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방치 자전거…춘천 아파트 골칫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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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 방치 자전거…춘천 아파트 골칫거리

    아파트 단지마다 장기방치 자전거로 골머리
    사유재산, 처리비용 등 문제로 처분 어려워
    시에서도 관련 법령 부재로 두 손 놓고 있어

    • 입력 2021.11.09 00:01
    • 수정 2021.11.09 10:29
    • 기자명 남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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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춘천 석사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장기방치된 자전거로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간 갈등이 발생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자전거 보관대에 장기 방치된 자전거가 늘자 자체 자전거 등록제를 도입했다. 이 아파트는 게시판 안내문과 안내방송을 통해 사용 중인 자전거에는 관리사무소에서 제작한 스티커를 붙이도록 하고, 스티커 미부착 자전거는 임의처분한다고 공지했다. 관리사무소는 한 달간 유예기간 후 정상 이용이 어려울 정도로 훼손이 심한 장기방치 자전거 20여대를 고물로 처리했다. 이후 한 입주민이 자신의 자전거가 없어졌다며 관리사무소에 항의했다. 입주민은 관리사무소가 자신의 동의 없이 자전거를 처분했다며 자전거 구매비용 30만원을 변상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관리사무소장은 입주민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사비로 10만원을 보상했다.

    춘천의 아파트마다 장기방치된 자전거들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지만, 시에서는 관련 법령의 부재를 이유로 두 손을 놓고 있다.

    MS투데이가 8일 춘천지역 아파트들을 돌아본 결과, 각 아파트 단지의 자전거 보관대마다 장기방치된 자전거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자전거는 오랫동안 운행하지 않은 듯 녹슬고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되고 있다. 일부 자전거는 체인과 안장이 사라지고 본체가 심하게 부식되는 등 훼손이 심해 사용이 불가능해 보였다.

     

    춘천 곳곳의 아파트마다 녹슬고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된 자전거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남주현 기자)
    춘천 곳곳의 아파트마다 녹슬고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된 자전거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남주현 기자)

    장기 방치된 자전거들은 자전거 보관장소를 부족하게 하고 아파트 미관을 해치는 등 주민불편을 발생시키고 있다. 또 지정 장소가 아닌 아파트 지하 주차장과 화단 등에 방치된 자전거들은 입주민과 다른 자전거의 통행까지 방해해 안전사고도 위협하고 있다.

    시민 전경희(48·석사동)씨는 “아들 둘과 남편이 모두 자전거를 좋아해 집에 자전거가 3대나 있다”며 “아파트 자전거 보관대는 타지도 않는 자전거들이 차지해 버렸고, 아파트 현관 앞과 계단은 소방법으로 자전거를 둘 수 없어 자전거 보관이 골칫거리”라고 밝혔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 내 장기방치 된 자전거 문제가 심각하지만, 처리방안 마련은 쉽지 않다.

    본지의 취재 결과, 다수의 춘천 아파트들이 장기방치 자전거들에 대해 임의처분을 논의했지만, 실제 처분까지 이뤄지지는 못하고 있다.

    자전거를 임의처분하면 입주민과 마찰이 발생할 수 있고, 폐기물 처리에 따른 추가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온의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사 후 자전거를 버리고 가거나 망가진 채 그냥 방치된 자전거들이 많아 처분하려 했지만, 자전거는 고철로도 잘 받아주지 않아 처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춘천시는 길가와 남춘천역, 터미널 등 공공장소에 장기방치된 자전거들을 수거 후 자전거 재생센터를 통해 수리해 학교 등에 기부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들에 방치된 자전거는 사유재산 등의 문제로 시에서 손대지 못하고 있다.

    오영택 춘천시청 주무관은 “공공장소에 장기방치된 자전거들의 경우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시에서 수거와 처분을 할 수 있지만, 아파트 등 사유지에 방치된 자전거들은 처분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춘천 온의동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 옆에 녹슬고 체인이 늘어진 자전거들이 방치돼 있다. (사진=남주현 기자)
    춘천 온의동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 옆에 녹슬고 체인이 늘어진 자전거들이 방치돼 있다. (사진=남주현 기자)

    이런 이유로 ‘자전거 등록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전거 등록제는 자전거에 고유 등록번호를 부여하고 전산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2009년부터 일부 지자체들에서 자전거 도난방지와 방치 자전거의 효율적 관리 등을 위해 ‘자전거 등록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자전거 등록제’는 정부 주도가 아닌 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현재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가 많지 않다.

    춘천시도 아직 ‘자전거 등록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현재 시는 ‘자전거 도입제’를 실시하고 있는 지자체의 현황 조사 등만이 이루어졌을 뿐 구체적 도입 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직접 관할 관청을 방문해 자전거 전체 사진을 첨부하고 자전거 브랜드와 모델명, 구매 가격, 구입처, 구매 시기를 기재해야 하는 현행 방법의 불편함도 ‘자전거 등록제’ 활성화의 방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남주현 기자 nam0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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