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한국이 세계 콘텐츠 중심에 남는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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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의 연예쉼터] 한국이 세계 콘텐츠 중심에 남는 비결은

    • 입력 2021.10.20 00:00
    • 수정 2021.10.20 10:53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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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총 94개국에서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1위에 올랐다. tvN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갯마을 차차차’도 세계적인 반응이 나왔다. BTS와 영화 ‘기생충’의 글로벌 히트까지 합치면 한국은 세계 콘텐츠의 중심에 있다고 할 정도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에서 비상하고 있는 것은 준비된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를 전파해줄 플랫폼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방송되면 세계 190여개국에서 2억900만개의 유료회원이 볼 수 있게 된다. ‘D. P.‘나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가 넷플릭스 같은 OTT가 없었다면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퍼지기는 어렵다.

    그런데 좋은 반응도 빨리 나오지만 ‘갯마을 차차차’의 주연배우 김선호가 전 연인에게 혼인을 빙자해 임신 중절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안 좋은 내용도 190개국에 금세 퍼진다.

    지금은 우리가 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집중도를 잘 살려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고 있다. 여기에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플랫폼과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진 초연결사회의 덕을 크게 보고 있다. 하지만 계속 우리만 승승장구할지는 미지수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이 가만있을 리 없다. 초연결사회의 콘텐츠 성공 여부는 예측 불가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유리하다.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토양이 풍부하다. 좁은 땅덩어리에 많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불가피하게 생긴 과도한 경쟁심과 역동성 등이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절대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조직사회의 괴롭힘(갈굼)은 ‘D. P.’를 낳았고, 경쟁 사회의 피곤함은 ‘오징어 게임’과 ‘갯마을 차차차’를 낳았다. 

    경쟁 사회의 정신적 피곤함은 번아웃 증후군에 의한 슬로라이프에 대한 동경이나, 각종 길을 걷는 것의 유행으로 이어진다. 저 멀리 산티아고 순례 길을 갈 필요 없다. 중앙일보 손민호 기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만 트레일(Trail·걷기여행길)이 538개, 개별 코스 수는 2002개나 된다고 한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그로 인해 경쟁 사회의 잔인함을 체험한 서양의 국가일수록 이런 드라마에 더욱더 공감력과 몰입력이 생긴다는 사실은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지역적인 이야기가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한다는 의미로도 연결된다.

    그렇다면 253억원을 투자해 1조원 이상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를 무임승차로 바라보는 건 촌스러운 발상이다. 일각에서는 황동혁 감독 등 ‘오징어 게임’ 제작진이 리메이크나 판권 등을 가지지 못하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는 많은 리스크를 수반한다. 하지만 극소수가 성공해 대박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크게 성공한 것만 가지고 ‘재주는 오징어 게임이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다행히 ‘오징어 게임’을 외면한 한국 영화사와 방송사들이 리스크는 안으려고 하지 않으면서 넷플릭스에 IP(지식재산권)를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오히려 젊은이들의 시청 패턴으로 금세 자리를 잡은 넷플릭스 등 OTT를 잘 활용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두 가지 기준에 의해 한국콘텐츠를 유통하는데, 오리지널 시리즈는 한국에서 만들지 못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라이선스 콘텐츠를 유통하는 기준은 화제성과 스타성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킹덤’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D. P.’ ‘오징어 게임’은 한국 지상파에서 만들 수 없다. 넷플릭스를 잘 활용하면 드라마의 다양성을 더욱더 확보할 수 있고 콘텐츠의 다양성은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오래 중심에 머무를 수 있는 토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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