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밤샘주차] 상. 도로 위 흉기…위험천만 사각지대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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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차 밤샘주차] 상. 도로 위 흉기…위험천만 사각지대 전락

    야간 도심도로 점령한 대형 화물차
    대형 교통사고 이어질 가능성 높아
    공영차고지 조성… 차주 "멀다” 불만
    시민 “교통사고 위험, 적극 단속해야”

    • 입력 2022.01.22 00:02
    • 수정 2022.02.28 13:52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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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동면 장학리 인근 왕복 4차선 도로 양쪽은 매일 밤이면 대형 화물차 주차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 (사진=배상철 기자)
    춘천 동면 장학리 인근 왕복 4차선 도로 양쪽은 매일 밤이면 대형 화물차 주차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 (사진=배상철 기자)

    춘천 도심의 대형 화물차 밤샘주차 도로가 시민들의 안전운전 불편을 넘어 대형교통 사고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MS투데이는 불법 밤샘주차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짚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도로 한편을 점령한 대형 화물차는 흉기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어두운 밤 운전자가 주차된 대형 화물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대책이 필요합니다.”

    춘천 퇴계동에 사는 김모(37)씨는 지난 5일 오후 9시쯤 차를 몰고 귀가를 위해 동면 장학리 인근을 운행하다가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김씨는 이 도로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려는 순간 바로 앞에 정차된 대형 화물차를 발견하고 급정거한 것이다. 

    김씨는 “늦은 밤에는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도로인 데다 화물차가 가로등 빛을 가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차에서 내려 보니 도로 양옆으로 대형 화물차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주차된 줄 알았던 한 화물차는 갑자기 시동이 켜지고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차에 있던 화물차 차주가 나를 보고 단속 나왔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불법 야간주차 충돌사고 46건, 2명 숨져

    춘천을 비롯한 강원도 전역에서 대형 화물차의 불법 야간주차로 인한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밤샘주차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형 화물차는 자정부터 오전 4시 사이에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시설이나 장소가 아닌 곳에서 1시간 이상 주차해선 안 되지만 이를 어기고 있다. 

    본지 취재진이 만난 한 대형 화물차 기사는 "밤샘주차가 불법인 줄 알고 있다"면서도 "살고 있는 아파트 주차장에는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도로에 주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형 화물차의 야간 불법 주차로 발생하는 교통사고 대부분이 대형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승용차가 도로에 주차된 대형 화물차 후미를 들이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승용차가 도로에 주차된 대형 화물차 후미를 들이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지난 8일 밤 강원도 원주의 한 도로에서 승용차가 3차로에 주차돼 있던 버스의 뒷부분을 들이받아 운전자가 숨졌다. 앞서 지난해 8월 강릉에서는 밤늦게 도로를 달리던 오토바이가 2차로에 주차된 건설기계를 충격해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강원 경찰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강원도에서 발생한 야간 불법 주차 차량 충돌사고는 46건에 달한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66명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춘천 동내면 학곡리에 공영차고지 조성…차주 "멀어서 불편"

    대형 화물차의 야간 불법 주차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자 춘천시는 지난 2014년 3월 국‧도비 등 230억여원을 투입해 동내면 학곡리에 7만5000㎡ 규모의 화물차 공영차고지를 조성했다. 

    화물차 공영차고지는 축구장 10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공간으로 대형 화물차 302대, 소형 90대 등 총 392대를 주차할 수 있다.

    2.5t 이상 화물차가 월간 정기권을 이용할 경우 내야 하는 돈은 2만원이다. 하루 주차비는 2000원 수준이다. 일반 유료 주차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화물차 공영차고지는 조성 초기부터 도심과 멀다는 이유로 차주들의 외면을 받았고, 현재도 같은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화물차 기사 A씨는 “집에서 화물차 공영차고지까지 승용차로 20분 정도 걸린다”며 “퇴근 후에는 차를 두고 올 수 있겠는데, 일분일초가 아쉬운 아침 시간에 공영차고지까지 가는 시간이 아까운 것은 사실”이라고 사정을 밝혔다. 

     

    춘천 동내면 학곡리 화물차 공영차고지 전경. (사진=MS투데이 DB)
    춘천 동내면 학곡리 화물차 공영차고지 전경. (사진=MS투데이 DB)

    또 다른 화물차 기사 B씨는 “화물차 공영차고지로 이동하는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아 불편하다”며 “공영차고지에 승용차를 세워두고 출퇴근에 이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럴 여건이 안되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집까지 가는 노선이 한참 돌아가서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화물차 공영차고지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동면까지 가려면 정류장 43개를 거쳐야 한다. 정류장 당 2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보고 단순 계산해도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다. 더욱이 우두동이나 온의동 등 일부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는 없다. 

    이와 관련해 춘천시 화물차 공영차고지를 운영하는 춘천도시공사 관계자는 “도심과 가까운 곳에 조성됐다면 좋겠지만 지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가 늘었을 것”이라며 “주차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단점도 있다”고 해명했다. 

    ▶“공영차고지 없는 지역도 많아…안전 우선돼야”

    대형 화물차 기사들의 이런 불만에 시민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시민 이모(35)씨는 "공영차고지가 없는 지역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놨는데, 조금 멀다는 이유로 밤샘주차를 했다가 큰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강남동에 사는 김모(39)씨는 “대형마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도로 2차로에 종종 대형 화물차가 정차해있다”면서 “늦은 밤에는 잘 보이지 않아 깜짝 놀랄 때가 많은데, 단속 좀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시민 박모(42)씨는 “보행자가 대형 화물차 사이에서 도로로 갑자기 튀어나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걱정이 항상 든다”면서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이용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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