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는 가라! 소설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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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계발서는 가라! 소설을 읽자

    김보람 문학기획자, 글과 그림을 아우르는 소설의 힘
    자기계발서 질려 읽은 소설 “주인공 ‘루저’에 위로 받아”
    소중한 개개인의 이야기··· 스스로 유일무이함 깨달아

    • 입력 2021.11.24 00:00
    • 수정 2021.11.25 00:02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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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형 인간’은 2000년대 초에 유행했다. 이 유형은 2020년대 ‘미라클 모닝’으로 진화하며 2030세대에게 무한한 노력만을 강요한다.

    자기계발서는 말한다. 열심히 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고. 달리 말하면 우리의 실패와 좌절은 모두 노력 부족 때문이라고.

    읽고 난 직후 불타던 의지는 며칠 만에 나태함으로 변하고, 또다시 자책하며 자기계발서를 찾는 악순환을 만든다. 핑크빛 미래가 그려지는 독서 시간 외에는 잿빛 현실을 마주하며 푸념만 늘어간다.

    지난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는 ‘불행하게도’ 자기계발서였다. 불안한 시기 개인의 노력에 의존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더욱 공고해지고, 코로나19로 이례적인 한 해를 보낸 국민의 선택은 역시 자기계발서로 향했다.

    그런데 ‘자기계발서가 아닌 소설을 읽어야 진정한 계발을 할 수 있다’며 반기를 든 이가 있다. 김보람(38) ‘리딩스케치’ 문학기획자를 후평동 좁은 골목 안 작은 책공방에서 만났다.

     

    ‘더북클럽’에서 만난 김보람 문학기획자. (사진=조아서 기자)
    ‘더북클럽’에서 만난 김보람 문학기획자. (사진=조아서 기자)

    ▶자기계발서 아닌 소설이어야 하는 이유

    김보람 문학기획자는 지난해 창단한 생활예술단체 ‘리딩스케치’ 기획자이자 독서문화클럽 ‘더북클럽’ 운영자이다. 2015년 문을 연 더북클럽은 모든 연령층이 책으로 소통하고 개인의 이야기를 문학으로 풀어 쓰는 책공방이다.

    그는 책 읽는 법을 가르치는 교사, 소설과 미술을 접목하는 기획자, 독립출판하는 제작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문학에 접근한다. 최근에는 그림을 보고 소설을 쓰고, 소설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문학 전시를 기획했다.

    “자기계발서가 열풍이던 2008년에 독서 지도사 자격증을 땄어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을 전파하면서 스스로는 책을 읽을수록 더 작아지고 불안해지더라고요. 그때쯤 불안감을 줄이고 생각을 지우기 위해서 문학 서적을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소설의 주인공들이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표본이더라고요(웃음). 나약하고 결핍이 있는 이 주인공들이 끝끝내 살려고 노력하며 사랑, 우정, 공존 등을 추구하는 모습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했죠. 오히려 삶의 지혜는 자기계발서에 있는 게 아니라 문학 속에 있었어요.”

    그가 소설을 강조하는 이유는 작을 소(小), 말씀 설(說), 작은 이야기라는 뜻의 ‘소설’처럼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 하나하나가 소중해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을수록 평범한 주인공을 보며 나의 경험과 과거를 되짚어 보고 저의 유일함과 특별함을 느끼면서 자존감이 높아지더라고요. 고전에서 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가장 보편적 가치와 소중한 감정이 담긴 문학을 읽는 것은 인간임을 잊지 않는 힘이죠. 자기계발서에 다친 마음을 소설을 읽으며 치유할 수 있죠.”

     

    리딩스케치 회원들과 함께 아트맵을 만드는 모습. (사진=김보람 문학기획자)
    리딩스케치 회원들과 함께 아트맵을 만드는 모습. (사진=김보람 문학기획자)

    ▶없는 것 말고 내 안에 ‘이미’ 있는 것 표출해야

    성과주의 사회에서 타인의 인생을 모방하라고 닦달하는 자기계발서는 경쟁을 부추기고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그는 자기계발서의 호통에 지친 이들에게 소설을 읽고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라고 말한다. 스스로에게 없는 것을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고, 생각과 느낌처럼 내 안에 ‘이미’ 있는 것을 표출하는 법을 터득하게 하는 것이다.

    “문학기획자로서 선정한 도서를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할지, 개인의 이야기를 끌어낼지 고민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요. 문학은 그림, 음악, 영상미디어 무엇과도 융합할 수 있죠. 이런 고민으로 시작한 ‘아트맵’은 융합예술의 출발입니다.”

    아트맵은 여럿이 모여 같은 소설을 읽고 저마다의 리뷰를 하나의 도화지에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설을 거대한 이미지로 표현하고 이를 다시 문학 속 어휘로 변환하는 활동이다. 이는 독자를 작가로 만드는 시발점이 된다.

    “아트맵을 여러 번 진행하면서 단순히 느낌을 쓸 때와 달리 문학 안에 담긴 예술성을 끌어내는 힘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했을 때 훨씬 동기 부여가 잘 되고 이야기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많이 읽게 하는 선순환이 생기는 거죠. 문학과 문학이 만나는, 보편적인 문학과 개인의 서사가 만나는 지점을 기획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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