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하나··· 올해도 따로 열린 김유정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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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로 가야 하나··· 올해도 따로 열린 김유정 추모제

    김유정 선생 추모제, 생가·문학비 앞 개최
    행사 양분화로 편 가르기식 변질 우려
    김유정 기리는 시각예술·연극 등 작품 눈길
    "헷갈리고 보기 안 좋아" 불만 목소리도

    • 입력 2022.03.30 00:01
    • 수정 2022.03.31 06:52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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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정 소설가를 기리는 제85주기 추모제가 29일 춘천 공지천 조각공원 김유정문학비 앞(위)과 김유정문학촌(아래)에서 각각 열렸다. (사진=한승미·조아서 기자)
    김유정 소설가를 기리는 제85주기 추모제가 29일 춘천 공지천 조각공원 김유정문학비 앞(위)과 김유정문학촌(아래)에서 각각 열렸다. (사진=한승미·조아서 기자)

    김유정 선생 제85주기 추모제가 춘천문화재단과 김유정기념사업회로 양분된 채 치러졌다. 춘천 출신 김유정 소설가의 기일인 3월 29일, 김 소설가를 기리는 추모제가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따로따로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2019년 김유정문학촌과 김유정기념사업회 운영이 분리된 뒤 문학촌 운영 주체가 바뀌면서 발생한 김유정 선양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지속되면서다. 올해는 춘천문화재단과 김유정기념사업회 간 별도 사전 협의도 없었다.

     

    김유정기념사업회가 주관한 김유정 선생 제85주기 추모제가 29일 춘천 공지천 조각공원의 김유정문학비 앞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김유정기념사업회가 주관한 김유정 선생 제85주기 추모제가 29일 춘천 공지천 조각공원의 김유정문학비 앞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50여년간 김유정 소설가를 함께 추모해왔던 이들이 각기 다른 행사에 참석하면서 편 가르기식 행사로 변질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춘천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김유정문학촌과 청풍김씨 대종회가 주관한 추모제는 신동면 증리 생가터인 김유정문학촌에서 최돈선 춘천문화재단 이사장, 이순원 김유정문학촌장, 윤용선 춘천문화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유족 대표로 김유정 소설가의 종증손자 김동성 선생과 김규태 청풍김씨 대종회장, 김유송 문의공파 종친회장, 김대식 제천 종친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유정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춘천문인협회가 공동주관한 추모제는 공지천 조각공원의 김유정문학비 앞에서 김금분 김유정기념사업회 이사장과 정명자 후원회장, 장승진 춘천문인협회장, 전금순 강원도여성단체협의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영춘, 이무상, 박종숙, 최계순 등 김유정 소설가의 지역 후배 문인들이 대거 함께했다.

    장승진 춘천문인협회장은 “추모제가 두 곳에서 열리고 있는데 이를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있다”며 “극복과 확산의 판단은 시민들에게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인과 시민들이 힘을 합쳐 춘천을 중심으로 김유정의 문학혼이 빛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최돈선 춘천문화재단 이사장, 신대엽 화백, 윤용선 춘천문화원장, 이순원 김유정문학촌장이 신대엽 화백의 집단 초상화 '김유정의 사람들'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왼쪽부터 최돈선 춘천문화재단 이사장, 신대엽 화백, 윤용선 춘천문화원장, 이순원 김유정문학촌장이 신대엽 화백의 집단 초상화 '김유정의 사람들'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지역 문화예술인들도 두 곳으로 나뉘어 김유정 선생을 추모했다. 문학뿐 아니라 연극과 시각예술 분야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그의 업적을 기렸다.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린 추모제에서는 신대엽 화백이 김유정문학촌과 협업해 완성한 집단 초상화 ‘김유정의 사람들’이 공개됐다. 김유정문학촌 20주년을 맞아 기획한 작품으로 김유정 선생을 중심으로 그의 마지막 편지의 주인공 안회남 선생, 한국 잡지와 언론의 선구자 차상찬 선생, 천재 시인 이상 선생 등 김유정 소설가와 친밀하게 교류했던 당대 문화예술계 인사 16명을 화폭에 담았다. 

     

    강원도립극단의 두 배우가 김유정 선생의 삶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유정, 봄을 그리다'의 한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강원도립극단의 두 배우가 김유정 선생의 삶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유정, 봄을 그리다'의 한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김유정의 삶과 사랑을 주제로 한 극작품들도 각각 첫선을 보였다. 강원도립극단은 이날 김유정문학촌에서 ‘유정, 봄을 그리다’ 대표 넘버를 공연했다. 김혁수 강원도립극단 예술감독이 집필한 희곡으로 5월 20일부터 춘천 등에서 순회 공연할 예정이다. 

    공지천 조각공원에서는 춘천문인협회 회원들이 만든 입체낭독극 ‘당신의 슬픔을 대신해서 들어드리겠소’가 최초 공개됐다. 박녹주 명창을 짝사랑하던 김유정 작가의 사연을 낭독극으로 승화했다. 

    또 춘천문인협회가 발간한 추모 문집 ‘달빛에 뒤척이는 노란 동백’이 봉헌됐다. 지역 문인들의 추모 시와 에세이 등이 포함됐다.

     

    장승진 춘천문인협회장이 지역 문인들의 추모 시와 에세이 등을 담은 추모 문집 ‘달빛에 뒤척이는 노란 동백’을 봉헌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장승진 춘천문인협회장이 지역 문인들의 추모 시와 에세이 등을 담은 추모 문집 ‘달빛에 뒤척이는 노란 동백’을 봉헌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이처럼 추모제가 ‘김유정 선생 제85주기 추모제’라는 유사한 이름으로 같은 시각에 치러지면서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에서 김유정 추모제를 찾은 두 명의 관광객은 각각 김유정문학촌과 공지천 조각공원을 방문해 한 도시의 두 추모제가 헷갈린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김유정문학촌을 찾은 정형양(69)씨는 “김유정 선생을 기리는 추모제가 공지천에서도 같은 시간, 같은 이름으로 열리는데 시민들은 어디로 가라는 거냐”고 불평했다.

    공지천을 찾은 김모(73)씨는 “추모제가 두 곳에서 나눠 열리는지 몰랐는데 경쟁적으로 하는 것이 보기에 좋지 않다”며 “한 분의 업적을 기리는 추모제를 한다면 한 곳이 주관해서 하나의 장소에서 열어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모제뿐 아니라 문학상 시상, 문학제 등도 각각 따로 진행하고 있어서 이 같은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순원 김유정문학촌장은 “김유정 선생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그의 문학을 아끼는 이들이 모여 누구든, 언제든 그를 기억하며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춘천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김유정 선생을 알릴 수 있는 행사들이 열리면 좋겠다”고 했다.

    김금분 김유정기념사업회 이사장은 1968년부터 열어온 추모제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기념사업회 고유사업으로 김유정 선생의 발자취가 더욱 선명해지도록 사심 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후원과 문화예술인들의 재능 봉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행사라 보람과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한승미·조아서 기자 singme@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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