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머니] 하. 지역 미술시장 한계 뛰어넘은 젊은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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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이 머니] 하. 지역 미술시장 한계 뛰어넘은 젊은 작가들

    • 입력 2022.02.28 00:02
    • 수정 2022.02.28 19:04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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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옥션)
    미술품 경매 행사장 모습. (사진=서울옥션)

    소비로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보여주는 MZ세대가 미술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새로운 소비층의 선택을 받은 젊은 작가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특히 MZ세대에게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이 각광을 받으면서 작품 가격이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젊은 작가들이 등장했다. 우국원(47), 김선우(34) 작가의 작품은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으로 가격이 급상승했고, 밴드 잔나비 앨범 커버를 그린 서세원(31) 작가는 경매에서 꾸준히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춘천의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소비층을 겨냥한 움직임과 지역 미술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자생적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 아닌 창작자, MZ세대 작가들이 찾은 돌파구는?

     

    조가영 작가는 온라인 갤러리와 SNS를 통해 작품을 활발히 판매하고 있다. (사진=조가영 작가)
    조가영 작가는 온라인 갤러리와 SNS를 통해 작품을 활발히 판매하고 있다. (사진=조가영 작가)

    과일 그림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조가영(26) 작가는 강원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한 2020년 하반기 첫 개인전을 열고 춘천과 서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조 작가는 본격적으로 활동한 지 1년 반 만에 온라인 갤러리와 SNS 활동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는 ‘아츠오브’ ‘에코락 갤러리’ ‘오픈 갤러리’ 등 유명 온라인 갤러리에서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가 온라인 시장을 겨냥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림을 보지 않고 사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작품 47.1%가 온라인으로 판매됐다.

    그는 “기록과 홍보 차원에서 작업과정 계정과 작품 계정을 만들어 SNS를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며 “작품을 직접 보지 않아도 SNS로 작업에 대한 궁금점을 묻고 대답하면서 소비자와 소통한다”고 말했다.

    ‘축구화가’라 불리는 우희경(35) 작가는 좋아하는 ‘축구 전설’ 마라도나 그림을 계기로 10여년간 수많은 축구 선수를 비롯해 유명인의 인물화를 그렸다. 축구 선수 마라도나와 다비드비야, 김병지, 가수 배철수 등에게 자신의 작품을 전달했다.

    그는 “좋아하는 인물을 그리다 보니 완성된 작품을 대상이 된 인물에게 선물했다”면서 “선물한 작품이 유명인의 SNS나 매체를 통해 노출되면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젊은 작가에겐 당장의 판매보다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인데 인물화를 그리는 장르적 특성이 나만의 무기가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마라도나 선수의 SNS 사진에 우희경 작가의 작품이 올라왔다(왼쪽 위). 오른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축구 선수 다비드비야, 김병지, 가수 배철수와 함께 찍은 사진. (사진=우희경 작가)
    마라도나 선수의 SNS 사진에 우희경 작가의 작품이 올라왔다(왼쪽 위). 오른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축구 선수 다비드비야, 김병지, 가수 배철수와 함께 찍은 사진. (사진=우희경 작가)

    지역에서 두터운 활동 경력을 쌓은 안용선(48) 작가는 온라인 미술품 지분 거래 플랫폼인 ‘아트스탁’에 선정작가로 참여하고 있다. 아트스탁은 주식 거래 방식으로 공모, 상장, 거래가 모두 이뤄지며 1SQ(1㎝×1㎝) 단위로 지분을 나눈다.

    아트스탁에 따르면 108명의 소속 작가 중 강원지역 작가는 6명(권용택, 차영규, 안용선, 임상빈, 정두진, 최승선)이다. 최근에는 플랫폼 안에서 2억원대의 작품이 거래되기도 했다.

