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재테크 24시] “주식 10년 보유할 생각 없으면 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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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의 재테크 24시] “주식 10년 보유할 생각 없으면 사지 마라”

    • 입력 2021.11.23 00:00
    • 수정 2021.11.23 10:15
    • 기자명 재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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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지난 2008년 미국 증시에선 현대판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벌어졌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와 헤지펀드인 프로티즈 파트너스 창립자 테드 세이즈 사이에 누가 10년 후 투자수익률이 나은지 가리는 게임이었다. 각각 판돈 32만 달러를 걸고 승자가 지정한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투자 대상으로 버핏은 인덱스 펀드를, 세이즈는 5개의 헤지펀드를 골랐다. 인덱스 펀드는 힘들게 개별종목을 분석하지 않고, 종합지수에 포함된 종목 전체를 시가총액에 비례해 그냥 사버린다. 이 펀드의 핵심은 시장 평균 만큼의 수익률을 얻는 데 있다. 이와 달리 헤지펀드는 막대한 비용과 우수한 인력을 투입해 시장보다 우수한 성과를 낼 종목을 발굴해 투자하면서 단기 매매를 위주로 한다. 이 세기의 대결은 발표되자마자 격한 논쟁을 불렀다. 화려한 개인기의 헤지펀드가 인덱스 펀드보다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초기엔 헤지펀드가 앞서 나갔다. 내기가 시작된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 증시가 죽을 쑨 해였다. 1년 동안 수익률이 버핏은 마이너스 37%, 세이즈는 마이너스 24%로 세이즈의 손실폭이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버핏은 여유 만만했다. “거북이가 토끼를 따라잡는다는 이솝의 생각이 옳았기만 바란다.” 버핏의 인덱스 펀드는 그 후 몇 년 동안 꾸준히 좋은 실적을 보이며, 내기 5년 차에 접어들자 드디어 프로티즈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결국 2017년 12월 말까지 인덱스 펀드는 연평균 7.1%의 수익률을 올렸다. 세이즈의 헤지펀드는 연평균 2.2%였다. 결국 10년간의 세기의 투자 게임은 버핏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 내기에서 버핏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보나 자금력에서 프로에게 뒤질 수밖에 없는 개인에게 가장 합리적인 투자방법은 인덱스 펀드에 꾸준히 장기간 투자하라는 것. 사실 버핏은 대표적인 장기 투자 신봉자다. 그가 권하는 주식 보유 기간은 10년 이상이다. 그는 “10년간 보유할 생각이 없다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고 말했다. 버핏은 “언제 얼마에 팔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회사의 내재 가치가 만족스러운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 주식을 영원히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배우자를 찾는 자세로 살 만한 주식을 찾아본 후 한번 매수하면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보유한다”고도 했다.

    주식은 잘 만하면 다른 금융상품이 넘볼 수 없는 수익을 가져다주지만 원금 손실이란 치명적 약점이 있다. 기대수익률이 높을수록 원금 손실 위험이 커진다. 주식시장이 생긴 이래 투자자들은 이 위험이란 괴물과 싸우며 수익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답은 의외로 단순하고 투박하다. 시간은 세상의 어떤 어려운 문제도 쉽게 푸는 마법을 지녔다. 위험이라는 것도 시간 앞에선 그 맹렬함이 눈 녹듯이 사라지게 돼 있다. 한마디로 위험의 천적은 시간이다. 시간이 흐르면 위험이 흐물흐물해지는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전략가인 미국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걸 교수는 2015년 출간한 저서 ‘주식에 장기투자하라’에서 “보유 기간이 1년이나 2년이면 주식이 장기 국채나 단기 국채보다 확실히 더 위험하다. 그러나 보유 기간이 5년이면 주식의 실질 수익률은 채권보다 약간 더 낮은 정도였다. 그리고 보유 기간이 10년이면 주식이 채권보다 최저 수익률도 더 높았다. 보유 기간이 20년이면 주식은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주식을 잘 모르는 한 지인의 이야기다. 지난해 정년퇴직한 그는 노후가 별로 걱정 안 된다고 했다. 그동안 꾸준히 사 모은 주식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입사하면서부터 회사에서 종업원 사기 진작을 위해 급여와는 별개로 매달 넣어주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기 시작했다. 명절 떡값이나 실적 보너스도 그렇게 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쌓이면 없는 셈 치고 주식을 샀다. 당시 인기가 있다면 앞뒤 안 가리고 무작정 샀다. 예를 들면 1990년대 증권주, 2000년대 초반엔 IT주 이런 식이었다. 한번 사 놓은 주식은 팔지 않고 끝까지 보유했다. 자주 주가를 확인하는 일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기를 30년. 보유 종목마다 부침을 심하게 겪었다. 어떤 종목은 부도를 맞아 휴지 조각이 됐는가 하면 어떤 주식은 수백 배의 수익을 남겼다. 퇴직하면서 따져보니 전체적으로 투입 원금의 10배 가까운 수익을 남겼다. 그는 “오래 묻어둘 주식을 여러 개 골라 산 다음 퇴직할 때 결산해 보는 것도 직장생활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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