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장난 삼아 죽이는 동안 누군가는 한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길고양이의 이야기다. 지난해 길고양이 N번방, 고어전문방이라는 이름을 걸고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해부·학대·살해하고 인증하는 SNS 오픈채팅방, 온라인 갤러리를 고발하는 국민청원글이 올라오면서 길고양이 학대에 대한 혐오와 분노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경기도 화성, 경북 포항, 대구 등 최근에도 엽기적인 길고양이 학대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길고양이 7마리를 학대해 죽인 혐의로 20대 남성(동탄 학대범)이 검찰에 송치된 지난 11일 춘천에서는 길고양이 ‘콩님이’가 구조됐다. 콩님이는 길에서 태어나 19개월째 길바닥 생활만 한 길고양이다.
원보경 파피루스 대표는 구내염으로 먹이를 삼키지 못하는 콩님이를 치료하기 위해 데려간 동물병원에서 콩님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병원에서는 임신중절 수술과 중성화 수술을 권했지만 함부로 생명을 빼앗을 수 없어 콩님이의 출산을 돕기로 했다.
원 대표는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누구도 콩님이에게 엄마가 될 권리를 빼앗을 순 없다”면서 “병원비와 보호비가 뒤따르겠지만 눈앞의 생명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명 ‘콩님이 엄마 되기 응원 바자회’는 콩님이의 사정을 알게 된 이웃들의 도움으로 마련됐다. 후원금 말고도 고양이 사료와 간식은 물론 가전 제품, 도서, 공예품 등 전국에서 물품 기증이 이어지면서 기부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바자회를 열게 됐다.
오는 30일과 5월 1일 오전 11시~오후 8시까지 춘천 고양이 책방 ‘파피루스’에서 열리며 29일까지 파피루스를 통해 기증할 수 있다. 이날까지 12명이 낸 60여만원의 후원금과 10여명이 기부한 판매 상품이 십시일반 모였다. 바자회에서 얻은 수익금은 콩님이의 출산, 입양까지 필요한 비용에 쓰인다.
콩님이는 현재 원 대표가 마련한 보호공간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으며 출산 후 입양할 때까지 이곳에서 돌볼 예정이다. 출산 예정일은 다음 달이다.
원 대표는 “이제 길고양이는 싫어도 좋아도 공존해야 하는 도시의 ‘동거인’”이라며 “어려운 시기이지만 조금씩 나누며 사람과 공존하는 다른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