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 춘천 투표소에서도 제로웨이스트···코로나19 확진자 소중한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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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대통령선거] 춘천 투표소에서도 제로웨이스트···코로나19 확진자 소중한 한 표

    춘천 투표소, ‘비닐장갑 사용 안 하기’ 운동
    코로나19 확진·격리자, 소중한 한 표 행사
    강원도 산불 마을 주민들도 투표장 찾아

    • 입력 2022.03.09 19:30
    • 수정 2022.03.14 10:43
    • 기자명 윤수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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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본투표가 9일 춘천 85곳의 투표소에서 진행됐다. 이날 춘천 각 투표소에서는 투표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닐장갑 사용 안 하기 캠페인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또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도 대선 투표에 참여해 소중한 주권을 행사했다. 동해안 산불로 피해를 본 ‘산불 마을’ 주민들도 투표소를 찾았다.

    ▶ 춘천 투표소에서도 ‘제로 웨이스트’··· ‘비닐장갑 사용 안 하기’ 캠페인

    “손 소독제 하시면 투표할 때 비닐장갑 안 껴도 괜찮습니다.”

    제20대 대선이 치러진 9일 춘천 퇴계동과 석사동 지역 투표소 곳곳에 재활용 상자 위에 손글씨를 써 만든 안내문이 붙었다. 춘천에 거주하는 최솔미(42·주부)씨가 비닐 폐기물을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해 직접 마련한 캠페인이다.

    사전투표를 마친 최씨는 투표과정에서 버려지는 비닐장갑이 상당하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비닐 사용 줄이기’에 나섰다.

    최씨는 직접 만든 안내판을 들고 퇴계동제8투표소(퇴계주공2단지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석사동제2투표소(석사동행정복지센터), 석사동제6투표소(봄내초교 체육관) 등을 찾아 손소독제 옆에 안내판을 비치했다.

     

    최솔미씨는 9일 춘천 각 투표소에서 직접 만든 안내문을 전달하는 등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벌였다. (사진=최솔미씨 제공) 
    최솔미씨는 9일 춘천 각 투표소에서 직접 만든 안내문을 전달하는 등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벌였다. (사진=최솔미씨 제공) 

    이번 대선에서는 비닐장갑 사용이 의무가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대 대선에서 유권자가 요청할 경우 일회용 비닐장갑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 당시 일회용 비닐장갑을 쓰도록 하는 권고가 있었기 때문에 일부 투표소에서는 별도의 요청이 없어도 먼저 비닐장갑을 나눠주는 경우가 있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20대 대선에서 유권자들 모두 일회용 비닐장갑을 사용한다면, 8800만장의 비닐 쓰레기가 배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 총선 당시 선거인 수(4390만명) 기준으로 추산된 자료로, 이번 대선의 선거인 수는 이보다 많은 4420만명에 달한다. 비닐장갑 1장당 평균 길이(약 28㎝)로 계산했을 때 2만4600㎞로 서울~부산(390㎞)을 31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최씨는 “지난해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접한 이후 플라스틱 수세미 쓰지 않기, 올바른 분리배출 하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며 “이번 비닐장갑 사용 줄이기 캠페인에 대해 지역에서 많은 응원의 말씀을 해주신 만큼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 소중한 주권 행사

    춘천지역 각 투표소 관계자들은 9일 오후 5시 30분부터 방호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선거인들이 올 시간이기 때문이다.

     

    9일 오후 춘천시 근화동제2투표소를 방문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9일 오후 춘천시 근화동제2투표소를 방문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이들은 투표자들에게 전송된 문자를 확인한 후 확진·격리선거인 번호표와 일회용 장갑을 배부했다. 일부 확진자는 관계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을 우려해 멀리 거리를 띄운 후 큰소리로 소통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확진 유권자가 몰릴 것을 대비해 대기선 안내판을 마련해 바닥 여러 곳에 부착했지만, 1~2명만 방문하는 등 투표자가 예상보다 저조해 이를 조기 폐기했다.

    이날 오후 6시 근화동제2투표소를 방문한 확진자 선거인 A(48)씨는 밀접접촉자인 남편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를 마친 A씨는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투표소 오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가벼운 독감 정도로 느껴져 투표하러 오는 것이 그다지 어렵진 않았다”며 “다른 코로나19 확진자들도 소중한 권리를 행사했으면 좋겠다”고 확진자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9일 오후 춘천시 근화동제2투표소를 방문한 코로나19 확진자가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에게서 비닐장갑을 받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9일 오후 춘천시 근화동제2투표소를 방문한 코로나19 확진자가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에게서 비닐장갑을 받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또 다른 확진자 선거인 B(28)씨는 “요즘은 너나 할 거 없이 코로나19에 걸리는 추세라서 그런지 확진자 투표도 대수라고 느껴지진 않는다”며 “집에 격리된 것보다 투표를 명분 삼아 외출이라도 하는 게 훨씬 나은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이렇게 전 국민이 코로나19 사태로 몇 년 동안 고생하는 사태가 또 발생하지 않으려면 대통령이라도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6시가 다가오자 춘천시 후평동 춘천동부노인복지관에는 코로나19 확진·격리자들도 속속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5일 사전투표 당시 투표용지 관리 부실 문제가 발생한 만큼 의심의 눈초리로 투표장에 도착한 확진·격리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코로나19 확진자 C(28)씨는 “최근 사전투표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던 것은 맞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중요한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투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만큼 차기 대통령은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9일 오후 방역복을 입은 투표소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확진·격리자 유권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9일 오후 방역복을 입은 투표소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확진·격리자 유권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산불 현장에서도 소중한 한 표

    동해안을 덮친 산불 현장에서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반면 산불 진화에 나선 군 장병과 소방대원 등은 주권을 행사할 수 없게 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화마가 마을을 덮친 삼척시 원덕읍 주민들은 9일 이른 아침부터 원덕읍 제4투표소가 마련된 산양1리 마을회관으로 삼삼오오 모였다. 

    투표소를 찾은 진모씨는 “사전투표를 하는지 몰라 아침 일찍 동네 사람들과 투표하러 왔다”며 “집으로 돌아가서 마음 편히 쉴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까지 원덕읍 제4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전체 대상자 327명 중 46%인 151명에 달했다. 

    엿새째 이어지는 산불을 잡기 위해 사투 중인 군 장병과 소방대원 등은 결국 이날 투표를 하지 못했다. 

    진화현장에 투입된 D씨는 “5일 새벽부터 매캐한 연기를 마시며 사투를 벌였다”며 “같은 처지의 부대원이 대략 100명은 된다. 모두 투표하러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전국 어디서나 가능한 사전투표와 달리 본투표는 반드시 자신의 주소지에서만 할 수 있다"며 "사전투표 제도는 과거 부재자 투표를 대체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놓친 유권자는 본투표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배상철·권소담·한승미·박수현·허찬영·박지영·이정욱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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