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사극 전성시대 다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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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의 연예쉼터] 사극 전성시대 다시 올까?

    • 입력 2021.12.01 10:11
    • 수정 2021.12.02 07:25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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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사극 전성시대가 다시 오는가? 지상파에서 내놓고 있는 사극들이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종영한 SBS 퓨전사극 ‘홍천기’에 이어 KBS2 ‘연모’와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tvN ‘어사와 조이’도 방영 중이며, KBS1은 오는 11일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을 새롭게 선보인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송혜교가 주연을 맡은 멜로물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시청률을 6회 만에 눌렀고 화제성까지 잡았다.

    사극은 지상파 중심으로 편성되고 있다. 여기에는 콘텐츠 생태계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과 웹, OTT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가 새롭고 트렌디한 콘텐츠를 주도하는 양상이다.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는 지상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이 잘하는 것을 더 깊이 있게 하는 게 낫겠다는 인식을 한 것 같다.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은 표재순, 이병훈 PD 등 오랜 기간 사극을 제작해온 MBC의 전통과 노하우를 잘 이어받은 느낌이다. ‘옷소매’는 아버지가 궁중 권력다툼에 희생되면서 결코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는 정조(이준호)와 후궁 의빈 성씨(성덕임) 사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해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정조는 이례적으로 스스로 의빈 성씨를 선택해 역사에서 로맨티스트 왕으로 불린다.

     

    드라마에서는 의빈 성씨의 당당한 걸크러시가 잘 나타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궁 안에서 평생 정조 왕을 지키겠다는 순정파로서의 면모가 잘 드러나 있다.

    ‘연모’는 쌍둥이로 태어나 여아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졌던 아이가 오라비 세손의 죽음으로 남장을 통해 세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궁중 로맨스 드라마다. 초반부터 남장여자 콘셉트의 달달하고 애틋한 멜로를 그려나갔다. 특유의 밝고 유쾌한 분위기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왕세자 이휘(박은빈)가 여자인 줄 모르고 접근하는 정지운(로운)의 이야기부터 이휘가 여성인 것을 알고 왕이 된 후에도 여전히 그의 곁을 지키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휘는 “정주서가 모두 감당하겠다 그랬지요? 나도 감당하겠습니다, 이 마음”이라며 정지운에게 키스하는 것은 사랑을 멋있게 하는 왕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연모’는 시청률 10% 고지를 점령했다.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전 세계 TV 프로그램 시청 순위에서 ‘연모’가 세계 9위를 차지했다.

    둘만의 사랑으로만 극을 끌고 가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넷플릭스 사극 ‘킹덤’이 왕보다 더 권력이 센 조학주(류승룡)라는 농단세력이 국정을 어지럽혔듯이, 젊은 왕을 꼭두각시로 앉혀놓고 국정을 농단하는 세력인 좌의정 한기재(윤제문)가 있다. 이런 적폐는 어떤 면에서는 현재성을 획득한다. 힘이 없어 “인형”이 될 수밖에 없는 어린 왕 이휘에게 노련한 한기재는 “말하지 않았느냐 욕망을 채우는 것엔 이유 같은 건 없는 법이라고”라고 ‘욕망’의 속성을 분명하게 밝혔다.

    ‘태종 이방원’은 KBS가 5년 만에 선보이는 정통사극이다. 이미 ‘용의 눈물’ 등을 통해 태종을 조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태종을 다시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기존 태종과 다른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태종은 혼란스러운 고려말에서 태조 이성계, 세종대왕이 이룩한 태평성대까지 관통하는 흔치 않은 역사 속 인물이다. ‘태종 이방원’은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여말선초(麗末鮮初)’ 시기, 누구보다 조선의 건국에 앞장섰던 리더 이방원(주상욱)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한다. ‘家를 넘어 國으로, 國家를 다시 생각한다’라는 문구는 이방원의 새로운 이야기를 알려줄 것을 예고한다.

    정통사극은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 당대의 삶과 의식 등 시대적 상황을 현실감 있게 반영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역사의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KBS는 정통사극을 방송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이번에는 수신료의 가치에 보답한다는 차원에서 정통사극을 부활시켰다. 대하사극은 우리 역사를 통해 좋은 것은 배우고, 잘못된 과거는 현재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 지상파의 힘이 약화되고 있지만 그럴수록 공영방송 KBS에서는 정통사극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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