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이스피싱 피해 막은 시민 영웅…춘천 퀵서비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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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보이스피싱 피해 막은 시민 영웅…춘천 퀵서비스 기사

    춘천 퀵 서비스 기사 보이스피싱 피해 2건 막아
    장거리 물품 배송에 연락처 알려주지 않아 의심
    경찰 수사를 통해 보이스피싱 일당 중 3명 검거

    • 입력 2021.11.20 00:02
    • 수정 2021.11.23 00:10
    • 기자명 남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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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퀵 서비스 기사의 작은 의심과 적절한 대처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 피해를 막은 것은 물론 범죄 가담자 검거에도 도움을 제공해 화제다.

    주인공은 춘천에서 퀵 서비스 업체를 운영 중인 박세원(46·동면)씨다.

    춘천의 한 퀵 서비스 기사가 작은 관심으로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2건을 막아냈다. (그래픽=남주현 기자)
    춘천의 한 퀵 서비스 기사가 작은 관심으로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2건을 막아냈다. (그래픽=남주현 기자)

    박씨는 지난 10일 장거리 물품 픽업 의뢰를 받았다. 의뢰인은 박씨에게 화천으로 가서 물품을 픽업하고 대구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씨는 의뢰인에게 물품을 픽업할 장소의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의뢰인은 픽업 장소의 주소를 알려줬지만, 연락처는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알려준 장소에 도착해 자신에게 전화하면 배송할 물품을 갖고 내려오도록 전달하겠다고만 했다. 픽업할 물품은 반품받을 컴퓨터 부품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수상함이 느껴졌지만, 일단 직원을 보내 화천에서 물품을 받아왔다. 물품은 신발 상자 정도 크기의 종이상자였다.

    박씨는 그 상자를 대구로 가는 버스를 이용해 배송하려 했지만, 버스 시간 등의 이유로 의뢰인과 통화 후 다음 날 아침에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찜찜함을 떨칠 수 없었던 박씨는 그날 저녁 상자를 열어봤다.

    상자 안에 들어있던 것은 컴퓨터 부품이라던 의뢰인의 설명과 달리 5만원권 지폐 뭉치였다. 총금액은 1205만원이었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퀵 서비스를 통해 전달받으려 한 상자 안에는 현금 1205만원 등이 들어 있었다. (사진=박세원씨 제공)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퀵 서비스를 통해 전달받으려 한 상자 안에는 현금 1205만원 등이 들어 있었다. (사진=박세원씨 제공)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임을 직감한 박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경찰은 수사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원 3명을 검거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달에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아냈다.

    지난달 6일 박씨는 춘천에서 수원으로 물품을 직배송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보통 장거리 배송은 중간에 배송 기사를 바꾸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용이 두 배 이상 비싼 직배송을 해 달라는 의뢰인의 행동에 의심이 들었다.

    이때 박씨는 얼마 전 동료가 장거리 직배송한 물품이 보이스피싱 범죄와 연관되었던 것을 떠올렸다.

    박씨는 물품을 수령 할 장소로 가 물품을 가져온 여성에게 상자 안에든 것이 혹시 통장 같은 것은 아닌지 물었다. 당시 여성이 대답을 주저하자 박씨는 보이스피싱 상황이 의심된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여성이 상자 안에 담아 보내려 했던 것은 1200만원이 든 계좌의 카드와 카드 비밀번호였다. 이 여성은 보이스피싱에 당해 큰돈을 잃을 뻔했던 위기 상황을 박씨 덕분에 넘길 수 있었다.

    이처럼 박씨는 작은 관심과 책임감으로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 두 사건에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들은 비슷한 수법을 보였다.

    먼저 보이스피싱 조직은 무작위 대상에게 전화를 걸어 소지하고 있는 신용카드로 대출을 받으면 자신들이 그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주겠다고 속였다.

    이어 이 조직원들은 피해자들이 카드론으로 1200만원 상당의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신용조작 등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대출이 승인되고 피해자의 계좌로 대출금액이 입금되면, 현금이나 계좌 카드와 비밀번호를 퀵 서비스를 통해 자신들에게 보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박세원씨는 “퀵 서비스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퀵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장거리 배송 의뢰는 한번 의심해보고 정말 그 물건이 맞는지 확인한다면 이런 일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어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했던 분들의 피해를 막은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밝혀 훈훈함을 더했다.

    한편 박씨는 경찰로부터 받은 보이스피싱 신고 포상금 25만원도 익명으로 기부했다. 

    [남주현 기자 nam0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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