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하라”…춘천서 1회 퀴어축제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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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금지법 제정하라”…춘천서 1회 퀴어축제 퍼레이드

    지난20일 오후 소양강 처녀상 앞에서 열려
    주최측 추산 200여명 참여, 의암공원 행진
    반대 측 맞불 집회…“왜곡된 성 의식 우려”

    • 입력 2021.11.21 14:01
    • 수정 2021.11.23 00:10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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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1시 춘천 소양강 처녀상 앞에서 '제1회 춘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행사 참여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20일 오후 1시 춘천 소양강 처녀상 앞에서 '제1회 춘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행사 참여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한 차례 연기된 ‘제1회 춘천퀴어문화축제’가 20일 춘천 소양강처녀상 앞에서 열렸다.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든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춘천시내를 돌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호소했다.

    춘천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시민연대와 기독교연합회 등이 맞불 집회를 주최하면서 충돌이 우려됐지만, 돌발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주최 측 “성 소수자와 함께하는 춘천으로” 

    춘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퀴어축제조직위)는 20일 오후 춘천 소양강처녀상 앞에서 제1회 춘천퀴어문화축제를 열었다. 

    MS투데이와 만난 퀴어축제조직위 관계자는 “춘천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권축제를 기획했다”며 “이를 통해 성 소수자뿐만 아니라 춘천의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이 지역사회에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축제를 주최한 배경을 설명했다.

    퀴어축제조직위는 이날 행사에 성 소수자 부모모임을 비롯해 트랜스해방전선, 주한네덜란드 대사관, 춘천여성회, 교직원노조 강원지부, 민주노총 강원지부, 녹색당, 정의당 등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20일 오후 1시 춘천 소양강 처녀상 앞에서 '제1회 춘천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사진=이정욱 기자)
    20일 오후 1시 춘천 소양강 처녀상 앞에서 '제1회 춘천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사진=이정욱 기자)

    윤민섭 정의당 강원도당 사무처장은 “성 소수자들이 퀴어문화축제를 통해 어떤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지 시민들에게 잘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막연하게 반대하고 혐오하는 분들이 있는 만큼 사회가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양성에 열린 마음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시민 이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성 소수자를 응원하기 위한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경기도 성남에서 왔다는 김모 양(15)은 “인터넷을 통해 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춘천에서 처음 열리는 행사인 만큼 성 소수자를 지지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일부 참여자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모(30‧경기도 수원)씨는 “음악 페스티벌처럼 퀴어문화축제 역시 하나의 문화행사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성 소수자만 이곳에 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청소년에 왜곡된 성 정체성 영향” 우려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시각 맞은편에는 춘천퀴어행사반대범시민연대와 춘천시기독교연합회 등이 ‘제1회 춘천 생명‧가정‧효 대행진’이라는 이름으로 춘천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춘천퀴어문화축제는 말만 문화축제일뿐 음란‧퇴폐‧변태적인 행사”라며 “청소년을 성 정체성 혼란에 빠뜨리고, 동성애 등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갖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축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오후 1시 춘천 소양강 처녀상 앞에서 '제1회 춘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춘천퀴어행사반대범시민연대 등이 맞은편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20일 오후 1시 춘천 소양강 처녀상 앞에서 '제1회 춘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춘천퀴어행사반대범시민연대 등이 맞은편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길을 지나가던 시민 중 대부분이 발걸음을 멈추고 우려를 표현했다.

    후평동에서 왔다는 박모씨는 “성 소수자들의 삶은 존중한다”며 “하지만 주말에 부모 손 잡고 춘천을 찾은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개탄스럽다”고 걱정했다. 

    시민들에게 ‘퀴어문화축제 반대’가 쓰인 종이를 나눠준 대학생 김경주(24)씨는 “성 소수자도 사람인데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다”면서도 “무엇보다 아이들이 걱정되고, 공공장소에서 이런 성향을 표출하는 것은 반대”라고 말했다.

    ▶팔호광장 거쳐 의암공원 행진 후 해산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2시 소양강 처녀상에서 출발해 팔호광장을 거쳐 의암공원으로 행진한 뒤 해산했다. 일부 차로가 통제되면서 인근을 지나려던 시민들은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200여명이 참여했다.

    반대 측 일부 인사가 퀴어문화축제 행사장으로 진입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하는 등 일부 소동이 있었지만,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20일 오후 1시 춘천 소양강 처녀상 앞에서 '제1회 춘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행사 참여자들이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20일 오후 1시 춘천 소양강 처녀상 앞에서 '제1회 춘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행사 참여자들이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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