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부모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면 자녀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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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부모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면 자녀도 위험

    • 입력 2021.11.26 00:00
    • 수정 2021.11.27 00:03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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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

    ‘내 건강은 내 아이 건강의 교과서’입니다. 다시 말해 부모의 질병이 나를 통해 자녀에게도 이어지는 유전성 질환을 말하는 것입니다.

    유전질환 중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 Familial Hypercholesterolemia)’만큼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도 드물 겁니다.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 질환은 '침묵의 살인자'처럼 소리 없이 찾아와 심장이나 뇌혈관을 급습하지요.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캐서린 와일먼이라는 여성은 어느 날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 실려 갑니다. 그녀는 38살의 젊은 나이인 데다 체중은 물론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어 왜 자신의 심장혈관이 좁아졌는지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가 ‘가족성 FH’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로부터 2년 뒤였다고 해요. 당시 그녀는 자신의 두 아이에게도 검사를 받게 했는데 2살짜리 딸에게서 같은 유전적인 소인이 밝혀졌지요.

    그녀는 이후 ‘FH 재단’을 만들어 이 질환의 위험성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가족력이 있는 환자들을 찾아 등록을 시키고, 조기 진단토록 하는 것이지요. 선진 의료를 자랑하는 미국에서도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의 10%만이 진단을 받는다고 해요. 나머지 90%가 사후약방문처럼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이 자신의 병력을 알면 건강관리를 일찍 시작할 수 있어 평생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민족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100~5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흔한 질환입니다. 우리나라에는 10만~20만명 정도가 있다고 하지만 이는 추정치일 뿐입니다.

    이 질환은 심장마비가 올 때까지 증상이 없어요. 눈꺼풀 주변이나 각막 주위에 흰 색소가 생긴다고는 해요. 하지만 이는 나이가 들어 나타나는 흔한 사례는 아닙니다. 또 하나 심각한 것은 심뇌혈관질환 발병 빈도가 높고,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사실입니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심장질환이나 뇌중풍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0배나 높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20~39세에선 발병률이 129배나 된다고 해요. 10대부터 진행하기 시작해 30~40대부터 혈관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이지요.      

    흔히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면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입니다. 콜레스테롤은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질입니다. 주로 세포막을 만드는 데 쓰이고, 담즙산, 스테로이드 호르몬, 비타민D 등의 소재가 되기도 해요.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주로 간)에서 70% 정도 생성되고, 나머지는 식품을 통해 섭취됩니다. 몸무게 68㎏인 사람의 경우, 매일 1g씩 생산돼 우리 몸엔 약 35g이 분포돼 있다고 해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기능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남아도는 콜레스테롤이 몸에 쌓이는 거지요.

    콜레스테롤은 지질의 밀도에 따라 ‘고밀도 지질단백질(HDL)’과 ‘저밀도 지질단백질(LDL)’로 구분됩니다. 보통 악당으로 지목되는 콜레스테롤이 바로 LDL입니다. LDL은 간에서 혈류를 타고 각 세포로 전달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사용되지 못하고 남는 LDL이 혈액을 떠돌며 혈관질환의 위험성을 높입니다. 반면 HDL은 이렇게 남아도는 LDL을 끌고 간으로 돌아와 제거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래서 HDL은 ‘좋은 콜레스테롤’, LDL은 ‘나쁜 콜레스테롤’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입니다.

    LDL은 고혈압이나 당뇨, 흡연, 스트레스, 염증 질환, 그리고 백혈구와 혈소판 등과 함께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키는 공범 중 하나입니다. 

    과정을 한번 볼까요. 동맥은 3개 층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중 손상이 잘 일어나는 곳은 부드럽고 매끄러운 안쪽 혈관벽입니다. 이 혈관벽에 앞서 설명한 인자들이 상처를 만들면 이를 메우기 위해 콜레스테롤이 동원됩니다. 그리고 염증세포와 백혈구(대식세포)가 뒤엉켜 구릉(죽상판)이 만들어집니다. 한번 생긴 죽상판은 염증반응으로 점점 더 커져 결국 혈관을 막는 것이지요. 죽상판은 죽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이로 인한 질병을 죽상동맥경화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혈액에 LDL이 많으면 그만큼 혈관을 위협할 수 있으니 혈액 내 양(수치)을 낮추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어느 정도 될까요. 부모 중 한쪽이 이 질환이 있다면 자녀가 같은 질환에 걸릴 확률은 2분의 1입니다. 부모·형제 중 누군가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심장질환 경험이 있다면 반드시 나이가 젊더라도 검사를 받아봐야 합니다.

    지난주 한국인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조기 진단하기 위한 예상 기준치가 발표됐습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HF사업단’이 가족력이 있는 환자 296명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 LDL 수치가 177이 넘으면 FH를 의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사업단은 이 수치를 넘긴 분이라면 자녀를 포함한 직계가족의 추가검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족성이 아니더라도 다른 이유, 즉 비만이나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유의해야 할 점은 검사결과에 대한 해석입니다. 일반적인 이상지질혈증 정상 범위는 LDL의 경우 130㎎/dL 미만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 이하면 괜찮겠지 하면 큰코다칩니다. 심뇌혈관질환 가능성이 있다면 70㎎/dL 미만, 2년 이내 유사한 질환을 경험했다면 40㎎/dL 미만으로 낮춰야 합니다. 여하튼 LDL은 ‘낮을수록 좋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입니다.

    LDL이 높은 분들을 위한 생활 관리 요령이 있습니다. 우선 식생활에서 포화지방(육류 및 유제품)이나 트랜스지방(튀김류나 쇼트닝 등)을 멀리해야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콜레스테롤 섭취를 5~10%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하는군요. 대신 과일과 같은 수용성 섬유질이나 견과류, 씨앗류, 등푸른생선을 가까이하셔야 합니다. 또 하루 마늘 한 쪽이 콜레스테롤을 9%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마늘뿐 아니라 후추, 생강, 고수, 커큐민과 같은 향신료에도 이런 기능이 있다고 해요. 

    일주일에 3시간 이상 운동을 하면 HDL을 높이고, LDL과 중성지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요가나 명상, 음악 듣기, 친구 만나 수다 떨기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나이와 상관없이 가족력 확인을 반드시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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