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협동조합] “정규직 0명···연극계를 변화시키고 싶었어요”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우리동네 협동조합] “정규직 0명···연극계를 변화시키고 싶었어요”

    청소년 극단 출발, 2018년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 무하’
    장혁우 이사장 필두로 강원도 최초 상설 소극장 건립
    “문화 예술 교육 양극화 해소와 연기 무상교육 학교 설립 목표”

    • 입력 2022.03.20 00:01
    • 수정 2023.09.07 11:47
    • 기자명 서충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침체된 춘천 연극계 활성화를 위해 강원도 춘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단체 ‘사회적협동조합 무하’(이사장 장혁우·이하 무하)가 고군분투 중이다.

    운교동 사무실에서 만난 장혁우(39) 이사장은 “연극계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는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무하가 손을 놓고 있으면 배우들이 설자리가 사라지고,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연극계를 떠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장혁우 사회적협동조합 무하 이사장. (사진=서충식 기자)
    장혁우 사회적협동조합 무하 이사장. (사진=서충식 기자)

    ▶정규직 0명…연극계의 현실
    무하는 연극을 만들고 공연하며 지역 문화예술 확산에 앞장서는 사회적협동조합이자,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의 꿈 실현을 돕는 단체이다. 학생들이 연극을 배우기에 상대적으로 열악한 춘천의 환경을 극복하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 이사장이 2012년 설립한 청소년극단에서 시작됐다.

    배우가 되고 싶은 학생 10명 남짓을 1년에 한 기수씩 모집해 전문적인 연기를 무료로 가르치기 시작했고, 2017년까지 수료한 63명 중 절반이 연극계에 취업하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4대보험 가입 등 안정적 근로환경에서 일하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이, 모두 비정규직이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장 이사장은, 공연과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고, 배우를 꿈꾸는 이들이 계속해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고서 움직였고, 노력을 인정받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확장하게 됐다.

     

    2014년 갤러리 4F에서 청소년극단과 공연한 ‘부치지 않은 편지’ 출연 배우들. (사진=사회적협동조합 무하)
    2014년 갤러리 4F에서 청소년극단과 공연한 ‘부치지 않은 편지’ 출연 배우들. (사진=사회적협동조합 무하)

    ▶강원도 최초 상설 소극장 만들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의 첫 결과물은 2019년 효자동에 설립한 상설 소극장 ‘소극장 연극바보들’이다. 서울이 아니면 공연할 곳이 없던 강원도 및 춘천 기반의 배우들은 더 많은 설자리가 생겼고, 지역민들은 가까이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다.

    장 이사장은 “72석의 적은 좌석 수로 소극장 개장 이후 4개월 만에 1만명의 누적 관객을 모을 정도로 인기가 상당했다”라며 “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요청이 너무 많아 공연 외 시간을 추가 편성하는 등 만족 그 이상의 성과를 냈었다”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학생들이 직접 출연한 흡연 예방 주제의 ‘리턴:RETURN’, 학생 인권 주제의 ‘너를 외쳐라’ 등 청소년을 위한 교육극을 제작해,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도움도 이어오고 있다. 또 하이틴 뮤지컬 ‘드림캐쳐’, 가족 뮤지컬 ‘실레로맨~쓰!’ 공연을 관객이 원하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여는 등 공연의 일상화에도 힘쓰는 중이다.

    최근에는 소극장에서 아이들을 위한 마술 공연을 진행했다. 8회 공연 중 6회가 매진됐으며, 아이와 함께 왔던 부모들이 '어른을 위한 공연으로 기획해도 괜찮겠다'라는 반응을 보여 대상을 확대해 이달 말 재공연을 앞두고 있다.

     

    2015년 무하 발대식 당시에 퍼포먼스 무하 팀이 공연한 독립운동 컨셉의 댄스 공연. (사진=사회적협동조합 무하)

    ▶“무료 연극학교 설립이 목표”
    무하의 목표는 ‘수도권과 지방도시 간의 문화예술 교육 양극화 해소’와 ‘무료 연기학교’ 설립이다.

    배우를 꿈꿨던 장 이사장이 비싼 학원비 때문에 연극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하며, 타 지역을 전전했던 과거의 아픔을 배우를 꿈꾸는 후배들이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노력이다.

    장 이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춤할 수 있는 시기에 무하는 자체 기획한 작품을 서울에서 공연하거나 다른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오히려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라며 “일상 회복에 대비해 검증된 콘텐츠를 많이 쌓아 놓고,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들과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미니 인터뷰] 이관우(19·봉의고 3학년)

    “2019년 중학교 3학년 때 ‘소극장 연극바보들’에서 봤던 연극에 감명받아 연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하지만 지역에 연기를 배울 곳이 마땅하지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 학교 진로 담당 선생님 추천으로 무하를 알게 됐습니다. 대본 분석과 말하기부터 감정 표현까지 연기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고, 무하 8기를 수료하게 됐습니다. 올해 입시 준비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입학해 연기를 계속하는 게 목표입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