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첫 애도카페 ‘국화꽃향기’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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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첫 애도카페 ‘국화꽃향기’ 열린다

    가족·친구·반려동물 상실··· 슬픔 공유하며 치유
    이달 20일부터 6월 29일까지 수요일마다 열려
    부모·배우자·자녀사별, 펫로스 애도 프로그램 운영

    • 입력 2022.04.19 00:01
    • 수정 2022.04.20 06:35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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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20일부터 6월 29일까지 수요일마다 카페 ‘봉의산가는길’에서 애도카페 ‘국화꽃향기’가 열린다. (사진=조아서 기자)
    이달 20일부터 6월 29일까지 수요일마다 카페 ‘봉의산가는길’에서 애도카페 ‘국화꽃향기’가 열린다. (사진=조아서 기자)

    ‘식후 카페’가 일상이 된 지금, 카페는 만화카페, 북카페, 메이드 카페, 갤러리 카페 등 형태를 바꾸며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삶에 녹아들었다.

    ‘죽음의 질’ 1위 국가 영국에서 시작된 ‘데스카페(Death Cafe)’ 역시 카페의 일종이다. 주제가 죽음일 뿐 여느 카페와 비슷하게 편한 분위기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며 일상을 나누듯 애도 과정을 함께 나눈다. 이곳에서는 상실과 죽음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거나 죽음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모두의 죽음’에 대해 공유하고 공감한다.

    춘천에서도 터부시하던 죽음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장 애도카페가 문을 연다. 봉의산 등산로가 시작되는 소양로1가에 위치한 카페 ‘봉의산가는길’이 오는 20일부터 6월 29일까지 수요일마다 애도카페 ‘국화꽃향기’로 운영될 예정이다. 춘천문화재단의 ‘도시가 살롱’ 프로젝트의 하나로 생사학 아카데미, 봉의산가는길이 함께한다.

    애도란 의미 있는 애정 대상을 상실한 후에 따라오는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는 정신과정이다. 주로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모든 의미 있는 상실에 뒤따르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카페 ‘봉의산가는길’ 내부 모습. (사진=조아서 기자)
    카페 ‘봉의산가는길’ 내부 모습. (사진=조아서 기자)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사전 신청한 참여자끼리 삼삼오오 그룹으로 서로의 상실을 이야기하는 애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부모 사별, 배우자 사별, 자녀 사별, 펫(반려동물)로스 4가지 주제로 2회차씩 총 8회차가 열린다. 준비물은 추억이 깃든 물건이다.

    특히 마지막 프로그램인 ‘펫로스’는 반려인구 1500만명 시대에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상실의 형태다. 202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반려동물 항목이 신설됐을 정도로 반려가구는 늘고 있지만 상실의 대상이 동물이란 이유로 공감을 얻지 못하는 ‘박탈된 비탄’을 겪는 사례가 많아 공유를 통한 사회적 지지와 연대를 필요로 한다.

    또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례가 늘고, 죽음 불안도도 함께 높아졌다. 충분한 애도 과정 없이 고인을 떠나보낸 유족들은 해소되지 못한 죄책감을 개인의 몫으로 감당하며 사회적, 신체적, 심리적 복귀가 지체되고 있다.

    노정균 봉의산가는길 대표는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면서 자살하려던 사람, 아버지를 보내고 힘들어 하던 사람, 자녀를 먼저 보내고 괴로워하는 사람 등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30년간 그루터기 역할을 했다”며 “죽음은 모두의 문제이자 함께 이겨내야 할 주제”라고 강조했다.

    애도카페 운영자 이지원 생사학 아카데미 대표는 “죽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는 문화 속에서 묵혀 둔 감정은 병리적 애도로 악화할 수도 있어 위험하다”면서 “분노, 좌절, 슬픔, 절망 등 애도 반응에서 나오는 감정을 수용하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다시 살아가야겠다는 회복력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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