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곳으로”…춘천지법‧춘천지검 법조타운 조성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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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높은 곳으로”…춘천지법‧춘천지검 법조타운 조성 ‘기싸움’

    현 법원‧검찰청사, 낡고 좁아 민원인 불편
    2019년 석사동 법조타운 이전 적합 판정
    법원‧검찰, 청사 높이 차이 신경전 ‘하세월’
    “법원‧검찰 붙어있을 필요 없다” 주장도

    • 입력 2021.11.24 00:02
    • 수정 2021.11.26 02:47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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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사동 법조타운 부지. (사진=박지영 기자)
    석사동 법조타운 부지.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시 석사동 법조타운 조성을 두고 춘천지방법원과 춘천지방검찰청의 갈등이 2년 가까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갈등은 두 기관이 들어설 부지의 높이가 차이가 나는데, 서로 높은 곳을 차지하겠다는 신경전이 주된 이유다.

    현재 효자동에 있는 두 기관의 청사는 반세기 전 건축해 주차장이 비좁은 데다 잇따른 증축으로 내부도 복잡해 해마다 민원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조타운 조성이 늦어지는 데 따른 피해는 민원인 등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현 청사 46년 전 완공, 민원인 감당 역부족

    MS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효자동 법원 청사 본관은 46년 전인 지난 1975년 완공했다.

    이후 1996년 신관과 2002년 별관, 2008년 법정동이 추가로 들어섰다. 이 같은 잇따른 증축에도 급증하는 사건과 민원인을 감당하기 어려워 2016년에는 제2법정동까지 세웠다. 

    1975년 춘천지법과 나란히 들어선 춘천지검도 업무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기존 터 내에서 공간을 넓혔다. 춘천지검은 2002년 별관을 만들고, 2007년에는 본관을 증축했다.

    부지를 확장하지 않고 기존 땅에 건물을 올리고 증‧개축을 반복하다 보니 법원과 검찰청사는 미로처럼 복잡해졌다. 여기에 비좁은 법정과 부족한 주차공간이 더해지면서 효자동 청사를 찾은 민원인들의 불편 호소는 반복적인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실제로 춘천지법에서 여러 건의 결심공판이 열리는 날이면, 사건과 관련된 이들마저도 법정에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또 주차공간이 없어 법원과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대고 오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효자동 춘천지법‧춘천지검 현 청사. 주차 공간이 부족해 차량들이 청사 진입로까지 차지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효자동 춘천지법‧춘천지검 현 청사. 주차 공간이 부족해 차량들이 청사 진입로까지 차지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춘천시는 지난 2010년 법원‧검찰청사를 학곡지구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춘천지법과 춘천지검은 접근성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고, 이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2018년에는 홍천으로 이전하는 안도 논의됐지만, 같은 이유로 무산됐다. 

    현재 석사동 법조타운으로의 이전이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은 홍천 이전 안이 불발된 직후다.

    춘천시는 석사동 367번지 일원 부지 중 일부인 5만7600㎡를 대상지로 제안했고, 법원행정처가 예정지를 답사한 후 2019년 2월 적합 의견을 내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신청사 건물 높낮이 달라…법원‧검찰 “높은 곳으로”

    법원과 검찰 청사 용지가 정해졌지만, 착공은 2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다.

    춘천지법과 춘천지검이 들어설 예정인 두 청사의 건물 높낮이 차가 최대 8m에 이르면서, 서로 높은 곳을 차지하겠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춘천지법과 춘천지검이 부지 조성과 관련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춘천지검은 부지의 높이를 춘천지법과 같은 수준으로 높여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춘천지법은 이에 대해서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는 두 기관의 이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입장 차가 워낙 팽팽하다 보니 언제 합의에 이를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춘천지법과 춘천지검이 협의할 예정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석사동 법조타운 부지. (사진=박지영 기자)
    석사동 법조타운 부지. (사진=박지영 기자)

    이와 관련해 춘천지법은 높은 부지를 선점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춘천지법 관계자는 “대로변에서 신청사 부지를 봤을 때, 부지 오른쪽에 법원이 들어서고 왼쪽에 검찰이 위치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청사 이전사업이 지연되는 이유는 부지 내 위치 문제가 아닌 실시계획인가에 대한 문제 때문”이라며 “부지 조성과 관련해 춘천지법과 춘천지검 사이에 의견 교환이 있었을 뿐 갈등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춘천지검 역시 부지의 높낮이 문제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춘천지검 관계자는 "춘천지법과 협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긴 어렵다"며 "높고 낮고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안정성과 국민의 사법 형사 시스템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앞서 춘천지검은 춘천시에 보낸 공문에서 “두 기관의 터 높이가 같아지도록 평탄화하는 작업을 선행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이 이어지자 춘천시는 지난 7월 두 건물 높낮이 차를 5m로 줄인 새로운 도면을 춘천지법과 춘천지검에 전달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법원‧검찰 붙어있을 필요 없어” 지적도

    춘천지법과 춘천지검이 신청사의 높낮이를 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과 검찰청사가 굳이 붙어있을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효자동 춘천지법과 춘천지검 연 면적, 직원 현황, 1인당 연 면적 등. (그래픽=박지영 기자)
    현재 효자동 춘천지법과 춘천지검 연 면적, 직원 현황, 1인당 연 면적 등. (그래픽=박지영 기자)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청사와 법원이 붙어있을 필요가 없는데도 판사와 검사가 공식적으로 유착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의 경우 민원과 재판 등으로 다양한 시민이 오가는 공간”이라며 “검찰청은 수사와 관련된 인력과 형사사건 이외에는 민원인이 많지 않지만 1인당 면적이 과도하게 넓고 신축 청사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효자동 춘천지법의 직원 1인당 연 면적은 19.7㎡로, 춘천지검 직원 1인당 연 면적(53.7㎡)의 33.9%인 것으로 나타났다. 효자동 춘천지법 연 면적은 9472㎡로 480명이 근무 중이다. 춘천지검 연 면적은 5903㎡로 110명이 일하고 있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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