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함께 즐기‘개’··· ‘개’판된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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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와 함께 즐기‘개’··· ‘개’판된 전시회

    강원디자인진흥원 전시 ‘예쁘고 귀엽개’
    반려동물과 입장할 수 있는 첫 전시회
    초대작가와 공모전 당선작 143점 전시

    • 입력 2021.12.01 00:01
    • 수정 2021.12.02 07:25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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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후식 작가가 ‘예쁘고 귀엽개’에 출품한 도자기 조각들. (사진=조아서 기자)
    주후식 작가가 ‘예쁘고 귀엽개’에 출품한 도자기 조각들. (사진=조아서 기자)

    정적이고 잔잔했던 전시장이 ‘개’판으로 변했다.

    반려동물에게 금단의 구역이었던 전시회가 수십 마리의 개와 고양이로 가득 찼다. 강원디자인진흥원 ‘예쁘고 귀엽개’ 전시장에 들어서자 똥을 누는 강아지가 눈에 띈다.

    ‘여,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주후식 작가의 ‘프렌치불독(French Bulldog)’. (사진=예술공공)
    주후식 작가의 ‘프렌치불독(French Bulldog)’. (사진=예술공공)

    냄새가 나는 듯한 착각마저 드는 이 작품은 주후식 작가의 ‘프렌치불독’이다. 귀여운 이미지에 갇힌 강아지를 오히려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작가가 애정을 갖는 퍼그, 닥스훈트, 불테리어, 프렌치불독은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품종들이다. 작가는 인간이 반려견에게 일방향적으로 느끼는 인상을 버리고 개의 눈을 통해 인간 삶의 형태를 표현했다.

     

    조원경 작가의 ‘내 잎 클로버3’. (사진=예술공공)
    조원경 작가의 ‘내 잎 클로버3’. (사진=예술공공)

    강렬한 듯 익숙한 그림도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SBS 장수프로그램 ‘TV 동물농장’의 삽화를 그렸던 조원경 작가의 ‘내 잎 클로버’ 시리즈다. 그래픽 작품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모두 손으로 작품들을 그렸다. 냄새로 세상과 소통하는 개와 향기로운 꽃을 병치시켜 행복(세 잎 클로버 꽃말)과 행운(네 잎 클로버 꽃말)을 시각적으로 나타냈다.

     

    홍현지 작가의 ‘숨바꼭질 5_술래’. (사진=예술공공)
    홍현지 작가의 ‘숨바꼭질 5_술래’. (사진=예술공공)

    ‘내가 술래야?’

    고양이가 빠지면 섭섭하다. 관람객과 숨바꼭질하는 고양이는 강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지역 청년예술인 홍현지 작가의 출품작들이다. 평면 캔버스 위 일부분을 털실로 장식해 2차원과 3차원을 오가는 입체성을 더했다. 관람객은 고양이와 숨바꼭질을 하는 동시에 작가가 숨겨놓은 의도와도 숨바꼭질하게 된다.

    강원디자인진흥원에서 열린 전시 중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할 수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에서는 반려동물을 주제로 작품 활동하는 초대 작가 3명과 미디어아트, 지난 10월 열렸던 ‘2021 강원반려동물 사진·영상 공모전’ 수상작 등 143점을 선보인다.

    ▶자식에서 친구로··· 빠르게 흐르는 반려동물의 시간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는 평균수명이 사람보다 짧다. 보통 반려견은 산 햇수에 7을 곱해 사람의 나이와 비교한다.

    사람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반려동물의 시간은 반려견을 딸에서 친구로, 언니에서 할머니로 바꾼다. 마냥 어리고 귀엽고 발랄했던 시간은 짧고 어느 새 늙고 병들어 생을 마감하는 반려동물의 삶은 우리의 삶과 결코 다르지 않다.

     

    ‘2021 강원반려동물 사진·영상 공모전’에 입선한 서예솔씨의 ‘할머니와 둥이’. (사진= 예술공공)
    ‘2021 강원반려동물 사진·영상 공모전’에 입선한 서예솔씨의 ‘할머니와 둥이’. (사진= 예술공공)

    ‘2021 강원반려동물 사진·영상 공모전’에서 입선한 ‘할머니와 둥이’(서예솔)에는 10년간 동고동락한 반려묘 ‘둥이’와 절친한 할머니의 평화로운 시간이 담겨 있다. 둥이는 사람 나이로 치면 할머니와 동년배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부쩍 할머니와 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정겨운 사진 속 모습처럼 할머니와 둥이가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길 바라게 된다.

     

    ‘2021 강원반려동물 사진·영상 공모전’에서 입선한 조두우리씨의 ‘보미의 열다섯번째 가을’. (사진=예술공공)
    ‘2021 강원반려동물 사진·영상 공모전’에서 입선한 조두우리씨의 ‘보미의 열다섯번째 가을’. (사진=예술공공)

    올해 15년을 산 반려견 보미는 사람으로 치면 ‘보미 어르신’(조두우리)이다. 보미 가족들에게 보미와 함께한 올가을은 더욱 각별하게 느껴진다.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하는 가족의 마음을 아는 듯 사진 속 보미도 해맑은 미소로 화답하고 있다.

    ‘예쁘고 귀엽개’는 강원디자인진흥원 제2전시실에서 내년 2월 27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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