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술맛이 예술! 옛술 빚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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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소상공인] 술맛이 예술! 옛술 빚는 '예술’

    • 입력 2022.03.06 00:01
    • 수정 2023.09.07 11:57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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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정회철 ‘예술’ 대표. (사진=조아서 기자)
    정회철 ‘예술’ 대표. (사진=조아서 기자)

    전통주 복원의 움직임을 일으킨 1세대 전통주조 ‘예술’이 춘천 신동면 김유정역 근처에 새로운 터를 잡았다.

    예술은 홍천에서 10년간 전통주 대중화에 힘써 온 양온소(釀醞所)다. ‘양온소’는 고려시대 왕이 먹는 술을 빚었던 관공서를 지칭했던 말이다. ‘예술’은 우리의 전통 가양주 문화를 말살하며 제도화한 ‘양조장’이라는 표현 대신 양온소, 술공방 등으로 부른다.

    공기 맑고, 물 깨끗한 춘천에서 양온소의 2막을 펼치는 정회철(60) ‘예술’ 대표를 만났다.

    정 대표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변호사 출신이다. 1997년에 사법시험을 통과해 2000년부터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옹기에서 발효시키는 전통주. (사진=‘예술’)
    옹기에서 발효시키는 전통주. (사진=‘예술’)

    그의 남다른 이력에 ‘전통주’ 세 글자가 끼어든 건 2005년 즈음이다. 본업에 열중한 나머지 몸을 잘 돌보지 못한 그에게 건강 이상이 찾아왔다. 목공과 술 빚기를 취미로 삼으며 버텨오던 그이지만 한계를 느끼고 하던 일을 모두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2012년 본격적으로 전통주 사업에 뛰어든 건 ‘우리 술’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단순히 옛 전통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술이란 취하려고 먹는 것이 아니라 맛있기 때문에 먹는다”라는 것을 우리 술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통주를 알리는 방법으로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전통주를 상품화, 판매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아무도 찾지 않는 술은 죽은 전통에 불과하니까요.”

    전통주란 전통방식으로 빚은 술이다. 이때 말하는 전통방식은 일제강점기 이전의 술 빚는 방식을 의미한다.

    우리 전통주는 누룩, 쌀, 물로 빚는다. 쌀(전분)이 알코올이 되는데 필요한 것이 미생물이다. 전분을 발효시키려면 누룩(미생물)이 있어야 하는데, 이때 만들어지는 자연의 균은 100가지가 넘는 복합균이다.

    이와 달리 일반 막걸리와 일본의 사케는 배양된 균을 쓴다. 배양균은 실험실에서 안정적인 발효를 위해 인위적으로 조작한 단일균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술 빚는 방식이 우리나라에 전해지면서 한국의 막걸리가 비슷한 방식으로 발전했다.

    "전통주는 와인으로 치면 내츄럴 와인입니다. 자연의 효모, 자연 발효 미생물로 빚어진 술이죠. 내츄럴 와인은 일반 와인보다 2~3배 비싼데도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인식이 부족합니다.”

     

    '무작53’(위), 아래 왼쪽부터 '동몽’ ‘동짓달 기나긴 밤’ ‘만강에 비친 달’ ‘홍천강 탁주’. (사진=조아서 기자)
    '무작53’(위), 아래 왼쪽부터 '동몽’ ‘동짓달 기나긴 밤’ ‘만강에 비친 달’ ‘홍천강 탁주’. (사진=조아서 기자)

    한국인의 흥, 조상들의 멋이 담긴 한 잔의 전통주는 단순한 술이 아닌 음미할 가치가 있는 문화이다. 하지만 사업 초반 그는 싸늘한 반응을 견뎌야 했다. 비싼 가격 때문에 시비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소비자를 분석하고 꾸준히 제품 개발에 힘썼다. 지난 10년간 ‘만강에 비친 달’ '동짓달 기나긴 밤’ ‘무작53’ ‘동몽’ 등 탁주 3가지, 약주(청주) 2가지, 증류식 소주 2가지로 모두 7가지의 제품을 개발했다.

    특히 ‘예술’의 트렌디한 패키지와 감성이 가득한 제품명은 ‘막걸리=아저씨 술’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 일조했다. 그 결과 ‘예술’의 생산규모는 2012년보다 쌀 소비량 기준 18배 이상 커졌다. 

    “기존의 술을 참고하거나 와인, 맥주 등 타 주종을 빚는 방법도 공부하면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름 짓는 게 술 빚는 것보다 어렵다고 느낄 정도로 술의 특징을 잘 표현해주는 이름을 짓기 위해 1년씩 고민하기도 해요.”

     

    춘천 신동면 김유정역 근처 새로 지은 ‘예술’의 양온소.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 신동면 김유정역 근처 새로 지은 ‘예술’의 양온소. (사진=조아서 기자)

    최근 춘천으로 양온소를 이전하면서 춘천을 담은 새로운 신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김유정역’(막걸리) ‘가을도 봄’(맥주 타입 막걸리)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술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소통의 매개예요. 특히 우리 술은 그 성질이 우리 산하를 닮아서 온순하면서도 강직하죠. 전통주를 빚으면서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술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일에 대한 자부심과 의미를 되새겼어요.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맛있는 우리 술을 접할 수 있도록 양온소의 규모를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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