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주년특집] 중. 춘천 주거 변천사, “부동산에 대한 믿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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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주년특집] 중. 춘천 주거 변천사, “부동산에 대한 믿음 있었다”
  • 배지인 기자
  • 댓글 0
  • 승인 2022.01.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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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현대에도 세대를 초월하는 하나의 관심사가 있다. 바로 ‘부동산’이다. 부동산이 주목받는 이유에는 ‘불패’에 대한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춘천도 예외는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춘천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온 점도 춘천시민들의 부동산 불패 신화를 공고히 했다.

MS투데이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20대와 퇴직 후 인생 2모작과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60대 춘천시민을 만나 그들의 주거 변천사를 들어봤다.

다른 세대에서도 하나의 공통점이 엿보였다. 바로 ‘부동산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다.

▶청년, 청약 불패를 꿈꾸다
“근로소득만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없는 시대죠. 집값이 말도 안 되게 뛰니까 ‘주택청약’이 신분 상승을 가능케 한다는 믿음이 나오는 것 같아요.”

사회초년생인 김남훈(28)씨는 효자동에서 월세 28만원짜리 원룸에 산다. 대학생 시절부터 7년째 월세 생활 중이다. 

비좁은 원룸에 사는 김남훈씨에게 집의 의미는 ‘잠자는 공간’ 정도다. 집에서 취미 생활을 즐기거나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은 포기한 지 오래다.

값싼 대학가 주변에 살다 보니 통근도 쉽지 않다. 회사까지 대중교통으로 1시간이 걸린다. 차로는 25분을 운전해야 한다.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돈을 모아 자가를 마련하겠다는 김남훈씨의 꿈은 점점 멀어지는 중이다.

 

김남훈씨가 거주하는 효자동에는 오래된 연립주택이 밀집해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김남훈씨가 거주하는 효자동에는 오래된 연립주택이 밀집해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자가는 고사하고 전셋값조차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면서 김남훈씨는 전세 대출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 내 집 마련은 청약이 아니고선 상상할 수조차 없다.

“어중간하게 살아서는 집 못 구하죠. 아예 잘 벌던가, 아예 가난하던가. 근데 대기업을 다녀도 집을 사는 게 과연 쉬울까요?”

월세방을 나오기 위해 국토교통부에서 공급하는 청년매입임대주택에도 도전했지만, 경쟁률이 워낙 높은 탓에 김남훈씨는 ‘광탈(광속 탈락)’의 씁쓸함을 맛봐야 했다. 

“성실히 일하면 계층이동이 돼야 하는데,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없어진 것 같아요. 청약이나 재테크 열풍이 부는 건 당연한 현상이죠. 요즘은 어린이들도 아파트 브랜드로 계급을 나눈다는데.”

김남훈씨에게 ‘부동산 불패’는 신화가 아닌 현실이다.

최근에는 춘천 센트럴타워 푸르지오 아파트에 청약을 넣었다. 오른다는 확신이 있었다. 당첨되면 3억원은 무조건 번다는 풍문(?)까지 돌았던 푸르지오 아파트 청약은 당시 91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20·30세대의 청약 열풍은 당분간 집값이 폭락할 일이 없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그들은 정책을 통한 집값 규제의 가능성에 회의를 느낀다.

김남훈씨는 “제게 청약은 큰돈을 벌 기회”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넣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불패가 비단 김남훈씨만의 믿음은 아니다. 전문가들도 부동산 불패는 ‘신화가 아닌 실화’라고 해석했다.

신순덕 리스월드 부동산 대표는 “그동안 춘천 부동산 가격 추이를 보면 저점과 고점이 있지만 결국 우상향해왔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고점에 샀다가 저점에서 팔아 손해를 보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섣부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은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 대표는 “부동산 불패 신화는 유효하지만, 이를 위해 어릴 때부터 부동산 투자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은 ‘가족 위한 든든한 버팀목’
“나중에 아들에게 아파트를 물려줄 예정입니다. 주거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게요.”

부동산에 대한 믿음은 투자를 통해 부를 쌓으려는 모습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 집’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중·장년층이 다음 세대에 집을 물려주고자 하는 모습에서도 부동산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있었다.

은퇴 후 70세를 바라보는 박인규(67)씨는 본지 취재진에게 ”내 집 마련이 투자 목적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인규씨가 살았던 과거 ‘후평지구’ 내 1단지 아파트. (사진=춘천시청·춘천문화원)
박인규씨가 살았던 과거 ‘후평지구’ 내 1단지 아파트. (사진=춘천시청·춘천문화원)

박인규씨는 오랫동안 강원도청 공무원으로 일하며, 부동산 투자에 보수적인 공직사회에 몸담았다. 그에게 내 집 마련은 ‘안정적인 주거환경’ 그 이상도 이하의 의미도 아니었다.

실제로 1980~90년대 내 집 마련에 성공했던 중·장년층 상당수가 한 집에 오랫동안 거주한다. 그들에게 부동산은 수익 실현 수단이기보다는 후대까지 물려줄 수 있는 거주 공간이자 자산의 의미가 크다.

박인규씨도 그렇다. 20대 중반부터 수십 년 세월 동안, 그의 주거 변천사는 ‘가족의 공간’이라는 키워드로 압축된다.

공직자였던 그는 1982년 현재 후평동 우미린 아파트 터에 있던 전용면적 약 62.8㎡(19평) 후평주공3단지아파트를 산 뒤, 아들과 딸을 낳고 74.82㎡(29평) 석사동 그랜드아파트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이후 아들 내외와 함께 지내게 되면서 가족이 늘자 99.54㎡(36평) 석사대우아파트로 이사했다.

 

석사대우아파트의 옛 모습. (사진=춘천시청)
석사대우아파트의 과거 모습. (사진=춘천시청·춘천문화원)

물론 박인규씨도 춘천 아파트값 상승세의 덕을 보긴 했다.

춘천 후평동의 첫 아파트는 구매가의 2배 이상에 팔았고 석사 그랜드아파트도 비슷한 수준의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덕분에 좀 더 수월하게 넓은 평수의 아파트 이주가 가능했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향후 자녀에게 월세나 전세 보증금을 마련할 필요 없는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고 답했다. 나중에 아파트라는 자산을 바탕으로 자녀가 더 좋은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향후 춘천 아파트값을 전망하는 박인규씨의 답변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신뢰감이 묻어났다. 그는 “급격하게 오를지는 모르겠지만 춘천은 내가 보기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부동산 자산이 ‘대박’이라는 믿음과는 결이 다르지만, 적어도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지인·정원일 기자 bji017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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