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천국 춘천] 중. 춘천의 자연에서 먹고 마시다⋯20만 유튜버 ‘캠핑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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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핑 천국 춘천] 중. 춘천의 자연에서 먹고 마시다⋯20만 유튜버 ‘캠핑한끼’

    김종훈 사진작가 '캠핑한끼' 유튜브 활동
    카누로 춘천 호수 여행하며 캠핑에 입문
    영상미, 섬세한 소리로 시청자 오감 만족
    춘천의 자연 캠핑, 영상 통해 간접 체험

    • 입력 2022.04.24 00:01
    • 수정 2022.05.09 10:52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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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울 단단한 얼음을 깨 계곡물에 소주 한 병을 넣어두고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캠핑용 화로에 불을 붙인다.

    두껍게 썬 삼겹살에 소금을 뿌리고 칼집을 낸다. 달궈진 철판에 고기를 올린 후 겉면이 노릇해질 때까지 구워낸다. 한입 크기로 잘라 아직 분홍빛이 도는 고기를 대파와 함께 천천히 익히면 끝. 이제 계곡 얼음물에서 알맞게 온도를 맞춘 소주병을 꺼낼 시간이다.

    ‘아웃도어에서 즐기는 캠핑요리’ 콘텐츠를 선보이는 유튜버 ‘캠핑한끼’에서 가장 조회 수가 높은 ‘숯불 삼겹살 구이’ 영상이다.

    한겨울 자연의 풍경과 지글지글 삼겹살이 익는 장면, 섬세한 고기 굽기 기술과 부딪치는 소주잔의 소리가 만나 예술 작품이 탄생했다. 이 영상은 3년 전 업로드 돼 조회 수 289만회를 넘어섰다.

     

    고기 바비큐 영상은 캠핑한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시리즈 중 하나다. 숯불 삼겹살 구이 영상은 조회수 289만회를 넘어섰다. (사진=캠핑한끼)
    고기 바비큐 영상은 캠핑한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시리즈 중 하나다. 숯불 삼겹살 구이 영상은 조회수 289만회를 넘어섰다. (사진=캠핑한끼)

    캠핑한끼 채널을 운영하는 김종훈(43)씨의 본업은 사진작가다. 유튜브에서는 ‘한끼님’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서울에서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인물 프로필, 상품 등 상업 사진을 다뤘던 그는 춘천에서 카누를 만드는 조선기 카노아 대표와의 인연으로 처음 캠핑에 취미를 붙였다.

    카누로 춘천의 호수와 강 곳곳을 누비며 캠핑 장소를 찾아다녔고, 취미를 기록하는 용도로 2015년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는 보유하고 있던 DSLR 카메라를 활용해 혼자 떠나는 캠핑에서의 풍경을 영상으로 담았다.

    당시에는 캠핑을 주제로 한 국내 유튜버가 많지 않았다. 이후 평소 취미인 요리 실력을 살려 캠핑에서의 한 끼 식사라는 주제에 집중했다. 지난 2019년 2월에는 구독자 10만명을 넘어서며 ‘실버 버튼’ 보유자가 됐다. 이달 기준 구독자 수는 20만9000여명 정도다.

    작가 활동과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병행하던 중, 유튜브에 집중하기 위해 김 작가는 지난 2020년 춘천으로 이주했다.

    덕분에 캠핑한끼 영상 곳곳에는 춘천의 비경이 가득하다. 카누를 타고 춘천의 호수를 가로지르는 영상에는 ‘이곳의 장소가 아마존인지’라고 묻는 댓글도 달렸다.

     

    김종훈 작가는 카누를 타고 호수 곳곳을 탐방하며 캠핑을 시작했다. 사진은 '캠핑한끼' 영상에 담긴 춘천의 호수. (사진=캠핑한끼)
    김종훈 작가는 카누를 타고 호수 곳곳을 탐방하며 캠핑을 시작했다. 사진은 '캠핑한끼' 영상에 담긴 춘천의 호수. (사진=캠핑한끼)

    김종훈 작가가 숨기고 싶을 정도로 멋진 영상의 원천이 되는 장소는 대룡산 활공장이다.

    유튜브 영상에 등장하는 노을 진 저녁 하늘과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 안개 낀 도시 등 대부분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카누를 타고 찍은 춘천의 호수는 강변이나 다리 위에서 바라본 것과 달리 야생적이고 더 울창하다.

    숲이나 산에서 허가받지 않은 취사 행위는 불법이기 때문에, 캠핑요리 레시피 영상은 대부분 허가를 받은 홍천 내촌면의 한 사유지에서 촬영한다.

    캠핑한끼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메뉴는 캠핑요리의 대명사인 바비큐 등 육류다. 하지만 대중이 좋아할 다양한 메뉴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계절감과 트렌드다. 봄철에는 나물과 두릅을 이용한 음식을 선보인다. 가을에는 대하, 겨울에는 석화로 요리한다. SNS에서 유행하는 식재료를 캠핑 환경에 맞춰 재해석하기도 한다.

     

    춘천의 카누 대여 업체 카노아(대표 조선기)와 협업한 '산천어 구이' 영상. (사진=캠핑한끼)
    춘천의 카누 대여 업체 카노아(대표 조선기)와 협업한 '산천어 구이' 영상. (사진=캠핑한끼)

    캠핑한끼의 영상미에는 사진작가로서의 시선이 담겨있다.

    상대적으로 정적인 카메라의 움직임과 자연을 화면에 담는 방식은 사진가의 정체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영상 전문가들이 많이 쓰는 촬영 장비인 ND필터(중성 농도 필터) 대신 CPL필터(편광필터)를 쓰는 점 역시 사진작가 출신의 특징이다. 빛 반사를 잡아주는 편광필터는 영상 촬영에 주로 사용하는 ND필터와는 달리 섬세한 효과를 낸다.

    캠핑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적 시도를 해보는 것은 앞으로 남은 캠핑한끼의 과제다. 숲과 해변에서 자연을 노래하는 음악가와 함께 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등 구독자들이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지난해에는 가수 카더가든(Car the garden)의 ‘가까운 듯 먼 그대여’라는 곡을 삽입한 차박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사진작가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캠핑한끼'로 활동하는 김종훈 작가. (사진=김종훈 작가)
    사진작가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캠핑한끼'로 활동하는 김종훈 작가. (사진=김종훈 작가)

    지역 내 활발한 활동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2월에는 호반의 도시 춘천이 가진 ‘물’의 이미지를 주제로 지역 작가 및 창업기업과 협업한 ‘물의 감정’ 전시를 선보였다.

    김종훈 작가는 “캠핑한끼 영상에 등장하는 풍경 대부분을 춘천에서 촬영하지만, ‘여기가 한국이 맞느냐’는 댓글이 자주 달릴 정도로 시청자분들이 이색적으로 느끼신다”며 “익숙한 것도 달리 볼 수 있도록, 항상 변화를 모색하며 ‘힐링’을 전하는 크리에이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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