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面)에서 형(形)으로 완성된 ‘종이학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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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面)에서 형(形)으로 완성된 ‘종이학의 미학’

    종이학 화가 박수빈 작가 초대전 30일까지
    미술로 인생 반추··· 유년시절 종이학 접기
    평면→입체→평면··· 압축된 상징성만 남아

    • 입력 2022.03.08 00:00
    • 수정 2022.03.08 08:26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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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학의 구조’. (사진=박수빈 작가)
    ‘종이학의 구조’. (사진=박수빈 작가)

    “어느날 나의 손에 주었던 키 작은 종이학 한 마리 천 번을 접어야만 학이 되는 사연을~”

    그 시절 종이학은 희망과 사랑의 상징이었다. 종이학 1000마리를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속설을 믿고 밤낮으로 종이학을 접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종이학은 정사각형 종이의 4개의 꼭짓점에서 한 꼭짓점과 대각선의 꼭짓점이 만나면서 시작된다. 만들어진 삼각형은 또다시 접히고 펴기가 반복되면서 각양각색의 삼각형을 만든다. 처음 정사각형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이 다양한 각도의 삼각형들이 주축을 이뤄 사물의 형태 즉 종이학이 탄생한다.

     

    종이학 화가로 불리는 박수빈 작가. (사진=박수빈 작가)
    종이학 화가로 불리는 박수빈 작가. (사진=박수빈 작가)

    종이학 화가로 불리는 박수빈(76) 작가는 이러한 입체감을 얻는 과정을 다시 캔버스에 옮겨 다양한 선과 면으로 평면화하는 작업을 통해 종이학을 해부하기도, 그대로 옮겨 담기도 하며 종이학의 이면을 그려낸다.

    그는 자유로운 각들의 조합으로 서로 길이가 다른 선분들의 만남에 의해 많은 선을 생성하는 종이학의 원리에 집중해 단순한 선으로부터 점점 복잡해지는 선에 이르기까지 예각, 직각, 둔각의 조합으로 종이학의 여러 모습을 채집한다.

    “작은 종이로 만들어지는 종이학은 우주를 상징하는 정삼각형의 세계로 무한한 기하학적 공간을 만들어요. 끊임없이 인간의 존재를 언급하고 우주의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어요.”

    평면에 지나지 않던 종이가 접기와 펴기의 반복 행위로 입체적인 모습으로 변모하듯 화폭에 반복적으로 그려진 수많은 종이학은 다시금 그 과정과 의미가 평면에 압축된다. 

    다만 이전 종이에 지나지 않던 오브제는 납작한 캔버스 위에서 종이학만큼의 밀도 있는 상징성과 존재감을 내재하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종이접기 과정이 실존하지 않는 무게감을 만들어 낸 것이다.

     

    ‘종이학-흔적’. (사진=박수빈 작가)
    ‘종이학-흔적’. (사진=박수빈 작가)

    “유년시절 할머니가 한복을 만들고 남은 비단 조각을 네모로 잘라 이렇게 저렇게 이어 붙이던 시간이 미술 인생의 시작이었어요. 종이학은 생활 속의 스쳐 지나가는 단순하고 평범한 이미지일 수 있지만 삼각형의 신비 안에서 인생을 반추하며 나의 내면의 세계와 형태학을 접목해 나만의 종이학의 미학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박수빈 작가의 초대전 ‘종이학의 미학’은 ‘카페줄루’에서 이달 30일까지 만날 수 있다. 4월 1일부터 30일까지는 작가의 화실인 ‘수빈화인아트’에서 관람할 수 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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