에서, 만화 주인공 ‘성찬’과 라이벌 ‘봉주’의 막국수 요리 대결과 함께 강원도 각 지역에 분포된 유명 막국수 맛집과 지역별 차이점 등이 소개돼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19년 12월 방송된 TV조선 프로그램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춘천 밥상편’에서 옛날 방식의 슴슴하고 고소한 맛의 막국수가 닭갈비 등과 소개되며 막국수가 춘천의 대표 음식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막’ 먹어서 막국수다?
    막국수라는 이름이 어떤 이유로 지어졌는지, 언제부터 불려왔는지 등 유래가 적힌 공식자료는 아쉽게도 없다. 다만 국수 앞에 붙은 ‘재료’, ‘시간’, ‘먹는 법’에 따른 세 가지 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메밀의 알갱이와 겉껍질을 분리하지 않고 ‘막’ 섞인 가루로 만들어서(재료) △습도, 온도 등에 예민한 메밀의 성질 때문에 먹기 전에 신속하게 ‘막’ 만들어야 해서(시간) △면의 주재료가 메밀이어서 뚝뚝 끊기는 특징 때문에 젓가락과 숟가락으로 ‘막’ 퍼먹어서(먹는 법) 등의 이유다.

    현재까지 발견된 막국수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 기관지로 발행됐던 신문 ‘매일신보’의 1934년 7월 13일자 ‘평양의 명물 냉면(冷麪) 먹고 1명 사망 10명 중독(中毒)’ 제목의 기사다. 기사에서는 막국수를 ‘메밀에 붙어있는 겉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마구 빻은 가루로 만든 면 요리’라고 칭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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