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경제] 일자리 ‘정말’ 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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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는 경제] 일자리 ‘정말’ 늘었을까?

    • 입력 2021.12.03 00:00
    • 수정 2021.12.04 00:06
    • 기자명 황규선 강원연구원 정책사업통합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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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규선 강원연구원 정책사업통합지원단장
    황규선 강원연구원 정책사업통합지원단장

    노동은 경제활동으로 재화를 창출하기 위해 투입되는 인적자원 및 그에 따른 인간의 활동을 뜻하는 것으로, 의식주를 비롯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물자를 조달하는 방편 역할을 한다.

    일찍이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국부론’에서 부(富)의 축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로서 노동을 언급했으며, 애덤 스미스를 계승한 고전경제학파는 노동을 토지, 자본과 함께 생산의 3대 요소로 강조했다. 마르크스(Karl Marx) 역시 노동만이 가치를 창출한다는 노동 가치론을 주창하면서 노동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노동이라는 기본적인 생산요소는 ‘일자리’라는 매개(媒介)를 통해 현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의 일상과 정부 정책에서 일자리가 그 의미와 중요성을 갖는 이유이다.

    그간 우리 경제는 고도 성장기를 지나면서 고용창출력이 둔화되던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에 직면하면서 고용기반의 심각한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을 겪고 있다. 정부와 각급 자치단체는 민생경제 안정과 경기회복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의 중심에는 일자리를 유지하고 창출하는 정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정책 추진의 성과로 일자리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는데, 과연 그러한지는 좀 더 따져볼 문제이다. 정부의 주장처럼 정말 고용 여건이 나아졌는지를 확인해 보기 위해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최근까지의 자료를 이용해 살펴보자. 비교 기간은 2019년 10월, 2020년 10월, 2021년 10월 강원지역 취업자 통계이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적어도 총량 수준에서는 정부의 주장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 10월 강원도 취업자는 84만1000명이었는데, 코로나19가 널리 확산한 2020년 10월에는 81만7000명으로 줄었다가 최근인 2021년 10월에는 84만1000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당히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듯하다. 먼저 고용 총량 회복 속에 연령대별 취업구조는 이전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임을 볼 수 있다. 20대에서 50대까지의 청·중·장년층 일자리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모두 감소(-3만)한 반면 60세 이상 노년층 일자리만 증가(+3만1000)해 줄어든 일자리가 노년층 일자리로 대체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는 급감(-2만)해 아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다. 비임금근로자 감소를 상쇄할 만큼의 임금근로자가 증가(+2만1000)했으나, 상용근로자는 오히려 소폭 감소(-1000)했고 임시근로자(+1만4000)와 일용근로자(+7000)만 증가해 일자리의 질이 오히려 악화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1000명 미만 반올림으로 계가 맞지 않음에 유의)

    취업시간별로 봐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주 36시간 미만의 단기 취업자는 급증(+15만7000)한 반면 36∼52시간의 정규시간 취업자는 급감(-11만4000)했다. 정규적인 일자리 창출이 여의치 않았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실제 자료를 살펴본 결과는 외화내빈(外華內貧), 일자리 여건이 양적 회복세 속에 질적으로는 모든 면에서 나빠졌음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다루기는 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책적으로 유념해야 할 점 한 가지는 짚고 가자.

    위기 상황에서는 사회부조(社會扶助)의 개념에 따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처방이 필요하나, 이것만으로는 대세를 뒤집을 수 없다. 당면한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대증적 처방보다는, 물론 이것이 필요한 상황이 있기는 하지만, 경제원리에 입각한 보다 근본적이고 내실 있는 대책이 중요함을 알아야 할 때다. 예산 투입에만 의존한 일자리는 오래 갈 수 없으며, 좋은 일자리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한된 재원을 적소(適所)에 제대로 배분하고, 정책목표를 극대화하는 ‘제약 하의 극대화’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 ‘지속 가능’하고 ‘좋은’ 일자리를 단기에 단박에 늘려주는 ‘마법의 지팡이’ 같은 정책은 없다. 경제정책은 냉정한 현실 판단과 자료 분석에 근거해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필요한 것이 철저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가 아닐까? 

    일자리, 즉 노동수요는 본원수요(本源需要, Original Demand)인 산업생산에 수반되는 ‘파생수요(派生需要, Derived Demand)’의 특성을 갖는다는 점을 알면 무엇이 중요한지 그 답이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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