    차유종 아트스탁 강원지역 선정위원은 “지역별로 선정위원을 두고 재야에 숨어 있는 작가부터 가능성 있는 지역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며 “대형 화랑 위주의 시장에서 온라인, 플랫폼 등 아트테크를 이끄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만큼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술인 안전망 구축 위해 작가들이 뭉쳤다

     

    ‘공공미터’가 운영하는 ‘갤러리 공간공일’. (사진=조아서 기자)
    ‘공공미터’가 운영하는 ‘갤러리 공간공일’. (사진=조아서 기자)

    ‘공공미터’는 창작활동만으로 작업실비, 생계비를 유지하지 못하는 지역 작가를 돕기 위해 지역의 30~40대 작가들을 주축으로 설립된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작가 10명(김영훈, 이덕용, 어진선, 유성호, 문유미, 이승호, 지유선, 이재복, 신리라, 이효숙)은 정부의 지원 없이 작가들끼리 연대를 통해 자생할 수 있는 창작·전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뭉쳤다.

    이들은 신진 작가, 경력단절 작가, 이주 작가 등 지원사업의 사각지대에 놓인 예술인에게 전시 컨설팅과 무료전시 등을 지원한다. ‘갤러리 공간공일’을 운영하며 전시 기획·운영, 작품 설치, 대관으로 지난해 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공공미터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창출한 이윤을 단체의 목표 달성에 사용한다.

    이덕용(36) 공공미터 대표는 “우리 목표는 지역 작가의 유출을 막고 작가들 스스로 창작활동과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최소한의 예술인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림계(契), 제로베이스··· “판로 확대 시도 지속할 것”

     

    ‘문화커뮤니티 금토’에서 운영하는 갤러리 ‘공간ZERO’. 이곳에서 시민들과 함께 그림을 감상하고, 그림계원은 선정 작가의 그림을 감상한 뒤 원하는 작품을 선택한다. (사진=조아서 기자)
    ‘문화커뮤니티 금토’에서 운영하는 갤러리 ‘공간ZERO’. 이곳에서 시민들과 함께 그림을 감상하고, 그림계원은 선정 작가의 그림을 감상한 뒤 원하는 작품을 선택한다. (사진=조아서 기자)

    작가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작품 판매를 위한 변화의 움직임이 시도되고 있다.

    2011년부터 시작된 그림계 ‘가화만사성’은 지역 미술인의 그림을 지속적으로 구매함으로써 작가에겐 안정적인 창작의 기회를, 춘천시민에겐 예술적 경험과 미술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림계는 유현옥 ‘문화커뮤니티 금토’ 대표를 필두로 4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공동구매 형태의 그림계는 매달 기본 5만원(작품가에 따라 변동)을 내고 자신의 차례에 돈이 아닌 원하는 작품을 소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 작가의 지원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젊은 수집가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신진 작가 발굴도 남은 과제다.

    유 대표는 “수익 예측이 어려운 전업 작가에게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경제적 안정과 창작 의욕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작품을 구매하고 싶은 수요자와 작품을 판매하려는 공급자를 매칭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젊은 수요층과 그에 맞는 작가 선정 등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문화재단이 지난해 연 온라인 미술품 경매 프로젝트의 그래픽.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문화재단이 지난해 연 온라인 미술품 경매 프로젝트 삽화. (그래픽=박지영 기자)

    지난해 7월 열린 ‘제로베이스X강원트리엔날레’도 강원도 시각예술 작가의 수도권 미술시장 진출을 돕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강원문화재단은 서울옥션과 업무협약을 맺고 강원도 시각예술 작가만을 위해 기획한 온라인 미술품 경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경매에서 강원도 작가의 출품작 74점이 모두 낙찰됐다. 작품 가격은 작가의 경력과 상관없이 온전히 시장의 평가를 받기 위해 0원에서 시작됐다. 거래금액은 681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5월 공고를 내고, 7월 평창에서 전시와 경매 행사를 열 예정이다. 참가 자격은 강원 거주자, 출생자, 강원 소재 학교 졸업자 등으로 제한된다. 

    한수지 강원문화재단 강원국제예술제운영실 대리는 “자생력이 부족한 지역 미술시장에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시도였다”며 “앞으로도 전시, 영상 업로드, 경매 등 다각적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국에 강원 작가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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