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언장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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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유언장을 쓰겠습니다.’

    • 입력 2022.01.17 00:01
    • 수정 2022.01.17 13:16
    • 기자명 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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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지인 기자
    배지인 기자

    “유언장을 쓰겠습니다.”

    호기로운 기자의 말에 부서 선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죽음 이후에는 많은 절차가 남아있다. 장례식장은 어디를 시작으로 가입된 상조는 있나, 영정사진은 무엇으로, 장례 방식은 어떻게, 부고는 누구에게까지, 남겨진 재산과 빚 등이다.

    유족들은 이런 필연적인 당혹스러움을 맞이한다.

    지난달 본지가 보도한 기획 ‘웰다잉 과제들’에서는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여전히 죽음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맞는 말이다.

    기자는 연재 중인 체험기사 ‘살아보고서’의 네 번째 이야기에 ‘죽어보고서’란 문패를 달았다. 기사는 죽음을 가정한 후 이후의 절차를 알아보았다.

    특히 죽음과 경제의 관계,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상속인금융거래 조회서비스’, ‘안심 상속 원스톱서비스’ 등 사망자의 자산을 조회하는 서비스를 살펴봤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두 서비스가 어떤 점이 다르냐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제공 기관과 조회 범위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기간의 차이가 눈에 띄었다.

    안심 상속 원스톱서비스는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상속인금융거래 조회서비스는 기간 제한이 없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상속인금융거래 조회서비스의 기간 제한은 없지만, 신청일 기준으로 조회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빨리 신청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국민연금 수령 여부를 취재할 때는 놀라웠다.

    기자를 기반으로 설정한 가상 인물은 국민연금에 일찍 가입한 탓에 유족급여 수급요건을 충족할 수 없었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이 최대한 연금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수급요건을 규정하는 제도이다 보니 요건에 충족하지 못하는 분들이 간혹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 대출 상환을 알아보는 과정은 혼돈이었다.

    대출상품별로 다르다는 설명에 ‘멘붕’(정신적 혼란)이 왔다. 또 경제적인 접근에 더해 법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다행히 여러 은행의 취재 협조 덕에 하나의 사례를 완성할 수 있었다.

    사후 경제적인 절차만 해도 이토록 복잡했다. 더 많은 가정을 추가했다면 복잡한 설명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경제적 정리 외에도 많은 과정이 남아있다.

    말기 암을 선고받은 환자가 사전 장례식을 열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이는 예쁜 옷 입고, 좋아하는 노래를 틀기도 하고, 추억을 나누며 지인들과 작별인사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기자는 유언장 작성을 통해 이 같은 부분을 간략히 다뤄보고자 했다. 그러나 결국 유언장은 쓰지 못했다. 곰곰이 생각해도 어떤 말로 시작할지 감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죽음, 그 전과 후에 대한 생각을 더 활발히 나눠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배지인 기자 bji017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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