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종이 두 장으로 돌아온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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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종이 두 장으로 돌아온 ‘약속’

    • 입력 2021.11.08 00:00
    • 수정 2021.11.09 06:58
    • 기자명 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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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지인 기자
    배지인 기자

    ‘일상을 지켜준 당신을 위한 약속.’

    소상공인 손실보상 홈페이지(소상공인손실보상.kr)에 접속하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소상공인들은 긴 시간 동안 방역지침에 따라 영업시간을 줄였다. 또 테이블 간 거리를 뒀고, 인원 제한으로 손님들을 돌려보냈다. 확진자가 다녀가면 며칠간 문을 닫아야 했다.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아도 문을 닫아야 할 때가 있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방역지침을 지키면 보상하겠다던 ‘약속’이라도 믿었다.

    소상공인들은 몰랐을 것이다. 그 ‘약속’이 10만원으로 돌아올 줄은.

    지난 5일 기자가 취재하며 만난 한 소상공인은 보상금이 적다는 데에 동의하면서도 이거라도 어디냐는 듯 씁쓸히 웃었다. 소상공인은 빚을 내고, 종업원을 내보내고, 결국엔 폐업에 나서고 있다.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소상공인들은 제도의 대상자가 못 된다. 하지만 버텨도 돌아오는 것은 10만원일 수 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전용창구에서 신청을 받던 춘천시청 관계자는 “손해 많이 봤는데 우리는 왜 안되느냐, 누군 되고 누군 안 되냐며 억울해하거나 금액을 인정 못 하겠다고 열을 내는 분들도 많았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이 관계자는 워낙 힘드셨으니까 화내는 그 마음이 이해 간다며, 소상공인들에게 연일 죄송하다는 말을 건넸다. 왜 죄송한 건 이 사람일까.

    손실보상 관련 취재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에 전화 통화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이럴때도 못 받는 건가요”란 질문을 던지자, 상담원은 자꾸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는 촘촘하지 못한 보상안 탓에 수많은 소상공인이 배제돼 지쳤고, 화를 냈고, 누군가는 그 화를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제보자는 오랜 시간 영업 제한을 받았지만, 2018년 인테리어를 했다는 이유로 하한액인 10만원을 받게 됐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커뮤니티엔 비슷한 내용의 글이 쏟아졌다. 이들은 시청과 중소벤처기업부에 전화를 걸었지만, 세부지침이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고 했다. 보상안을 마련할 때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생각은 해봤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다행은 아직 확인보상과 이의신청 절차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신속보상 보상금액에 동의하지 않거나 신속보상 대상자가 아닌 경우 확인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 확인보상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산정된 보상금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도 이의신청할 수 있다. 물론 수용 여부는 미지수다. 

    아이러니하게도 11월 5일은 소상공인의 날이었다.

    [배지인 기자 bji017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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