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규와 동행한 BTS, ‘퍼미션 투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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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진규와 동행한 BTS, ‘퍼미션 투 디스플레이’

    ■윤수용 콘텐츠 2국장

    • 입력 2022.04.07 00:01
    • 수정 2022.11.09 14:48
    • 기자명 윤수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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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는 방탄소년단 RM 인스타그램. (사진편집=박지영 기자)
    사진 출처는 방탄소년단 RM 인스타그램. (사진편집=박지영 기자)

    강원 춘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천재 조각가 ‘권진규’와 ‘BTS’(방탄소년단)의 아름다운 동행이 전국적인 관심을 넘어 화제다.
    아름다운 동행의 공간은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층이다. 우선 주인공인 천착의 조각가 권진규(1922~1973)의 전시회부터 소개한다.
    이번 전시회는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노실의 천사’란 멋진 이름이 명명됐다. 전시 제목은 권진규의 시에서 인용했다고 한다. 그의 시 인용 구절은 ‘예술적(藝術的) 산보, 노실(爐室)의 천사(天使)를 작업(作業)하며 읊는 봄, 봄’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그의 삶과 예술을 담은 이 시에서 ‘노실의 천사’는 가마 또는 가마가 있는 방으로 아틀리에의 천사, 즉 그가 작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순수한 정신적 실체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시회에는 지난해 ㈔권진규기념사업회와 유족이 기증한 141점의 작품과 1950년대 주요 작품,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조각, 회화, 드로잉, 아카이브 등 총 240여점을 선보이는 최대 규모다.

    권진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만큼 전시회 흥행도 역대 최고급이다.
    최근 방탄소년단 리더인 RM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시회 방문 사진을 올렸다. 방탄소년단 RM의 방문은 그가 소장 중인 권진규 작품의 기념전 대여를 흔쾌히 허락하면서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RM은 자신이 소장한 권 작가의 작품 ‘말’, 전시회 방문 등의 사진과 함께 ‘이제 편히 잠드소서’란 메시지를 남겼다. 필자는 메시지를 세계적인 팝아티스트가 생전 냉대를 받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 조각가에 대한 헌사로 해석하고 싶다. 방탄소년단 RM이 소장 중인 권진규 작품 ‘말’은 1965년쯤 작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은 29x15x45㎝ 크기로 말이 고개를 숙인 듯한 모습이다. 춘천 옛 권진규 미술관에 전시됐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RM의 소장품 ‘말’ 전시 소식에 팬들 사이에서는 전시회 방문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권 작가에 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조선 후기 학자 홍만종이 1678년에 지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언급한 ‘주마가편’(走馬加鞭)의 현장이다.

    권진규 조각가의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축하하며 방탄소년단을 소환한 이유는 간단하다.
    RM은 미술 애호가로 그동안 그가 다녀간 전국 전시장은 ‘RM투어’란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미술계의 선한 영향력이다. 대한민국 미술계는 RM이 방문한 전시와 안 본 전시회로 양분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도 파급력이 대단하다. RM이 방문한 미술관을 팬클럽인 ‘아미’ 회원들이 찾으면서 그가 방문한 전시회는 문전성시다. 물론 K팝 스타들의 앞선 한국 미술계에 관한 관심도 무시할 수 없는 덤이다. 그는 지난 수년간 '시오타 치하루 개인전', '이승조 회고전', '김보희 회고전', 윤형근 회고전' 등을 관람했다. 최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에 1억원도 기부했다. ‘미술관 투어’로 유명한 방탄소년단의 RM은 지난해 10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이 열린 전남도립미술관에도 다녀갔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전국 미술관들이 ‘RM투어’와 짝사랑 중이다. 코로나19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미술계가 그의 행보와 영향력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권진규의 숨결이 의미 있게 새겨진 춘천의 아쉬움을 다시 한번 되새김할 수밖에 없다.
    권진규 조각가는 이중섭, 박수근과 함께 한국 현대미술 거장으로 꼽힌다. 거장의 유산은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났지만, 춘천공립중학교(현 춘천중·고)를 졸업한 그의 유일한 남한 고향과 모교가 있는 춘천을 겉돌고 있다. 권진규 탄생 100주년 순회전은 7월 광주시립미술관을 찾는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기증된 권진규의 작품을 더욱 많은 관객과 향유하기 위해 순회전을 기획했다고 한다. 현재 건립이 표류 중인 춘천시립미술관의 부재가 아쉬움을 넘어 통한(痛恨)으로 다가온다. 현재 시립 권진규미술관 건립 여론까지 높았던 춘천은 묵언수행 중이다. 권진규 기념공간은 물론 선양 사업의 동력도 상실한 지 오래다. 최근 본지는 춘천시와 춘천문화재단, 권진규기념사업회 등에 탄생 100주년과 연관된 이벤트가 전혀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도 직접 취재해 보도했다. 문화도시 춘천의 현주소다. 권진규라는 거장의 유산 활용에 관한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앞으로 권진규만큼 지역 문화예술계를 대표할 수 있는 거장의 출현은 장담하기 어렵다. 권진규기념사업회도 조만간 춘천 분사무소를 철수한다고 한다.

    방탄소년단은 이달 8일부터 16일까지(현지시각) 미국에서 단독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LAS VEGAS)로 전 세계 ‘아미’를 만난다. 권진규도 춘천에서 ‘퍼미션 투 디스플레이’(PERMISSION TO DISPLAY)로 시민들과 상봉의 시간을 갖고 행복하길 바란다. 필자는 희박한 확률이지만 오늘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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