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타 할아버지가 진짜 온다고 믿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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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타 할아버지가 진짜 온다고 믿던 시절
  • 전성규 시인·경기인력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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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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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규 시인·경기인력개발원장
전성규 시인·경기인력개발원장

누구나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여러 가지 추억이 있을 테지만, 코흘리개 시절의 크리스마스는 필자에게도 가슴 설레는 기다림과 따뜻함이 있는 특별한 날이었다.

한겨울의 찬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는 12월이면, 산골짜기 우리 마을에서도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한 작은 교회가 제일 바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교회를 다니지는 않았지만 이맘때가 되면 교회를 다니는 친구들과 같이 뒷동산에 올라, 크리스마스트리로 쓸 사철나무를 캐다가 오색 반짝이와 전구, 종, 버선, 양말, 촛불을 장식하며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곤 했다. 

그리고 주로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교회 학생부에서는 마을 사람들에게 선보일 크리스마스 공연을 위해 연극이나 춤, 노래, 장기자랑 같은 공연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몇 날 며칠에 걸친 분주한 준비 끝에 드디어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하게 된다. 

“땡그랑~ 땡그랑~” 

은은한 교회 종소리가 온 동네 골짜기마다 구석구석 울려 퍼지기 시작하면,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친구들과 함께 양지바른 강변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교회로 향하게 된다. 

그때는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눈이 유독 많이 내리기도 했다. “뽀드득 뽀드득”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을 밟으며 마을길을 걸어 교회로 갔다. 평소에는 1년에 한두 번 교회를 나가는 게 전부였지만 이날만큼은 추운 눈보라까지 무릅쓰고 교회로 향했던 것이다. 교회는 여러 마을 중에서도 우리 마을에만 유일하게 있었으니, 크리스마스가 되면 강 건너 마을 아이들까지도 교회로 모여들곤 했다. 

공연이래야 시골교회 어린 아이들의 어설픈 연극이나 실수투성이의 서툰 장기자랑이 대부분이었지만, 볼거리가 없었던 그 시절에는 교회 아이들의 공연도 나름대로 서툰 재미가 있었다. 사실 공연 관람도 관람이지만 내심은 교회에서 나눠 주는 과자나 사탕이 든 선물 꾸러미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코흘리개 아이들은 모두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공연 관람과 교회 행사가 끝나면 각자 과자나 사탕이 든 선물을 받아들고는 부푼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들 갔으니···.

이윽고 밤이 깊어지면 교회 성가대는 마을별로 구역을 나눠 집집마다 일일이 돌아다니며 새해의 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크리스마스 성탄축가를 불러 줬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어머님은 잠을 뒤척이며 이들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겨울바람 새어드는 문틈으로 성가대의 캐럴이 들려오면, 얼른 문을 열고 나가 미리 준비한 먹을거리를 나누어 주기도 하시고, 어떨 때는 꼬깃꼬깃한 쌈짓돈을 손에 쥐어 주기도 하셨다. 

내가 열 살이 될 무렵까지는 여동생과 나는 부모님과 같은 방에서 잠을 잤는데 “크리스마스 날은 산타 할아버지가 눈썰매를 타고 와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시는 날이란다”라는 어머님 말씀을 믿고 밀려드는 졸음을 참아가며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다가 늦은 밤에야 겨우 잠이 든 적도 있었다. 

이튿날 아침에 눈을 뜨면 간밤에 산타 할아버지가 정말 다녀가신 건지 궁금한 생각에 머리맡부터 먼저 살펴보게 되는데, 어김없이 우리들 머리맡엔 카스텔라 빵이나 색연필 같은 선물이 놓여 있었다. 뜻밖의 선물에 기뻐하는 우리들을 바라보면서 어머님은 아무 말 없이 빙긋이 웃기만 하셨다. 

요즘엔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러 오신다고 믿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나는 그때까지도 해마다 산타 할아버지가 갖고 오실 선물을 생각하며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곤 했으니 참으로 순진했었다는 생각에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넉넉하게 살지 못하던 시절,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시골 마을에서 흰 눈 내리는 12월이 오면 손꼽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순박한 아이들···.

동구 밖에 소복이 쌓인 하얀 눈밭 위를 천진난만하게 뛰어놀던 그 아이들의 머리맡에, 지금은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이 놓여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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