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쓰레기] 상. 버리는 데도 돈이 든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돈 되는 쓰레기] 상. 버리는 데도 돈이 든다

    춘천 주민 1인 당 하루 0.8㎏ 쓰레기 배출
    생활 폐기물 처리 비용 연간 12만7263원
    안전 강화로 수거 운반 인건비 크게 증가
    폐기물 수거업계 신규 진출 제한적, 경쟁↓

    • 입력 2022.02.19 00:02
    • 수정 2022.02.28 14:31
    • 기자명 권소담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쇄한 A4 용지, 커피를 담았던 플라스틱 잔...인간은 하루에 얼마의 쓰레기를 만들어 낼까. 또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돈이 들까. 자원 순환 경제는 그 시작과 과정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MS투데이는 쓰레기에 얽힌 춘천의 돈 이야기를 3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당신은 하루 0.8㎏의 쓰레기를 만든다
    한국환경공단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확인 가능한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 2019년 기준, 춘천지역 가정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은 하루 225.8t에 달한다.

    이 중 127.8t은 소각, 5.0t은 매립되고 94.0t(41.6%)만 재활용된다. 재활용 가능 자원 중 대부분인 84.0t은 공공에서 처리되며, 아파트 등에서 배출된 자원 8.9t의 경우 개별 위탁업체가 수거한다.

    본지가 당시 춘천시 인구(28만1291명)를 기준으로 일 평균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을 추산한 결과, 춘천시민 한 사람이 하루 동안 0.80㎏의 쓰레기를 배출했다.

     

    춘천시 환경공원 내 소각시설 반입장에 쌓인 생활폐기물.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 환경공원 내 소각시설 반입장에 쌓인 생활폐기물. (사진=MS투데이 DB))

    이를 강원지역 평균과 비교하면 춘천시민은 비교적 적은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 도내 18개 시·군 중에서는 영월(0.77㎏)에 이어 가장 적은 수준이다. 도 내 평균(1.21㎏) 대비 춘천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1인당 0.41㎏(33.9%) 적다.

    가정뿐만 아니라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폐기물까지 고려하면, 하루 동안 춘천에서 생기는 쓰레기의 양은 275.4t, 1인당 0.98㎏을 배출하는 셈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배달 음식 문화가 자리 잡은 점을 고려하면, 최근 2년간 쓰레기 발생량은 2019년 당시 수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환경공단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2020년 기준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관련 통계를 공표하지 않고 있다.

    ▶쓰레기 처리 비용은 얼마?
    ‘적게 버리는’ 춘천이지만, 처리 비용은 상상 이상이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지난 2019년 춘천에서 생활폐기물 관리를 위해 집행된 예산은 357억9785만원에 달한다. 쓰레기 처리를 위해 1인당 연간 12만7263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가정에서 나오는 일일 폐기물량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82만4170t에 달한다. 쓰레기 처리를 위해 t당 4만3435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것이다.

     

    춘천시 2019년 기준 생활폐기물 관리 예산 집행내역.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시 2019년 기준 생활폐기물 관리 예산 집행내역. (그래픽=박지영 기자)

    생활폐기물 수거를 위한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본지가 춘천시 재정정보공개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올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을 위해 계획된 사업 예산만 208억1961만원이다.

    환경부 통계의 근거였던 2019년 당시 수집·운반 관련 편성 예산(148억3041만원)과 비교해 3년 만에 59억8920만원(40.4%)이 증가했다. 2017년(87억2748만원)과 비교하면 5년 새 수집·운반 비용만 2.38배 폭증했다.

    이에 대해 춘천시 관계자는 “작업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인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관련 예산이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2019년 행정안전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은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지침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생활폐기물 수거 인력이 기존 2인 1조에서 3인 1조로 바뀌면서 필요한 인건비가 크게 늘었다.

     

    2017~2022년 춘천시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관련 예산 추이. (그래픽=박지영 기자)
    2017~2022년 춘천시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관련 예산 추이.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시 내부자료를 확인한 결과, 2019~2020년 직접 노무비 증가에 따른 간접노무비, 인적 보험료, 기타 경비 등이 연동 상승하며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을 위한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춘천지역 1~6권역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을 위한 순 원가는 134억4117만원이다. 여기에 일반 관리비 13억4412만원, 이윤 14억7853만원 등을 보전해 합계 162억6381만원이 원가로 도출됐다.

    ▶신규 업체 진입 어려운 폐기물 수거 업계
    지역 내 업체 간 경쟁이 제한적인 폐기물 수집·운반 위탁 업무 특성으로 인해 갈수록 관련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춘천시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용역을 위해 2001년부터 2018년까지 13개 업체와 계약했고, 2019년부터 14개 업체로 계약 대상이 늘었다. 

    익명을 요구한 폐기물 업계 관계자는 “수년 동안 지역 내 관련 업체 수가 제한적으로 유지되면서 시 용역 사업을 특정 업체에서 계속해 맡는 구조인데, 실무에 대한 관리 감독이 얼마나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밖에서 보기에는 일종의 카르텔이나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춘천시는 수거량과 연동한 ‘t당 단가제’로 위탁업체에 대가를 지급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수거량을 늘리기 위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자, 지난 2019년부터 ‘총액 도급제’로 지급 방식을 변경했다.

     

    춘천시 2001~2020년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대행용역 추진 경과. (자료=춘천시 내부 문건) 
    춘천시 2001~2020년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대행용역 추진 경과. (자료=춘천시 내부 문건) 

    춘천시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대행비용 산정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춘천지역 생활폐기물 적정 업체 수는 14개다.

    하지만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 불허가 처분에 대해 춘천시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지역 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체가 증가, 대행 계약 적정 업체 수가 기준을 초과하게 됐다.

    춘천시는 기존 업체 14곳 외에도 신규 업체 3곳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 허가를 내줬고, 추가로 3곳의 업체에 적합 통보를 했다. 이는 불허가 처분에 대해 춘천시가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신규 업체가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위탁사업을 따내기가 어려운 만큼, 기존 업체들의 경쟁력 확보와 입찰 과정의 형평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입찰 시 심사 항목에 ‘이행 실적 평가’(40점)가 반영되기 때문에 사업 경험이 없는 신생 업체는 관련 점수를 낮게 받는 구조다. 신규 허가업체가 1년 이내 영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 취소 등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어 경제적 손실 가능성도 있다.

    춘천시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법 신규 허가 제한 △도시 인구 증가, 구역 확대, 폐기물 발생량 증가 등 신규 허가 요인 발생 시 공개경쟁을 통한 신규 허가 등의 대책을 세웠다.

    임병운 춘천시 자원순환과장은 “향후 폐기물 발생량이 증가하면 대행 용역에 참가하는 업체 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며 “올해 2년 장기계속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수거 업체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