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출신 임근우 화백, 여의도 파크원 금빛 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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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출신 임근우 화백, 여의도 파크원 금빛 물들이다

    여의도 랜드마크에 ‘백두산 천지 GOLD’
    민족의 영산··· 자긍심과 유토피아 표현
    춘천서 보낸 유년기, 고고학 눈뜨게 해
    “예술은 절대 진리 초월, 가능성 보여야”

    • 입력 2022.02.15 00:01
    • 수정 2022.02.16 03:34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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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1 빌딩에 설치된 임근우 화백의 ‘백두산 천지 GOLD(Cosmos-고고학적 기상도)’. (사진=조아서 기자)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1 빌딩에 설치된 임근우 화백의 ‘백두산 천지 GOLD(Cosmos-고고학적 기상도)’.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 출신 서양화가 임근우 화백의 작품 ‘백두산 천지 GOLD(Cosmos-고고학적 기상도)’가 서울 여의도 복합단지 ‘파크원’을 장식했다.

    ‘파크원’은 지난 2020년 완공된 국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이자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의 작품이다.

    파크원 타워1 빌딩에 설치된 ‘백두산 천지 GOLD’는 임 화백의 2021년 작품으로 2020년 12월 의뢰를 받아 지난해 3월 완성했다. 

     

    ‘백두산 천지 GOLD(Cosmos-고고학적 기상도)’. (사진=임근우 화백)
    ‘백두산 천지 GOLD(Cosmos-고고학적 기상도)’. (사진=임근우 화백)

    임 화백은 “백두산은 한국인의 영적인 표상이며 민족의 자긍심을 나타낸다”며 “뉴욕 유엔본부대표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과 같은 작품으로 여의도의 새 랜드마크 ‘파크원’에 어울리는 작품을 걸고 싶다는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고 설명했다.

    백두산 정상에 있는 천지는 그의 그림에서 찻잔 또는 세숫대야처럼 묘사된다. 천지에 가득 담긴 물은 하늘을 비추고, 자신의 얼굴을 비추며 스스로를 닦는다는 성질이 담겨 있다. 이는 그의 시리즈 작품 ‘Cosmos-고고학적 기상도’에 자주 등장하는 찻잔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작품에는 찻잔과 함께 중절모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정신적 사유를 의미한다. 찻잔은 단순히 의식주의 ‘식’처럼 먹고 마시는 개념을 넘어 ‘정신의 음료’다. 중절모는 고고학자의 상징이다.

    “빈 찻잔이든 가득 찬 찻잔이든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요. 차는 배부르려고 마시는 게 아니잖아요. 맛을 음미하고, 마시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거죠.”

     

    임근우 화백이 원숭이 머리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임근우 화백이 원숭이 머리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그의 캔버스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루시’, 불꽃, 복숭아꽃나무, 말+젖소+기린(이상형동물) 등도 부유한다. 루시와 불꽃은 생명의 근원, 시작, 태초를 뜻한다. 만개한 복숭아꽃나무는 무릉도원을, 말의 형태에 젖소와 기린의 무늬를 합성한 캐릭터는 건강과 풍요, 명예를 함축한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고고학적 기상도’는 과거를 증명하는 ‘고고학’과 미래를 예측하는 ‘기상도’의 조합이다. 예술은 시대의 기준에 따르는 절대적 진리, 과학적 증명을 벗어나 전혀 다른 차원의 가능성과 시공간을 제시해야 한다는 그의 사명감이 반영됐다.

    “우리는 현재 지구에서 달을 보기도, 우주에서 지구를 보기도 해요. 과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하죠.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절대자를 설정하고 믿기도 해요. 하지만 현재의 절대적인 진리가 1000년 뒤, 1만년 뒤에는 샤머니즘, 토테미즘처럼 회자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게 시대의 기준에 따르죠. 이와 달리 예술은 절대적이고 고정된 가치 없이 시대의 불가변한 절대 진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표현할 수 있어요. 철저히 정지되지 않고 증명할 수 없는 시공간을 만들어내는 거죠.”

     

    임근우 화백의 ‘Cosmos-고고학적 기상도’. (사진=조아서 기자)
    임근우 화백의 ‘Cosmos-고고학적 기상도’. (사진=조아서 기자)

    이러한 작품관은 그가 춘천에서 보낸 어린 시절에서 비롯된다. 초등학교 시절 고인돌에서 뛰놀던 그는 수천, 수만년 전 존재했던, 현재는 그 흔적만이 남은 그곳에서 무한한 상상을 시작했다. 훗날 고고학에 심취한 그는 순수한 어린 시절처럼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 시대를 초월한 예술적 영감을 얻곤 했다.

    그는 “표현하지 않는 예술은 공상에 불과하다”며 “나의 그림이 나만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나누며 행복을 전하는 행복배달부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임 화백의 작품 소장처는 청와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춘천박물관부터 유엔본부대표부, 아랍에미레이트 왕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현대미술센터 등 한국을 넘어 세계 각국에 퍼져 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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