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용서받지 못할 죄 ‘페카토 모르탈레’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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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용서받지 못할 죄 ‘페카토 모르탈레’를 기억하자
  • 황상무 전 KBS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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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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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무 전 KBS 앵커
황상무 전 KBS 앵커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소설 ‘바다의 도시 이야기’는 베네치아의 탄생과 성공 스토리다. 베네치아는 5세기 서로마제국의 몰락 후 훈족의 침략을 피해 도망 다니던 로마의 후예들이 더 이상 피할 곳이 없게 되자 갯벌에 말뚝을 박고 그 위에 집을 짓고 살며 탄생한 작은 도시국가다.

생선과 소금밖에 없는 척박한 생활로 수세기를 견디다가 11세기 십자군 전쟁이 시작되면서, 성전 기사단과 순례자를 위한 시장이 발달하고 중개무역의 거점이 됐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에 다녀간 13세기 후반에 이르자 베네치아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가 된다. 도시가 소유한 배만 3만3000척이었다. 15세기엔 국력이 절정에 달하면서 르네상스가 피어난다. 이렇게 쌓은 부와 자부심으로 베네치아는 당대 세계 최강이었던 오스만투르크와 200년간 일곱 차례나 전쟁을 치렀고 이를 모두 막아냈다. 베네치아가 없었다면 유럽은 오스만투르크의 말발굽 아래 유린됐을 것이고, 서양의 기독교 문화도 사라졌을 것이라는 역사의 가정이 있을 정도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렇게 척박한 땅에서 부를 이뤄 5~6세기 동안 지구 최고의 번영을 구가했던 베네치아의 비결을 두 가지의 ‘페카토 모르탈레(Peccato Mortale)’에서 찾았다. ‘용서받지 못할 죄’, 즉 ‘죽을 죄’라는 뜻이다. 베네치아가 꼽은 페카토 모르탈레의 첫 번째는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가가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 예산이 낭비되면 국가가 망하고,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하면 그 회사가 망한다. 즉 이 두 가지는 그 사람이 속한 공동체를 파괴해서 개인을 넘어 전체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결코 용서받지 못할 죄라는 것이다. 이런 공무원, 기업인들의 원죄의식과 사명감이 갯벌의 말뚝 위 피난촌을 세계 최고의 번영국가로 만들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가? 건국 이래 70년간 660조원의 국가부채가 쌓였는데, 현 정부 5년간 409조원의 빚이 더해졌다. 선배들은 660조원의 빚으로 경제를 530배나 키웠는데, 우리는 440조원의 빚으로 경제를 고작 1.6% 성장시켰을 뿐이다. 그럼에도 집값은 폭등해 멀쩡한 중산층조차 하루아침에 전세난민이 되고 벼락거지가 됐다. 가계 빚은 GDP 대비 세계 1위가 됐다. 가계 부채가 GDP보다 많은 세계 유일국가다. 그런데도 대선을 앞두고 또 퍼주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현 정부 초기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 폐업이 속출하고 실업자가 양산되는 부작용을 톡톡히 체험했다. 그렇게 양산된 실업자를 구제한다고 10조원이나 쌓여 있던 고용기금을 적자로 만들었고 추가로 세금 수십조원을 쏟아부어 만든 일자리는 60대 이상 알바가 90%이고, 강의실 불끄기 알바와 평생을 세금과 연금으로 먹여 살려야 하는 공무원 양산 수만명이 사실상 전부다. 게다가 전국민 재난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굳이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에게까지 돈을 뿌려댔다. 그 사이 궁지에 몰린 자영업자가 22명이나 자살했다.

기가 막힌 것은 이 와중에도 세금 낭비 공약이 무수히 쏟아진다는 점이다. 전 국민에게 연 100만원씩 준다는 공약을 보자. 이를 실현하려면 연간 59조원이 든다. 국방예산 53조원보다 많다. 국민은 그래봐야 한 달에 8만3000원의 그야말로 ‘껌값’ 수준의 돈을 받게 된다. 물론 기초생활 수급자에게는 이 지원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요지는 바로 이거다. 이런 계층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두세배 이상 늘리고, 대신 굳이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는 주지 말자는 것이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맞춤형 복지이며, 동시에 세금을 아끼는 일이다. 기본소득 개념을 처음 제시한 바네르지와 뒤플로도 국민 개개인의 필요에 맞는 복지가 가장 이상적인 복지라고 했다.

선거철이 오면 포퓰리즘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경제적 여건이나 항공수요, 토목건설상의 난제와 기상여건 등 모든 요건을 고려해 외국 전문기관이 안 된다고 했던 가덕도 신공항사업을 기어코 살려내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대통령과 장관에서부터 예산 늘리기에 혈안인 국회의원, 우선순위나 불요불급을 따지지 않는 실무자들, 사계절 내내 요란한 축제 행사와 호화판 청사 짓기에 여념 없는 지방자치단체장들, 모두 나랏빚을 폭발적으로 늘려서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용서 받지 못할 죄, 페카토 모르탈레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일자리와 국부창출을 가져오는 기업의 이윤추구를 백안시해서 이를 제약하려 드는 것도 또 다른  페카토 모르탈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 이윤추구에 애쓰는 기업가들을 격려하지는 못할 망정 정치 논리로 괴롭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척박한 땅에서 세계 최고의 부를 창출했던 베네치아의 페카토 모르탈레 의식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정신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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